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

'이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던 거울임에 틀림없어.'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마법의 거울' 앞에 섰을 때처럼 일그러졌다. 벌써 수십 년 동안 사람을 비추지 않아서, 사람을 어떻게 비춰야 하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주위의 테두리에는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얇은 꽃잎을 빼곡히 매달고 있는 넝쿨장미와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하는듯한 용이 거울을 감싸고 있다. 하나의 꽃잎과 비늘까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는 것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거울의 테두리를 만져보았다.
그 순간, 신음소리인지 메아리인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려 퍼졌다.
"후 아 유?"
그것이 영어의 "당신은 누구지Who are you?"라고 들린 것은 어제 영어학원에 가지 않아서일까?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테·루·미."
거울 안쪽은 한순간 조용해지더니, 다시 메아리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일 텔 유I'll tell you." - 본문 43~4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