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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모든 것은 외롭다

흔들리는 모든 것은 외롭다

유용수 (지은이)
시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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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모든 것은 외롭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흔들리는 모든 것은 외롭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6656717
· 쪽수 : 266쪽
· 출판일 : 2023-05-30

책 소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유용수 작가가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이 책엔 유용수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생태학적 상상력이 올곧게 투사되어있다. 작품의 주된 배경인 장흥의 억불산은 작가가 세상에 찌든 속을 헹구고자 찾는 공간이다.

목차

작가의 말 · 4

PART + 01 숲에 그리움을 묻었다

숲에 그리움을 묻었다 • 17
휘적휘적 시월이 간다 • 21
새소리에 침묵으로 답하며 • 25
지렁이, 숲을 벗어나다 • 30
귀를 열어 새의 발소리를 찾습니다 • 32
홍차 한 잔으로 겨울밤을 달래며 • 39
홀로 걷는 숲길 • 43
서러운 꽃과 마주했다 • 46
지리산, 그대 잘 있는가 • 51
그 많은 이파리 가만히 내려놓고 • 57
침묵이 길을 안내한다 • 60
걸음을 잠시 멈추고 • 64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다 • 71
강은 생명이다 • 75

PART + 02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꽃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피는 꽃은 없다 • 81
사월, 우중 산책 • 84
눈길 동행 • 89
꽃자리를 지나며 안부를 묻는다 • 94
내가 먼저 꽃이어야 한다 • 97
지리산의 숨 자리 묘향암 • 101
한없이 걷는다. 생각 없이 걷는다 • 107
숲의 회랑 앞에 선 암자 • 111
여름 햇살을 비켜 앉아 있습니다 • 114
적념에 든 겨울 숲 • 117
자드락길을 지나가는 흰 구름 • 122
자비 향기가 흐르는 자리 • 125
쓸쓸하지만 외롭지 않은 가을 • 130
봄볕이 흐르는 암천 마을 • 135

PART + 03 꽃은 홀로 피지 않는다

늦게 피었다고 꽃 아닌 적 없다 • 141
꽃은 홀로 피지 않는다 • 146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 151
불안 속에 피는 꽃 • 155
젊은 내 어머니의 꽃 냄새 • 161
한 번쯤 ‘우두커니’가 되어야 한다 • 164
화중연화 속 천년 사찰 • 168
상처도 꽃이다 • 172
얼마나 아파야 동백꽃은 땅에서 피는 걸까 • 177
억겁의 고요가 묻힌 꽃자리 • 180
예양강 가을 소리 • 183
호남 3대 정원 백운동 별서정원 • 186
강둑에 앉아 멍때리는 날 • 192
동강에 떠 있는 부춘정 • 195
곡신의 바다 여닫이 • 200

PART + 04 흔들리는 모든 것은 외롭다

어제를 위로하고 오늘을 토닥이며 • 207
비어 있어도 부족하지 않는 꿈 남포 당산제 • 212
보림사 가는 길 • 217
아치고절 선학동 • 220
길 끝에서 만난 용화사 • 224
편백 숲을 걷다 • 227
칠거리 연가(상) • 230
칠거리 연가(하) • 236
흔들리는 모든 것은 외롭다 • 239
우드랜드 여름 풍경 • 244
존경하는 당신에게 • 248
녹두꽃 앞에 서다 • 251
괜찮아, 잘 될 거야 • 255
사랑은 껴안는 행위 너머에 있다 • 257
할미꽃 한재 공원 • 259
햇살도 숨어들어야 하는 수인산성 • 263

저자소개

유용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시인이고 수필가이다. BBS TV불교방송,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했다. 《문예운동》 잡지에 기획 연재 중이며, 시집 『허공을 걷는 발자국을 보았다』 산문집 『암자에서 길을 묻다』가 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 https://in.naver.com/on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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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숲에 그리움을 묻었다



계절이 바뀔 때면 비가 온다. 무거운 계절을 짊어지고 산을 넘어오던 먹구름이 여름을 비우기 시작한다. 해까운 바람이 지나가는 산길에 참취꽃이 비를 맞으며 흔들리고 있다.
오래전 그날도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빗소리에 창문을 열었다. 어둑한 곳으로 누군가가 ‘꼭’ 올 것만 같은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밤새도록 문밖에 등불 하나 걸어 두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찾아올 것 같은 설렘에 두근거려야 했다. 그러나 기다리던 사람은 끝내 오지 않았다. 오늘, 그날처럼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숲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프란츠 폰 주페(Franz Von Suppe, 1819~1895)의 ‘시인과 농부’ 서곡에서 흐르는 첼로의 깊은 울림보다 숲이 계절을 받아들이며 들려주는 울림이 더 경이롭다. 그래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고요한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없다.”라고 했다.
우거진 가시덩굴도 여름을 비우기 시작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싱그러움을 비워내야 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한다. 비우는 행위가 꼭 무엇인가를 덜어내는 것만은 아니다. 내려놓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비우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다. 그러기에 오늘도 나는 최소한의 삶, 단순하고 소박한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꿈꾼다.

산벚나무는 이미 잎을 떨구고 선정에 들기 위해 가지 하나하나를 추스르고 있다. 무성한 밤나무는 여름내 품었던 알밤을 미련 없이 토해냈다. 살찐 소나무는 늘어져 있고, 개울가 비탈진 곳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린 나뭇잎에 피멍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다. 숨겨둔 속살을 끄집어내고 있다. 슬그머니 바람 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고 숲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풀벌레의 울음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산을 채우고 있다. 산 가장자리로 난 산도랑은 물 한 방울 내려오지 않아도 물을 기다리더니 오늘에서야 빗물을 끌고 강으로 가고, 여름도 끌고 가고 있다.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숲속 생활에서 만난 모든 것들의 행위를 관찰하면서도 “고요히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빵 굽는 냄새를 맡을 수 있기를 바랐고, 서류 작성이 아닌, 사슴을 쫓고 나방의 날갯짓 소리를 듣는 ‘쓸데없는’ 것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또한, 뜨거운 여름 화려한 나비를 쫓고 강에서 신나게 수영할 수 있기를 바랐고, 낙엽의 다채로운 색깔을 끝없는 목록으로 하나하나 기록할 수 있기를 기도했고, 지저귐을 듣고 새의 존재를 구분할 수 있기를 바랐고, 자연 속에서 평화와 고요함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스쳐 지나가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숲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섬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발견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숲속 생활에서 발견한 “공존과 느린 삶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헝클어진 숲으로 들어갔다. 하나의 나뭇잎이 하나의 우주임을 깨닫게 한다. 그들의 세상은 자연스럽고 안정적이고 질서가 있다. 나무는 스스로 간격을 맞추어 서 있다. 그 거리가 ‘수목의 생리학적 거리’이다. 우리는 그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덩굴 식물은 몸을 내준 상수리나무를 오르고 있다. 이렇듯 자연은 천진하다. 그래서 숲이 품고 있는 생명은 숲이 주는 포근함 속에 살아간다.
물을 잔뜩 머금은 나뭇잎들이 깜짝 놀라 늘어진 잎들을 추스르며 긴장한 모습이다. 그 사이에서 어린 뽕나무가 흔들린다. 소나무와 잡목 사이에서 잎사귀를 활짝 벌리고 있다. 어떤 이유로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왠지 이질감이 든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나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어린 뽕나무 잎은 상처투성이다. 심지어 가지 하나는 부러져 흔들리고 있다. 평화로울 것 같은 숲에도 이처럼 삶은 치열하다. 그러기에 상처 없는 꽃과 나무는 없다. 상처를 입고 옹이 하나 붙들고 있는 나무가 더 듬직하게 보인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상처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타인의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힘들어야 다른 사람의 힘든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쑥부쟁이가 가시덩굴 속에 갇혀있다. 살아남기 위해 목을 길게 내밀고 꽃이 피었다. 온몸을 외틀고 나와 자신이 가을꽃임을 알리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이 비 그치면 뒷산으로 몰려드는 가을바람은 거칠어질 것이고 청청하게 푸르던 나무는 수척해질 것이다. 이처럼 계절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것이 자연의 흐름이듯, 오늘같이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자지러진 그리움을 숲에 묻고 있다.




휘적휘적 시월이 간다



시월이 왔다.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시월이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숲에서 여름이 빠져나간 숲의 표정을 읽고 있다. 장엄한 기운이 완숙하게 점령한 시월 풍경은 여유롭다. 극히 차분하고 조용하게 보내고 싶은 계절. 늦여름 어느 언저리에서 휘적거리며 가을을 드러내는 그 어디쯤이 시월이다. 햇살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나무의 간격도 한결 헐거워져 나뭇잎을 바라보는 소소한 일상이 따뜻하게 밀려드는 계절도 시월이다. 시월은 흔들리는 구절초를 보다가 까닭 없이 그리움이 튀어나오는 계절이고, 삶의 뒤뜰을 조용히 훔쳐보는 넉넉함이 있는 계절이다.
왁자지껄한 시내를 벗어나 숲에 쪼그리고 앉아 시월 꽃들에 안부를 묻는다. 이고들빼기, 물봉선,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이질풀, 알며느리밥풀, 개여뀌, 미역취, 쥐꼬리망초, 가는오이풀, 등골나물, 마타리, 산박하, 사광이아재비, 마삭줄, 꽃향유, 참취꽃, 뚝갈, 달맞이꽃이 숲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피었다. 왠지 수척해 보이는 자리에 별스럽게 노란 미역취가 유난히 흔들린다. 가느다란 꽃대에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머지않아 꽃은 속살을 거두어들이고 씨 하나를 품을 것이다. 이것이 풍요와 결핍이 공존하는 시월이다.
시월의 숲길에 어디 들꽃뿐이랴. 나뭇가지에 걸린 가을 소리. 며칠 전 지나간 소낙비에 나뒹구는 삭정이와 흩어진 낙엽에서 상처 난 시월을 보았고, 뜨겁게 몸 달구던 알밤이 여름을 토해놓은 시월을 보았다. 사람들의 눈길에 사로잡힌 알밤은 인간의 욕심을 채웠다. 이제 남은 것은 산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들도 먹고살아야 한다. 한 톨도 남김없이 싹 쓸어 가는 비정한 우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빈 밤송이 껍질만 쇠잔한 바람에 나뒹구는 곤궁한 모습이 아니라 옹골찬 알밤 한 톨이라도 품고 있어야 밤나무밭을 찾아든 다람쥐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

시월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날은 나란히 찍히던 옛 발자국을 기억해서는 안 된다. 시월이면 기억되는 사람이 있기에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고개를 내저어 기억에서 떨쳐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난히 목을 길게 빼고 먼 산을 바라보게 되고, 보고 싶다는 언어를 감추고 서성거리게 되고, 밤에는 대문 앞에 등불 하나 걸어 두고 밤새워 뒤척거려야 한다. 그럼에도 나의 시월은 오래된 사랑 하나쯤 숨겨두고 설레고 싶다. 그 사람이 설핏설핏 늑골 사이를 쑤셔와 신열을 앓더라도, 남몰래 슬그머니 끄집어내어 미소 한번 지으며 추억하고 싶다. 네게 이런 풋풋한 사랑 하나 남아 있지 않다면 나의 시월은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시월에는 가슴을 다 채우지 못한 그 무엇이 흔들리기에 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해 달라’고 노래했다. 그렇다. 시월에는 기도하고 싶다. 시월에 드리는 기도는 삶을 재충전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언어이다. 생각을 털어놓고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한 기도이고, 나를 낮추는 행위이다. 절대자에게 바라는 간절함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다짐이고, 흔들리는 삶을 곧추세우기 위함이다.
시월은 언어를 내려놓고 싶고,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달이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가슴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린나무에 안부를 물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숲에 머물고 싶다. 어느 숲 해설가는 숲에서 눈을 뜨면 당신과 당신의 세상이 보이지만, 눈을 감으면 나와 나의 세상이 보인다고 말한다. 시월의 숲에서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고 행복이다.
시월에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부끄러운 것들을 기억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다. 꼬리를 찾지 못한 쓸쓸함과 허무함에 울컥 눈물을 훔치고 싶다. 시월에는 순간순간 무엇인가를 더 느끼고 있다. 의식하지 못한 감정까지도 끊임없이 새겨진다. 시월에는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낯익은 모습으로 나타나 문득문득 그리워지곤 한다.

시월, 숲속 바윗돌에 걸터앉아 “시월의 어느 멋진 날” 노래를 듣는다.
성악가 김동규의 풍성한 목소리에서 가을 향기가 풍겨 나온다. 중후한 첼로 소리와 버무려진 노랫말 한 구절이 또렷하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 살아가는 이유 / 꿈을 꾸는 이유 / 모두가 너라는 걸 / 네가 있는 세상 / 살아가는 동안 /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휘적휘적 시월이 간다. 시월이 가면 달달한 숲 내음도 멈출 것이고, 풀벌레 소리도 침묵하고, 흔들리던 나뭇잎도 땅으로 내려와 뒹굴 것이다. 이제 한 계절 늘어놓았던 감정을 허물없이 털어내야 한다. 강둑에 쪼그리고 앉아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비워내야 한다. 숲이 흔들리는 가벼운 몸짓처럼 우리도 가벼워져야 한다. 시월이 가기 전, 비대해진 감정의 겉치레를 털어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붙들고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할 수는 없다.
내일의 시월은 오늘처럼 속절없이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까칠한 숲의 풍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시월이었으면 좋겠다. 뭉클뭉클 가슴으로 들어오는 안온한 시월을 느끼고 싶다. 이제는 까닭 없이 쓸쓸하고 결핍했던 시월을 내려놓고, 조금은 가난한 시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비대해진 나를 보듬고 있기에는 시월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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