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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56373911
· 쪽수 : 981쪽
책 소개
목차
제1권
1. 사막과 낙타
2. 세 명의 여행자
3. 그리스인 가스파르
4. 인도인 멜키오르
5. 이집트인 발타사르
6. 욥바 시장 풍경
7. 예루살렘 사람들
8. 요셉과 마리아
9. 베들레헴에서
10. 하늘에서 밝은 빛이
11. 그리스도, 탄생하다
12. 3인의 동방박사, 소식을 알리다
13. 헤롯 왕과 3인의 동방박사
14. 동방박사, 아기 예수께 경배하다
제2권
1. 로마의 속국 유대
2. 메살라와 유다
3. 유다의 집
4. 유다의 어머니
5. 이스라엘에 대하여
6. 비극적인 사건과 친구의 배신
7. 죄수와 나사렛 우물가
제3권
1. 함대 사령관 퀸투스 아리우스
2. 로마 갤리선 아스트로이아호
3. 갤리선 노예 유다 벤허
4. 등불과 족쇄
5. 격렬한 해전
6. 벤허, 구출하다
제4권
1. 안디옥에 나타나다
2. 애타는 가족 소식
3. 벤허, 시모니데스를 만나다
4. 시모니데스와 에스더
5. 다프네 숲에서
6. 쾌락의 길, 분노의 길
7. 전차 경기장에서
8. 오, 메살라, 너구나!
9. 복수를 계획하다
10. 족장의 야자수 농원
11. 말루크, 보고하다
12. 메살라의 술잔치
13. 족장 일데림과 모의하다
14. 족장의 저녁 식사 모임
15. 동방박사 발타사르
16. 메시아의 왕국에 대하여
17. 대의와 목적
제5권
1. 메살라의 밀서
2. 전차 경주 준비
3. 발타사르의 딸 이라스
4. 메살라의 밀서를 가로채다
5. 드러난 음모
6. 위험 속에서
7. 시모니데스, 모든 것을 바치다
8. ‘오시는 왕’을 위한 군대
9. 에스더의 불안
10. 대진표의 장난
11. 판돈 내기에 운명을 걸다
12. 운집한 대경기장
13. 시작된 전차 경주
14. 불꽃 튀는 운명의 대결
15. 승리 축하와 초대
16. 암살 시도
제6권
1. 지하 감옥의 비밀 공간
2. 석방된 두 문둥병자
3. 벤허,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다
4. 그리운 집 앞에서
5. 하녀 아므라의 눈물
6. 벤허, 폭동을 일으키다
제7권
1. 선지자, 출현하다
2. 길에서 또 만나다
3. 영혼의 왕국에 대하여
4. 이라스, 유혹하다
5. 세례자 요한, 예수님을 드러내다
제8권
1. 에스더의 사랑
2. 벤허, 나사렛인의 기적을 증언하다
3. 하녀 아므라, 기쁜 소식을 전하다
4. 치유된 모녀, 벤허와 상봉하다
5. 전면 봉기를 꿈꾸는 벤허
6. 이라스의 비열한 속셈
7. 풀리는 음모의 수수께끼
8. 가룟 유다의 배신
9. 골고다 가는 길
10. 십자가 처형
11. 지하 교회를 세우다
리뷰
책속에서
유다는 어깨를 짚는 부드러운 손길에 의해 반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 손길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위를 올려다본 그의 두 눈에 앞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얼굴 하나가 가득 들어왔다. 자신과 같은 또래일 것 같은 소년의 얼굴이었다. 밝은 밤색 머리칼에 의해 그늘이 진 얼굴, 그 그늘 속에서 짙푸른 두 눈동자가 불이 밝혀진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극히 그윽한 눈길, 진심을 담아 호소하는 눈빛, 무궁한 사랑과 성스럽도록 순결한 의도만을 한가득 담고 있기에 오히려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그 낯선 이의 두 눈. 밤낮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어떤 대가를 치를지라도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는 냉혹해진 마음이 그 눈길에 의해 녹아내렸다. 그의 영혼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맑아졌다. 그가 그릇에 담긴 물을 한참동안 들이켰다. 낯선 이는 그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그 역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략)
유다와 마리아의 아들은 그렇게 처음으로 만났다가 헤어졌다.
그 3년 동안. 오, 호민관님, 제겐 한 시간, 한 시간이 평생처럼 길었습니다. 바닥 없는 구덩이 속에서 죽음만이 곁을 지키고 있는 시간들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고된 노동은 오히려 안식이었습니다. 그 고독의 세월 동안 누구도 제게 가족들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흘러가는 말 한 토막도 없었습니다. 아, 우리 모두 결국엔 잊힐 존재인데 우린 왜 잊지 못하는 걸까요? 그 장면만 제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있다면 아무것도 바랄 게 없습니다. 제 여동생이 제 곁에서 찢어져 나가듯 끌려가는 장면, 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그날 이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역병이 사람들을 무수히 쓰러뜨리는 것도 보았고 제가 탄 배가 적과의 교전이나 태풍 때문에 침몰 직전까지 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기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도의 내용은 그들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죽음만이 유일한 구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벤허의 눈에는 오직 전차 위에 우뚝 서 있는 기수만이 들어왔다. 말들과 연결된 가죽끈을 온몸에 여러 번 휘어감은 사내, 잘생긴 얼굴, 연홍색 천 소재의 튜닉 차림에 오른손에는 채찍을 들고 약간 들어 올려 뻗은 왼손에는 네 개의 고삐를 쥐고 있는 사내. 극도로 우아하고 활기에 넘치는 자세, 군중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당연하다는 듯,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벤허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그의 직감이 맞았다. 그의 기억이 옳았다.
메살라!
말들을 고르고 치장한 솜씨, 전차의 호사스러움, 분위기, 태도, 무엇보다도 유대인들을 비롯해 타민족들을 수세대 동안 굴종시킨 로마인 특유의 독수리 같은 표정. 벤허는 메살라가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오만, 지나친 자신감, 대담무쌍함, 끝을 모르는 야욕, 모든 약한 존재들에 대한 경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리고 있는 태연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