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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37446290
· 쪽수 : 540쪽
· 출판일 : 2025-11-21
책 소개
목차
서문
커튼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5
1부 사랑의 이목구비
부사를 포함한 공백을 안으며
- 그러니까, 계속해서, 다시, 사랑 말하기 19
이토록 열렬한 마음
- 여성 서사의 아이돌/팬픽-읽기를 통한 나/주체-다시 쓰기 35
프레임 인 러브 -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 62
슈거 하이(Sugar High) -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85
신인류의 사랑 - 고선경론 113
2부 광장에서 손 잡기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주체
- 2010년대 시를 경유하며 137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소설 157
지금 ‘우리’의 이름으로 구축되는 공간 181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시 212
꿈꾸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나란히
- ‘광장 이후’의 시집에 부쳐 237
3부 시대의 불안, 환상의 증언
현실의 잔상으로 유영하기
- 박솔뫼, 이유리, 임선우의 소설을 중심으로 261
감염되지 않은 이데올로기 282
마주침의 장소에 대한 회고
- 필굿 소설이 그리는 안전한 세계의 위험성 297
시대의 초상 - 이서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 317
증언하는 소설 - SF소설에서의 역사적 재현 336
4부 안-팎을 뒤집는 소설
슬픔을 실현하는 이야기
- 정선임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359
낙차의 기록 - 성해나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380
모험으로 전복하기
- 이미상, 「모래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402
바로 여기, 뒷장으로부터 - 최미래 소설 『녹색 갈증』 414
미래의 책 - 최진영 소설집 『쓰게 될 것』 432
5부 쏟아지고 넘나드는 시
입술을 가르며 ‘찢는’ 말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의 파토스적 말하기 457
모서리 허물기 - 김리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468
심약자 주의 -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정말 스미기에 좋지
- 김복희 시집 『스미기에 좋지』 485
입체 전시 ‘하이퍼큐비클’을 위한 서문
- 백가경 시집 『하이퍼큐비클』 501
‘사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 2018 조선일보 평론 당선작 519```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의미화되는 과정에는 지난 비평에 대한 성찰 역시 필연적이었다. 김행숙의 『사춘기』(2003)에서 페미니즘을 지우려 했던 당대의 비평을 지적하고,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 것을 가능성의 축소로 간주했던 사정은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문학적인 것’과 ‘비문학적인 것’을 구분하는 기존의 플랫폼”이 공고한 결과였음을 상기시키는 논의로 인해 지금의 여성시에서 ‘나’의 목소리에 대한 집중은 더욱 확신을 얻었다. 양경언의 말처럼 “젠더 프레임을 경유하여 시를 읽는 일이란 시적 주체의 목소리를 보다 더 복잡하게 듣는 일”이며, 그것은 곧 시의 주체가 “피해자-가해자, 당사자-목격자, 약자-강자의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할 수 없는 교차 속에서 말하기를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기에, 무수한 말하기를 통해 ‘되는 나’ 역시 단일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때문에 “시는 견딜 수 없는 세계 내 존재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려는, 어쩌면 초월해 가려는 몸짓”이라는 말은 2010년대 이후 여성시를 말하기에도 적확한 문장이다. 이 몸짓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또 시를, 가능하다면 문학까지도 초월하려는 움직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학과 삶의 관계를 되살피고 문제에 예민하게 감응하는 것,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 것. 이러한 노력이 지지와 연대로 이해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해야 할 비평이라고 생각했다.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 수많은 고민이 따랐지만,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관조하는 구경꾼이 되지 않기 위해, 실패를 통해서 다시 질문하기 위해, 불편하게 계속 연루되기 위해 썼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여성 평론가들이 밝힌 ‘촛불’ 옆에 촛불 하나를 더하는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음들이 남아 있다. 남겨진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나 또는 우리-되기에 이르는 길이며, 언젠가 도래할 미래의 문학을 맞이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광장 이후’에 펴낸 최지인, 안미옥, 이원의 시집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시적 주체는 무너지는 세계를 목도하고 기꺼이 그 앞에 서고자 한다. 세계의 파상 앞에서 주체는 ‘여기는 도시의 광장’이라 증언한다. 누군가의 슬픔과 비참을 통감하기 위해 부서진 마음을 여러 번 짓는다. 피 묻은 손으로 상처의 자리를 만지고 절망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저마다의 방법이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일 것이다. 본 적 없는 미래를 꿈꿔 보는 일. 그런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이들에게서 지난겨울 광장의 우리가 겹쳐 보이는 것도 착각은 아닐 것이다. 일렁이던 촛불처럼, 촛불과 함께였던 우리처럼, ‘이후’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행진하는 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모르는 유동의 주체이다. 촛불의 움직임을 몸으로 기억하는 주체이다. 이들에게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단어를 본다. 이미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듯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 ‘탄생하라’라고 중얼거리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이고 희망이라는 것. 우리를 다시 일렁이게 하는 것. 읽고 쓰게 만드는 것. 문학으로 하여금 끝까지 행진하게 하는 것. 그런 단어를 품고 고백한다. 나 또한 ‘가만히 있음’을 모르는 하나이겠다고.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을 하는 이들의 주체 옆에 나란히 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