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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정신을 찾아서

광주정신을 찾아서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엮은이)
시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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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정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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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광주정신을 찾아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시조집
· ISBN : 9788956657813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5-07-17

책 소개

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으로부터 제45주년이 되는 해이다. 사람들은 광주에 찾아와서 ‘민주 평화 인권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소망하고 확신하며 그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우리 내부에 잠재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목차

책을 펴내며 _ 서연정 / 4
수록작가 / 6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광주정신 지상 시서화전 / 11

5·18 제45주년을 기념하며 _ ‘광주정신’의 역사성·현재성·영원성 _ 김준태 / 38

강경화 망월동에서 / 50
강대선 설 대목에 / 51
강성남 오지 않는 봄날 / 52
강성재 오월 꽃등 / 53
강성희 운동화 / 55
강원산 빈집 / 56
강태산 민주의 땅 / 57
고경자 무등이 붉어질 때 / 58
고미선 5월의 소리 / 59
고정선 5·18, 우리 이날은 / 60
곽호연 망월동은 아직도 선잠 잔다 / 61
권현영 록크라이밍 / 62
김강호 전일빌딩 / 63
김교은 오월의 씨앗 / 64
김기평 어쩌다, 분재 / 65
김난옥 대한민국 / 66
김미진 5·18 아웃사이더의 고백 / 67
김선일 빛고을 기상 / 68
김수진 5월의 이름으로 불러 보는 민주여 / 69
김승재 오월 장미 / 70
김영자 광주의 세레나데 / 71
김옥중 득음得音 / 72
김 종 배중손 생각 / 73
김진혁 오월, 뿌리내리다 / 75
김현경 이팝나무 / 76
김현장 경계의 해체 / 77
김화정 아가야 / 78
나관주 대한민국 / 79
노창수 무등산 솔방울 / 80
노태연 오월 광주 / 81
문제완 화정동 국군 통합병원 / 82
문주환 그, 오월 / 83
박래흥 소년의 칼날 눈빛 / 84
박성민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 85
박성애 아카시아꽃 / 86
박정호 말바우 지나며 / 87
박정희 가시장미 / 88
박진남 광주정신 / 89
박현덕 無等을 생각하며·5 / 90
백학근 불 밝혀라, 광주여 / 91
서연정 눈물 광주 / 92
손형섭 금남로에서 / 93
송선영 귀성록歸省錄 / 94
안천순 그날은 자비의 날이었다 / 95
양기수 그 사람들이 광주사람들이여 / 96
여동구 미화요원의 일기 / 98
염창권 저, 두메 / 100
오미순 꽃의 기도 / 101
오재열 진혼곡 / 102
용창선 5월의 노래 / 104
윤춘홍 그해 겨울 / 105
유 헌 무등산 / 106
윤갑현 합수 윤한봉 생가에서 / 107
윤삼현 무등을 읽다 / 108
이경로 그날의 진실 / 109
이광호 아픈 열매 / 110
이구학 이주移住한 천불천탑 / 111
이금성 우리 가는 길 / 112
이명희 해마다 오월이면 / 113
이문평 촛불의 심장 / 114
이상호 매화꽃 / 115
이성구 취모검 / 116
이소영 그날의 기억 / 117
이송희 그때 그 소년 / 118
이재창 光州에 관하여 / 119
이전안 무등산에 관하여 / 120
이한성 5·18 광주 / 121
임성규 난민 / 122
임순희 광주호 / 123
전원범 오월 / 124
전학춘 눈 덮인 무등산 / 125
정경화 이팝꽃 필 때 / 126
정문규 오월 광주光州 / 127
정혜숙 그날 / 128
조민희 무등 서설瑞雪 / 129
조윤제 오월의 모다깃비 / 130
차상영 별이 되어 잠든 님 / 131
최문광 29만 원 먼 여행 / 132
최미선 이슬 / 133
최양숙 당신은 오월에 맞춰져 있다 / 134
최정애 갈피끈을 넘기며 / 135

서화 작가 약력 / 136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원 약력 / 137

저자소개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엮은이)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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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광주정신’의 역사성·현재성·영원성
-생명과 평화와 공동선共同善 추구


김준태(시인, 前 조선대교수, 5·18기념재단이사장)


‘광주정신’(Gwangju Spirit or Gwangju Espirit)은 무엇인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그리고 오늘과 내일...미래의 역사 속에서 그의 패러다임 혹은 영원성은 무엇인가.

1980년 5·18항쟁 당시, 국내 언론은 신군부 계엄사의 보도지침에 따라 ‘광주’라는 고유 지명 뒤에 ‘사태’를 붙여 ‘광주사태’라는 복합명사를 만들었다. 반면 외신은 ‘Free Kwangju(자유의 광주)’ 혹은 ‘Kwangju Uprising(광주봉기)’이라고 Kwangju라는 고유명사 앞뒤에 Free라는 형용사를 수식으로 놓거나 Uprising이라는 명사를 붙여서 당시의 광주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아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자유의’ ‘봉기蜂起’의 뜻을 가진 Free와 Uprising을 붙여서 ‘광주’와 광주시민들에 대한 뉴스, 나아가 내적 외적 상황과 광주항쟁이 의미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또는 보다 커다란 의미망意味網·Semantic Network을 풀어서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어떤 외신에서는 ‘Kwangju Incident(광주사건)’라고 표기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신은 그들이 누리는 ‘탐사보도’를 통하여 ‘Kwangju Uprising(광주봉기)’이라고 명명하면서 당시의 뉴스를 전하고 있다. 이후 항쟁 관련 전문 책자들도 자연스럽게 ‘광주시민항쟁 혹은 광주민중항쟁’으로 ‘오월광주’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역사적 사건을 기록할 때 그 명칭은 대단히 중요하다. 결국 사건의 모든 과정과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은 하나의 코드 혹은 하나의 아이콘 안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5·18광주항쟁도 그렇다. 당시 국내 뉴스매체는 모두 계엄사의 검열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항쟁의 정신과 본질을 왜곡·격하시키는 단순한 ‘사태’로서의 광주만을 보여주려 했다. 학살을 자행한 계엄군을 향해 벌떼처럼 일어난 시민들을 ‘폭도’라고 규정함이 우선 ‘사태’라는 말과 음험하게 맞닿아 있는 것이다. ‘폭도’라는 말은 일제 식민통치자들이 갑오동학혁명과 한말의병투쟁, 35년간의 조선반도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민중들에게 붙인 식민통치언어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외신과 광주항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항쟁기의 시민들을 프랑스혁명기의 파리 시민들과 같이 보고 있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사랑)의 정신으로 무장된 1789년의 파리 시민들. 그들 속에서 솟아 나왔던 시민혁명의 의미와 에너지가 1980년 5월 광주에서도 발현된 것으로 보고 광주항쟁을 전시민적 봉기로 뉴스화한 것이다.

따라서 광주항쟁은 광주시민봉기로 규정되어지면서 ‘광주정신’으로 회자된 것이다. ‘광주’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오늘의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가 지향하는 또는 지양하고자 하는 보편적 가치와 문화 즉 공동선共同善과 공동체문화 등을 10일간의 항쟁과 그 이후 계속되는 항쟁 속에서 줄기차게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광주가 보여준 위대한 시민정신은 먼 옛날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우리들 몸과 마음속에 내재되어왔던 생명존중, 인간에 대한 존엄사상에서도 찾아질 수 있기에 그 보편적 가치가 크게 인정되는 것이다.

5·18광주항쟁이 그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잉태·생산한 ‘광주정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도시 전체가 계엄군에 완전 봉쇄되고 모든 언론이 멈추고(신문제작과 방송이 정지되고), 버스와 기차, 비행기가 차단되고, 시외통화도 불통되고, 절해고도와 같이 봉쇄되었어도 시민들에게는 생필품이 바닥나지 않았다. 서로 나눠 먹고, 나눠 입고, 나눠 사랑하고, 시민들끼리는 하나같이 운명공동체, 시민공동체, 자치공동체, 생명공동체, 예술공동체를 이뤄나갔다. 죽음과 죽임의 직전에서도 함께 피와 눈물과 땀으로 20세기의 신화와도 같은 ‘공동체문화’를 생산해낸 것은 당시 광주시민들이 이룩한 5·18항쟁의 가장 위대한 성과이며 금자탑이고 정체성(아이덴티티)이다.

신군부의 정치적 야욕과 계엄군의 거대한 폭력 앞에서 ▲민주주의 사수 ▲자발적으로 전개한 시민공동체문화의 생산과 발현 ▲사람존중과 인간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승화시킨 생명문화의 존중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한’ 숭고한 정신 ▲극한상황에서 적어도 시민들끼리는 절도·강간·살인 등의 범죄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헌혈과 생필품 나눠 갖기 전개 ▲한반도의 모든 비극의 DNA는 분단에서 비롯됐다는 자각과 깨달음이 되살아나면서 ‘오월에서 통일로’ 가는 통일운동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저강도정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운동의 출현 ▲불교·천주교·개신교·민족종교 간의 종파를 초월하는 참된 나라를 위한 종교운동 ▲민족민주인간화를 부르짖으며 출발한 교육운동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문학·출판·미술·음악·연희 등 예술의 각 장르가 함께한 경계를 허무는 문예운동 혹은 예술운동으로 5월 광주는 로컬섹티즘이 아닌 한국의 어느 지역,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서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특히 시민사회의 도덕적 모럴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내일에의 전망과 전범을 제시하고 있다.

항쟁 당시에 써서 노래한 나의 시 「밤 10시」와 「금남로 사랑」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에서 몇 대목을 옮기면서 1980년 그날의 광주정신을 들여다보려 한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 나는 이것을 ‘해체주의’로 번역한다)이 횡행하는 한국사회 속에서 광주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면서도 일찍이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공동선共同善’을 우리들 모든 사람들(혹은 것들)의 문화 속에서 거듭하여 보편적 가치로 영원히 자리잡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밤 10시」는 1980년 5월 20일, 광주시민들이 금남로 1가에서부터 5가까지 20여만 명이 쏟아져 나와 전 시민적으로 자유와 생명을 외쳤던 그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이날은 택시 기사들이 자기의 전 재산인 택시를 계엄군에게 제물로 바친 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금남로 사랑」은 5·18광주항쟁 10일간, 남녀노소가 함께한 광주의 ‘찬란한 오월’을 노래한 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간공동체문화(혹은 두레공동체, 운명공동체, 절대공동체, 대동세상)가 재현된 자유의 광주Free Gwangju가 아름다운 봄날로 승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계엄군의 진압·봉쇄작전 속에서도 어깨와 어깨를 하나로 합한 시민들에게는 고향의 봄날처럼 인심이 천심이었다. 이것은 바로 광주항쟁의 덕목 중에서 최고의 덕목으로 회자된다. 장문으로 된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항쟁 바로 직후, <전남매일신문>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광주항쟁을 최초로 서사화한 그러면서도 선언manifesto이 담긴 시다. 때로 시는 전통적 서정시의 형식을 버리고 증언하는, 고발하는, 기록하는, 선언시로 노래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당시 나는 불의에 맞서 온몸을 던지는 광주시민들과 엑스타시(접신)된 상태에서 불같이 이 시를 썼던 것 같다.

밤 10시

어둠 속에 불기둥이 솟고 있었다
끝없는 아우성 소리 밤바람 소리
더욱 참혹하게 일어서 달리는
사랑과 평화와 자유의 갈증들
아아, 밤이었다 불 꺼진 밤 10시
텅 비어 있는 죽음과 죽음 속에
가득히 담겨 소용돌이치고야 마는
저 역사에 대한 명백한 진리의
어둠 속에 부서진 라디오와
눈덩이처럼 얼어붙은 별빛이 뒹굴고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비겁하지 않았다


금남로 사랑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달맞이꽃을 흔들며 날으는 물새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입술이 젖어 있었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보리피리를 불고 있었다
어린애와 나란히 출렁이는 금남로
어머니와 나란히 밭으로 가는 금남로
아버지와 나란히 쟁기질하는 금남로
할머니와 나란히 손자들을 등에 업는 금남로
할아버지와 나란히 밤나무를 심는 금남로
누이와 나란히 감꽃을 줍는 금남로
금남로는 민들레와 나비떼들의 고향이었다
그리움의 억세디 억센 끈질김이었다
그래, 좋다! 금남로는 멀리
청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 좋다!
금남로는 가까이 마을로 찾아가는 길
금남로는 어머니의 젖가슴이었다
우리가 한때 고개를 파묻고 울던
어머니의 하이얀 가슴이었다.


아아 光州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파묻혔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은
또 어디에서 입을 벌린 채 누워 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또 어디에서
찢어져 산산이 조각나 버렸나

하느님도 새떼들도
떠나가버린 광주여
그러나 사람다운 사람들만이
아침저녁으로 살아남아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통곡뿐인 남도의
불사조여 불사조여 不死鳥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있을 때
그러나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아, 자유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아아,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
때로는 파도처럼 밀리고
때로는 무덤을 뒤집어쓸지언정
아아, 광주여 광주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아아, 온몸에 상처뿐인
죽음뿐인 하느님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
더 이상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
더 이상 우리들의 아이들을
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
정말 우리들은 아주 죽어버렸나

충장로에서 금남로에서
화정동에서 산수동에서 용봉동에서
지원동에서 양동에서 계림동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아아,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아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무섭구나
무서워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여보, 당신을 기다리다가
문밖에 나가 당신을 기다리다가
나는 죽었어요......그들은
왜 나의 목숨을 빼앗아갔을까요
아니 당신의 전부를 빼앗아갔을까요
셋방살이 신세였지만
얼마나 우린 행복했어요
난 당신에게 잘 해주고 싶었어요
아아, 여보!
그런데 난 아이를 밴 몸으로
이렇게 죽은 거예요 여보!
미안해요, 여보!
나에게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나는 또 당신의 전부를
당신의 젊음 당신의 사랑
당신의 아들 당신의
아아, 여보! 내가 결국
당신을 죽인 것인가요?)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가
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다시 넘어오는
이 나라의 하느님 아들이여

예수는 한번 죽고
한번 부활하여
오늘까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
그러나 우리들은 몇 백 번을 죽고도
몇 백 번을 부활할 우리들의 참사랑이여
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
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튼튼하구나
지금 우리들은 더욱
아아, 지금 우리들은
어깨와 어깨 뼈와 뼈를 맞대고
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
아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을 입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져 갈 청춘의 도시여
지금 우리들은 확실히
굳게 뭉쳐 있다 확실히
굳게 손잡고 일어선다.
- 전남매일신문. 1980년 6월 2일자.

과거는 미래다Past is future. 상기한 시편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광주정신’은 시민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랑과 평화와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죽음으로써 죽음을 물리치고 /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하는 ‘불사조’의 정신을 가지고 싸웠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영원한 깃발’이며 ‘꿈’이고 ‘십자가’이면서 앞으로 광주뿐만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 내일의 통일된 코리아, 그리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청춘의 도시’로서 거듭나야 할 광주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보통명사가 된 ‘광주’는 이제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의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또 다른 ‘광주들many of Gwangju’ 앞에, 혹은 ‘광주들’ 속으로 들어가 서로 같이 1980년 5월의 그날처럼 아파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보다 아름다워져야 하는 것이다. 성스러워져야 하고 인류의 보편적인 진리와 가치인 나눔과 베풂, ‘사람생명’을 모든 이데올로기에 앞서 상위개념으로 놓으면서 오늘과 내일 속에 역사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나눔과 베풂은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1998.노벨경제학상 수상)’이 강조한 것처럼 오늘의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생명철학의 통로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바로 이 서로 간에 함께 나눔과 생명존중의 철학이 광주정신의 최고의 덕목이며 문자 그대로 미래를 위한 미션이며 패러다임으로 간주된다. 어쩌면 5월 그날의 광주는 한국 역사 혹은 세계의 역사 속에 한 알의 밀알로 떨어져 썩었다가 다시 뜨겁고 경건한 생명으로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Peace Keeper & Peace Maker’의 가슴 속에서 ‘양자역학量子力學’의 법칙으로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너와 나, 이웃과 이웃, 사회와 사회, 지역과 지역 사이를 이어주면서 에테르기氣 혹은 인류에로의 보편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고 있을 것이다. ‘광주는 영원하다’는 화두가 앞으로 더욱 큰 역사적 감동과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김준태(金準泰·Kim Jun-tae) 1948년 해남 출생. 1969년 전남일보·전남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월간《詩人》지로 나와 시집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지평선에 서서』 『달팽이 뿔』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Gwangju, Cross of Our Nation)』(영역시집) 『광주로 가는 길(光州へ行く道)』(일어판시집) 『물거미의 노래(Gesang der Wasserspinnen, Gedichte)』(독어판시집) 1995년 《문예중앙》에 중편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를 선보인 후 100편 액자소설 발표. 역서로 베트남전쟁소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세계문학기행집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펴냈다. 저서 60여 권. 고교교사, 언론계, 5·18기념재단 이사장 봉직. 광주대·조선대학 초빙교수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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