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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개신교) 신앙생활 > 간증/영적성장
· ISBN : 978895731904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4-09-2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1부. 어쩌면 인생을 뒤바꿀 두 단어
1장. 환난 속의 임재
2장. 안전하진 않지만 선하신 하나님
3장. 믿음과 의심의 중첩
2부.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들
4장. 내 뜻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
5장. 겉으론 괜찮은 척, 속으론 흔들리는 믿음
6장.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고집
3부. 내 삶 속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7장. 여기, 지금부터 시작되는 변화
8장.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
9장. 두려움 너머로 나아가는 모험
10장. 믿음으로 걷는 길만 당신의 것이다
당신을 위한 기도
감사의 글
미주
책속에서
그해 여름 내내 비난과 원망의 안개가 내 시야를 가렸다. 나는 여러 교회를 떠돌며 이름 없이 예배에 참석하고, 때로는 임시직으로 연명했다. 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하나님께 화가 났다. 갓 시작된 내 목회 이력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밟아 무너뜨리시는 것 같아 실망이 무척 컸다. 내가 그린 청사진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삶의 모든 것이 그토록 갑작스럽게 무너졌다는 충격에, 하나님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힘도, 의지도 없었다. 믿음을 저버리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과 거리를 두고 오로지 내 힘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애썼다.
생계를 위해, 자포자기한 채 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회 자리를 받아들였다. 모교회에서 쫓겨나게 된 내 교만과 독선을 외면한 채, 내면을 성찰하기보다는 주위 상황을 탓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골짜기가 실제로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거의 알지 못했다. 다음 교회에서 내 임기는 정확히 1년간 지속되었고, 다시 한번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나는 망연자실했다.
교회에서 해고된 후 나는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식당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과 점심을 팔며 일했다. 목회 사역과 관련된 일은 뭐든 하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하나님이나 그분과의 관계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목사가 되라는 부르심을 포기한 것이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하나님을 섬길 다른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적어도 나 자신에겐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교만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고,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주님으로부터 어떤 복도 기대할 수 없었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1년 동안 깊은 골짜기에서 살면서, 식당 손님들을 성실히 섬기고 부모님의 사업이 성장하도록 돕는 데 힘썼다.
아무런 열망도, 자격도 없다고 여기던 때 우연히 청교도 리처드 십스를 만났다. 그는 《상한 갈대의 회복》에서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라는 이사야서 42장 3절을 깊이 묵상한다. 상하고 낙심한 이들, 간신히 그 불꽃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긍휼을 붙들고 나는 고민했다. 과연 하나님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긍휼을 베푸실까? 정말 나를 버리지 않으셨을까?
하지만 내가 처한 이 깊은 실망의 골짜기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내 삶은 하나님의 축복이나 은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나님은 나의 부르심이란 갈대를 꺾고 희미한 불꽃을 아예 꺼버리신 것 같았다.
그분의 섭리로 하나님은 나를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로 이끄셨다. 다니엘서 3장을 읽으며, 나는 발음하기 힘든 세 젊은이가 보인 확신에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처형당할 위기 속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에 맞서 하나님께 충실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일 그럴 것이면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우리 하나님이 우리를 극렬히 타는 풀무 가운데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의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단 3:17-18, 개역한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Even if). 이 구절이 내 의식을 뜨겁게 파고들었다. 외롭고 자격 없고 잊혔다 느껴지더라도 계속 하나님과 동행하라고 나를 재촉했다.
본문을 연구하면서 이 선언이 성경 속 수많은 증인의 삶을 통해 울려 퍼졌음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각 이야기로 나를 빚어가심을 보았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 은혜로 얻은 새 결심을 품고 나는 선언했다. “다시는 목회하거나 설교하지 못해도 하나님을 예배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충분히 하셨고 예배받기 합당하십니다. 내 삶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들어가며
이 책은 골짜기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고군분투하는 이들,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가느다란 희망으로 믿음에 매달린 현실적 낙관주의자들을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골짜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나 역시 인생의 골짜기를 피하는 설명서나, 믿음을 살리고 절망을 해소하는 마법의 주문을 찾아서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그저 다른 이들과 함께 골짜기들을 헤쳐 나오며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것들만 나눌 수 있을 뿐이다.
당신이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든—절망 속에서든, 마지못해 호기심에서든— 우리는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축축하고 어둡고 으스스한 깊은 골짜기, 잊힘과 고립의 장소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현실이 되었다. 골짜기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그곳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다른 모든 것을 높이 솟은 산꼭대기처럼 보이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골짜기 한가운데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고민 중일지도 모른다. 실직, 암 선고, 뜻밖의 사고, 사역 실패, 잃어버린 자식, 친구의 배신, 좌절된 꿈으로 인한 실망, 팬데믹…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하고 구원의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것이 골짜기의 삶이다.
어떤 이들은 골짜기에서 완전히 무너진다. 급소를 강타당한 후에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지칠 대로 지쳐 버틸 힘을 잃고, 자신의 처지는 물론 절벽 위에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마저 시기한다.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려 겹겹이 방어 전략을 짠다. 모험을 중단하고 삶의 모든 세부사항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해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누구도, 무엇도 다시는 자신을 상처 입히지 못하게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패배를 인정하는 그곳에서, 어떤 이들은 새로운 삶을 발견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들을 “두 번째 산의 사람”이라고 부른다. 골짜기로 밀려났다가 두 번째 탄생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고난이 그들을 지혜로 이끌고, 그 지혜는 다시 섬김으로 이어진다. 광야는 그들을 중요하고 성숙한 방식으로 깨뜨
린다. 그들은 새로운 차원의 결심과, 알지 못했던 깊은 힘이 저장된 곳을 발견한다. 자아를 초월하고, 믿음은 생명선이 된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실망과 좌절, 혼돈은 오히려 하나님을 예배하는 깊은 믿음의 밑거름이 된다. 그렇게 광야는 헌신의 탄생지가 되는 것이다.
들어가며
하나님은 때로 우리가 불을 겪게 하신다. 어려움이나 불확실함(인생의 불들)에 직면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상황을 바꾸려 한다. 하나님께 불을 꺼달라고, 열기를 낮추거나 왕의 마음을 바꿔달라고, 풀무의 문을 닫아달라고 구한다.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더 아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바꿔 달라고 얼마나 자주 구했던가?
이런 사고방식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누군가와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를 떠올려보라. 받은 조언 대부분은 상황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와 관련됐을 것이다. 아마 관계를 끊고 부정적인 것에서 벗어나라고 제안했을 수도 있다. 혹은 다르게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적했을 수도 있다. 우리가 받는 조언 중 “인내하며 견뎌내라”는 내용은 거의 없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불을 지나게 하심으로 그분의 능력뿐 아니라 임재를 체험하게 하신다. 괴로움 속에서 우리와 함께 계심으로 그분의 돌보심을 보여주신다. 고난 없는 삶을 만들어주는 요술램프의 지니가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사 관계로 부르시는 하나님으로서 그렇게 하신다.
가장 힘겨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를 선언할 기회를 갖는다. 한 손에는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확신을, 다른 손에는 그분이 그리 하지 않으실지라도 여전히 섬기리라는 결심을 들고서 말이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는 믿음과 불확실함 모두에 대한 선언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어려운 세상 속에서 우리 삶에 관심을 두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비록 하나님이 항상 우리 환경을 바꾸지는 않으실지라도, 그분의 임재는 불 속에서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1장. 환난 속의 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