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99242531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5-11-25
책 소개
목차
[1954년 초판 서문]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하카식 쌀국수 간식, 비타이박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내지인의 고급 음식, 사시미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달콤하게 마시는 차, 동과차
본섬의 양식, 타이완식 카레
마음을 나누는 음식, 스키야키
연회 후에 먹는 탕, 잔반탕
새해 음식, 타우미
짭조름한 케이크, 셴단가오
뤼찬의 노점에서 먹는 간식, 팥빙수
[1970년 재출간판 후기] 어머니의 기억, 아오야마 요코
[1990년 타이완판 역자 후기] 버드나무 작은 집에서 만든 국수, 왕첸허
[1990년 타이완판 편집자 후기] 고인과의 약속, 우정메이
[2020년 신역판 역자 후기] 우리 둘의 고하쿠, 양솽쯔
[한국어판 역자 후기] 번역과 중역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 김이삭
[1938 타이완 종관철도]
리뷰
책속에서
도시코 새언니가 자료를 하나 더 꺼냈다. 이번에는 해군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수염을 지닌 군관이었다.
“이분은 스즈키 선생님이야. 시라토리 선생님의 외조카가 추천해주셨지. 친우의 전우래…….”
내 비참한 조건을 고려한 결과일까. 대다수가 키 큰 중년 남성이었다. 재혼이거나 머리숱이 별로 없는 남성들. 젊은 사족이라도 아주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밥상을 뒤엎을 놈처럼 보였다.
“이분은 아무로 선생님이야. 아키코 이모님이 소개해주셨지. 지방 직업학교인 에도가와의 교장 선생님이 아끼는 제자란다…….”
나는 네 번째 보타모치를 먹었고, 차도 남김없이 마셨다.
배가 불렀다. 역시 한 번에 네 개나 먹는 건 무리였어.
몸을 뻗어 장지문을 열고는 하루노를 불렀다. 영국 홍차와 같이 먹을 만한 비스킷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미쓰코 언니가 버럭 화를 냈다.
“치즈코! 조금 전에 지라시즈시 2인분을 혼자서 먹지 않았어?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너는 이 후보들을 탓하지 말아야 해. 나이 들어 마음이 넓은 남자가 아니라면, 요괴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할 거야!”
“미쓰코 언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흠, 별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소설을 쓰러 갈게요.”
“거기 서. 여자의 결혼은 자고로 가장이 정하는 거야. 치즈코, 네가 이렇게 자꾸 피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아버님께 결정해달라고 할 거야.”
“어, 미쓰코 언니.”
“실례하겠습니다.” 반쯤 열린 장지문 너머에서 하루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무릎을 꿇고 기어 온 하루노가 전해준 건 홍차도, 비스킷도 아닌, 아주 정교하게 장식된 편지봉투였다.
- ‘짭짤한 씨앗 볶음, 과쯔’ 중에서
샤오첸의 젓가락이 큰 접시로 향했다. 첫 번째 완자부터 시작해 투명한 완자, 고기 피 완자, 양념에 재운 완자, 아삭한 완자, 토란 완자 순서로 먹었다. 그런 뒤에는 같은 순서로 한 번 더 먹었다. 다시 같은 순서로 세 번째로 먹고는, 탕을 마시고 무절임을 먹었다. 그런 뒤 같은 순서로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떡 벌렸다. 우아함과 속도를 겸비한 모습이었다. 샤오첸은 커다란 접시 안에 담긴 완자를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솔직히 말하면 나조차도 의심스러웠다. 나의 또 다른 요괴 짝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샤오첸! 이건 운명적 만남이에요!”
나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거침없이 내뱉었다.
“우리 함께 타이완을 구석구석 돌면서 미식을 즐겨요!”
샤오첸은 좀 놀란 듯했지만, 곧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이 작은 가옥을 가득 채웠다.
아, 남국이여, 섬이여, 타이완이여!
- ‘황마의 어린잎으로 끓인 탕, 무아인텅’ 중에서
타이완섬은 제국의 남쪽 식민지이자 제국의 첫 번째 식민지였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두 문화가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에 큰 흥미를 느꼈다. 내지에만 머물렀던 내지인과 본섬으로 이주한 내지인, 본섬에서 태어난 내지인, 본섬에서 태어나 제국 현대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자란 혼토진, 유학 혹은 취업으로 내지로 간 혼토진. 이들은 세세한 부분에서 각자의 교양과 기질의 차이를 드러냈는데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이제껏 글로 쓰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혼토진들을 구경하는 데에 매료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일개 청년에 불과했고 소설가였기에 정치인이나 학자의 재능은 갖추지 못했다. 주제넘을 정도로 위대한 야심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보고 들은 걸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아니면 순간의 진실한 감정을 기록하거나.
그런데 진실한 감정이라는 건 대체 뭘까?
제국의 ‘남진’, 제국의 ‘국민정신 총동원 운동’ 은 식민지에서 천황국의 동화 운동이 되었다. 이건 사람들이 저마다 지닌 서로 다른 문화와 교양을, 그 흔적을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다. 그렇지 않나? 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항과 혐오의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바로 지금처럼.
- ‘다진 돼지고기 조림, 러우싸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