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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식 씨의 타격 폼

이원식 씨의 타격 폼

박상 (지은이)
  |  
자음과모음(이룸)
2009-08-26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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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식 씨의 타격 폼

책 정보

· 제목 : 이원식 씨의 타격 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4633
· 쪽수 : 282쪽

책 소개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박상의 첫 번째 소설집. 작가 박상은 소외된 소시민의 삶과 무질서가 하나의 질서가 되어버린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그들만의 극복 의지를 '유머'와 '웃음'이라는 코드로 그린다.

목차

1. 치통, 락소년, 꽃나무 (문학과사회 2006년 겨울호)
2. 이원식 씨의 타격 폼 (작가들 2009년 봄호)
3. 홈런왕 B (현대문학 2006년 4월호)
4. 연애왕 C (웹진 문장 2008년 5월호)
5. 외계로 사라질 테다 (웹진 문장 2006년 10월호)
6. 춤을 추면 춥지 않아 (자음과모음 2009년 봄호)
7. 가지고 있는 시(詩) 다 내놔 (미발표)
8. 체면 좀 세워줘 (문학나무 200년7 가을호)
9.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저자소개

박상 (지은이)    정보 더보기
10여 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소설 『이원식 씨의 타격 폼』, 『말이 되냐』, 『15번 진짜 안 와』, 『예테보리 쌍쌍바』 그리고 에세이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등을 내버렸다. 부산, 서울, 전주, 런던, 속초, 안드로메다, 게자리 같은 곳에서 태어나거나 생활했고 지금은 인천 어느 섬에서 적막하게 살고 있다. 아직 파산하지 않은 게 신기한 사람 경연대회에 나갈 뻔한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복권에 당첨돼 창작 밑천 3억이 생겼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했는데 아쉽게도 꿈이었다. 소설은 박상이 잘 쓴다고 믿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현실이 아니었다. 머리 아픈 날이 잦은 편이다. 그러나 내겐 12명의 독자가 남아 있다. 한 명은 이 소설을 다 읽기 전에 나를 부인할지도 모르지만 독자들에게 진 글빚을 다 갚기 전까진 미쳐버리지 않을 것이다. 카드빚 쪽은 당분간 좀 미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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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외출한 사이에 예비군 동대 직원이 다녀갔다. 그가 남긴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집에 없군, 개새끼. 어딜 나돌아 다니나. 돌아다닐 힘 있음 예비군 훈련에나 기어 나와. 박박 기게 해줄 테니까. 정신 차려. 새끼야, 어딜 보나. 차렷, 동작 봐라. 고발당하고 울면서 벌금 내고 싶지 않으면 예비군 동대에 눈썹이 휘날리게 전화해.’
그리고 각종 고지서들도 침투해 있었다. 모든 고지서들은 내가 들어서자마자 목을 조르며 한결같이 곱지 않은 말투로 나를 힐난했다.
‘요놈 봐라. 전기 콘센트에 네놈 물건을 꽂았으면 화대를 내야 될 거 아냐? 보일러 땠으면 화끈하게 가스비를 내! 빨래를 했으면 수도료도 깨끗이 빨아줘야겠지? 아팠냐? 의료보험료도 아파. 아, 요 새끼 연금도 안 냈네? 안 늙을 줄 아는 모양이지?’
나는 통지서와 고지서들을 72등분으로 찢어버렸다. 고통스러워! 이런 열등한 수사학에 무식한 문장들! 나는 성에 안 차서 그걸 다시 157등분으로 찢어 놓았다. 그래도 성에 안 차서 막 365등분으로 찢으려고 하는데 또 불친절한 치통이 시작되었다. 나는 찢던 종이들을 공중에 흩뿌리며 쓰러졌다. 눈처럼 휘날리는 의무들 아래에서 나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 빌어먹을, 아 빌어먹을 의무, 아 빌어먹을 삶!’
돌팔이 같은 치과의사가 치통 따윈 느낄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 느끼는 이 고통이 치통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돈 없는 자에겐 고통이 의무라도 된단 말인가?


자 드디어 기다렸던 타격 폼 이야기다. 안 기다렸다면, 부끄럽다.
이원식 씨의 타격 폼은 정말 웃겼다. 엉덩이를 빼고 짧게 움켜쥔 방망이를 귀 뒤에 바짝 붙이고 눈빛은 절실하게 투수의 눈망울을 보고 있는 그 폼은,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푸훕!’ 하는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앞쪽으로 한껏 숙인 채 헬멧 챙 안쪽으로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불쌍한 표정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끄윽끅끅’ 하면서,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진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은 크하하, 우히히, 푸핫 등등처럼 소리 내는 단계를 거치기 전에 속에서 터져버리는 엄청난 폭소였다.
그가 헛스윙이라도 하면 어김없이 헬멧이 벗겨지면서 그의 불쌍한 표정이 활짝 드러났다. 그 표정을 한 번이라도 본 투수는 그 다음부터 컨트롤이 흔들렸다. 컨트롤이 완전히 왜곡돼버려 타자로 전향하는 녀석도 있을 지경이었다.
이원식 씨는 그런 식으로 투수를 교란해 내야 땅볼을 치고 1루까지 미친 타조처럼 뛰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새끼는 백 년이 넘어가는 한국 야구사에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이원식 씨는 잘 자빠졌다. 안타성 타구를 때려놓고도 자빠지는 바람에 아웃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수비수들도 이원식 씨가 자빠지는 모습을 보면 제대로 수비하기 힘들어했다. 야구는 진지한 자세로 해야 한다는 통념을 허무는, 아예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태도 자체를 허무는 그 무언가를 이원식 씨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원식 씨를 타박하지 못했다. 이원식 씨는 달리다 넘어져 아웃되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지으며 홈에서 1루까지 가는 주루선상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야구를 하는 세상의 어떤 새끼보다 진지했던 것이다. 간혹 주루 플레이를 하다 베이스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해서 간발의 차로 세이프가 선언되는 경우에 다른 사람 같으면 타이밍 좋은 슬라이딩이었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원식 씨가 하면 뛰다가 베이스 앞에서 운 좋게 자빠지는 모습으로만 보였다.
“저 놈은 이제 조금 야구를 알기 시작한 것 같군.”
감독은 그때부터 그를 자기 새끼처럼 좋아했다.


자네는 내가 본 중에 가장 훌륭한 벤치워머였어. 자네는 기본적으로 엉덩이가 크고, 한 번도 벤치에 앉아 있는 자세를 흐트러뜨린 적이 없지. 다른 팀의 잘 나간다는 벤치워머들도 7회쯤 되면 어깨를 뒤틀고 허리를 한 번씩 돌려주는 습관이 있지. 그런 습관은 참 고치기 힘들어. 체력이 바탕이 되어주지 않는 한. 내가 보기에 자네 체력은 타고난 것 같아. 감독이 장님이라 자네 같은 훌륭한 선수를 퇴출시키게 된 건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야. 내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봐, 양파를 끝까지 까면 뭐가 나오는지 아나? 끝까지 깐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나? 먼저 껍질을 까고 그 다음에 나오는 매끄러운 면을 까고 그 안의 매끄러운 면을 또 까는 거지. 그러다가 맨 끝에 뭐가 나오는지 알아?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틀린 말이야. 맨 끝엔 무엇인가 나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 끝. 그 절정의 공허, 그 쾌락적이고 퇴폐적인 공허 말이야. 사람들은 야구장에 와서 열심히 야구장 김밥을 사 먹고 열심히 치어리더들의 팬클럽을 만들지만, 결국 그것은 양파를 까는 것과 같다는 거지. 그 공허를 즐기고 있다고. 알겠어?
내가 이야기를 끝내자, 위로가 되는 듯한 표정을 지을 줄 알았던 알렉스 원식 리가 반대로 버럭 외쳤다.
다 아는 얘기 양파 까지 말고 저리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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