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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6118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거기, 여우 발자국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람의 것이 아닌 발자국이 보이는지 먼저 살펴주세요. 절대 발자국을 따라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발자국이 보이지 않을 때만 들어오세요. 손님뿐 아니라 카페 직원 관계자분들도 주의해주세요. 예외는 없습니다.’
우필의 방을 뒤덮은 이 괴상한 발자국들은 좀 전에 그들이 남긴 것이 분명했다. 예전에 우필이 본 여우 발자국도 이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남아 있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 정체가 뭐지? 정체가 뭐건 간에 자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니 책임을 느꼈다. 실은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우필은 깨닫지 못했다.
언제나 호기심이 사람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만든다. 운명은 가끔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자주 그 사실을 잊곤 했다.
(본문 76쪽)
“됐어요. 나 이제 학교 가야 해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 내가 잠든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방문을 열어보면 안돼요. 알았죠?”
“점점, 네가 자잘한 비밀이 특별히 많은 십 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강 이해는 하겠는데 그래도 수상쩍게 들린다는 거 알아?”
“오빠, 이 조건은 아주 중요한 거예요.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지금 말해요. 다른 살 곳을 찾아볼 거니까.”
“가출 선언이야? 알았어. 주의할게.”
“약속했어요.”
“그래. 약속했어.”
“사는 데 싫증났어요?”
“그렇진 않아요. 그냥 버둥거리며 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누구나 삶이 익숙해지면 기나긴 권태로운 시간만 남는 법이죠. 어느 것도 예외 없이요. 별도 달도 구름도 하늘도 다 그래요.”
“그들은 남아 있는 억만 겁의 시간을 헤아리며 소요해야 하지만 우리 세계의 시간은 그렇게 하염없이 남아 있지 않으니 마음을 달리 먹어봐요. 어떤 이야기도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