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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65773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5-05-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가시리
조율
레옹
도나도나
여백
아지트
셋 둘 하나
저자소개
책속에서
흥이 난 사람들이 하나둘 셔츠를 걷는다. 그들의 팔에 힘줄이 불끈 돋는다. 붉어진 힘줄은 금세 곁가지를 친다. 의식이 하나로 뭉치면서 노래는 구호가 된다. 어느 순간 박 선배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끊일 듯 이어지는 노래는 오월을 아파하는 애끓는 언어로 된 노래들이다. 각자의 심장으로 파고든 노래는 누군가에는 회한 섞인 눈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꺼지지 않은 울분이, 또 누군가에게는 이젠 잊고 싶은 아픔과 치유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 시간만큼은 노래만이 최선인 듯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바락바락 소리를 내지른다. 그들을 보며 건반을 누르는 혜교의 손에도 힘이 실린다.
참, 가슴 시린 밤이다. - 「조율」 중에서
누구에게든 이곳은 그런 의미의 장소가 된다. 형체도 없이 사라진 젊음을 되돌릴 그런 시간을 맞이하고 보낸 듯, 마음이 고요해지는 의미의 장소. 그렇듯 사직동 ‘통기타거리’는 퇴근길에 오가다 들리는 단순한 장소의 개념으로는 부족하다. 땅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에 몸이 오슬오슬 떨릴 때 따뜻한 어묵 국물이 생각나 찾는,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오가는 그런 술집이 아니다. 이곳 통기타거리는, 사방에 널브러져 편하게 듣던 음악이 온종일 스멀스멀 귓전에 남아 앵앵거릴 때, 지난 날 음악에 빠져 살던 시절을 떠올린 뒤 퇴근 후 들러야겠다고 불현듯 맘먹거나,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 술에 불콰해지면 문득 우리 거기 갈까, 향수처럼 뭉쳐 택시를 잡아타고 오는 곳이다. 삶의 애환을 녹여내는 얘기도 있지만, 무작정 음악을 듣고 취하거나, 직접 하거나, 지난 시간에 젖어 술기운과 추억이 합세하게 되는 곳.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표정은 의기양양해지고 우쭐해져 몸을 으스러트리듯 즐기게 되는 곳.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걸 되새길 이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얼굴이 되는 곳. 바로 ‘통기타거리’이다. - 「아지트」 중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조율이 고개를 젓는다.
뒤풀이 장소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던 뮤지션들이 사직공원의 무성한 숲을 쳐다본다. 싱그러운 초록 잎 위에 분홍 물감을 뿌려놓은 듯 반짝반짝 윤이 난다고 해서 실크 트리라고도 불린다는 자귀나무로 시선이 모인다. 꽃처럼 보이는 수술이 지고나면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그 즈음이면 우수에 젖은 나그네 습성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들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길 기원하듯 자귀나무를 우러러보는 뮤지션들의 눈빛에 간절한 염원이 담긴다
- 「에필로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