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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57518083
· 쪽수 : 389쪽
· 출판일 : 2009-08-16
목차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피그 블러드 블루스
언덕에, 두 도시
로헤드 렉스
책속에서
문이 닫혔다. 아무도 타지 않았다. 역에서 멀어진 열차가 다시 속력을 내기 위해 전력을 사용하자 불빛이 깜박였다.
카우프만은 다시 잠들고 싶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돌연한 공포로 인해 그의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 치솟더니 팔다리가 예민하게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감각은 아주 예민해져 있었다. 열차의 덜커덕거리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옆 차량에서 옷이 찢기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입고 있는 셔츠를 찢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는 균형을 잡기 위해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일어섰다. 차량의 사잇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그는 갑자기 투시력이라도 생긴 사람처럼 블라인드 너머를 노려보았다. 열차는 흔들흔들 미끄러져갔다. 또다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뭔가를 찢는 소리였다.
강간?
그저 약간의 관음증적인 충동에 끌려 그는 요동치는 차량을 따라 사잇문 쪽으로 다가갔다. 블라인드에 작은 틈이라도 있었으면. 사잇문의 유리창만 뚫어져라 쳐다본 그는 발밑의 핏줄기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발굽이 미끄러졌다. 그는 내려다보았다. 머리보다 배가 먼저 피를 발견했고, 통밀에 곁들여 있던 햄이 식도의 절반까지 치밀어 올랐다. 피. 그는 쾨쾨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몇 차례 숨을 헐떡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시 유리창으로. 그의 머리가 이렇게 말했다. 피야. 그 말을 떨쳐낼 수 있는 다른 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사잇문까지 2미터 남짓. 그는 봐야 했다. 구두에 피가 묻었고 가는 핏줄기가 다음 차량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봐야 했다.
봐야 했다.
그는 문 쪽으로 두 발짝 더 다가가서 블라인드에 틈이 있는지 살폈다. 천을 한 번 잡아당기는 것으로 족했다.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는 거기에 눈을 갖다 댔다.
그의 머리는 문 너머로 눈이 보고 있는 광경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저 터무니없는 꿈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했다.
_〈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