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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물
· ISBN : 9788957072844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12-06
책 소개
목차
1장. 모진 시절을 견디다
높이 날아 멀리 가라
외로운 소년
잠시 쉬는 바람
2장. 끝없는 탄압과 도피
폭풍 속으로
가시밭길
다래 먹고 머루 먹고
눈물 속에 피어나는 꽃
부안 변산에 꽃이 피네
3장. 동학혁명을 이끌다
고난의 행진
보은 땅에 봄이 왔네
타오르는 횃불
우금치에 떨어진 파랑새
새로운 세상을 향해
작가의 말
해월 최시형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1864년 1월 16일에 갑자기 국왕 철종이 죽는 바람에 정국이 혼란스러웠다. 철종의 뒤를 이어 열두 살이던 어린 고종이 임금으로 등극했지만 왕실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민란이 끊이지 않았고, 기근으로 굶어 죽거나 집을 나와 유랑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국가 경제는 갈수록 나빠져 회복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동학과 천주교의 교세는 날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동학은 의지할 곳 없는 국민에게 캄캄한 밤중에 빛나는 등불의 역할을 했다. 너도나도 동학도가 되면서 그것을 따르는 사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자 불안해진 전국의 사대부 양반과 유생들이 중앙정부에 동학을 단속해 달라는 상소를 올렸다. 중앙의 관료들은 법질서와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핑계로 동학을 탄압했다. 대신들은 정치적 신념을 뒤로한 채 왕실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정부 관료들 스스로가 정체성을 잃고 혼돈에 빠진 형국이었다.
해월은 생리적으로 일정한 곳에 장기간 거처하는 것을 피했다. 이런 지혜는 훗날 그에게 하나의 원칙이자 습관이 되었다.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되면 거처를 옮기는 습관은 그가 지하에 숨어 장장 30여 년이란 긴 세월 동안 혁명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 됐다.
1865년 4월 봄. 해월은 평해에 온 지 1년 만에 가족을 데리고 병풍처럼 둘러싸인 서쪽 태백산맥을 넘었다. 평해에 사는 동학도 황주일은 해월이 이곳에 계속 머물기를 간청했다. 해월은 황주일의손을 잡고 빙그레 웃었다.
“나도 자네와 함께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가 아닌가? 안주는 곧 죽음일세.”
해월은 백두대간 한가운데 솟구쳐 오른 일월산 아래 화전민 마을에 터를 잡았다. 이곳은 영양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다. 지명은 용화리 윗대치. 위기에 처했을 때 산자락을 타고 도주하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천혜의 요새 같은 곳이었다. 치솟은 산봉우리 사이로 손바닥 같은 하늘이 보였다. 여기가 바로 하늘 지옥, 천옥(天獄)이었다. 해월은 자진해서 지옥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짚신을 만들어 생계를 꾸려 갔다.
“내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요……. 모두 무사하길 바라오. 오늘의 고난을 잊지 말고 때를 기다립시다.”
해월은 강수와 김성문의 손을 붙잡고 작별 인사를 했다. 모두 숙연했다. 필사적으로 도주해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많은 도인이 피를 쏟고 죽어 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막혔다.
해월은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대강면의 정석현 집으로, 이필제는 김창화의 집으로, 강수와 김성문은 영춘에 있는 김용권의 집으로 각각 거처를 옮겨 농사를 지었다. 때마침 농번기가 다가오고 있어 이들은 농사일을 도우며 고용살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애초부터 신분을 감춘 터라 부지런히 농사일을 거들고 세끼 밥과 잠자리를 얻는 것에 만족하며 묵묵히 지냈다.
그러나 시련은 멈추지 않았다. 불행은 쉬지 않고 불어 대는 바람처럼 해월을 옥죄어 왔다. 잠시 조용하다가 성난 듯이 들이닥치는 불행이라는 이름의 바람이 해월을 강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