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기 위하여

□시인의 말

제1부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그의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12월의 빈 들에 서서
별처럼 반짝이더라
목구멍에 가시로 걸린 그 말
동백나무잎
마음의 실이 툭 끊어졌다
송화
잡초
마지막 포옹
청양고추
시작(詩作)

제2부 흔들릴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호박씨 세 개
단풍
청산도
낙엽
아버지보다 더 아프다
냉수 한 컵 마시듯
너에게로 가는 길
눈치
달콤한 유혹
지금은 어둠의 계절
사진 한 장
석류, 빨간 웃음
첫눈
홀로 가는 길

제3부 하루살이

하루살이
달팽이처럼
로또 복권
반딧불이
비 오는 날
안부
몽당빗자루
개망초
낡은 신발
그 길
틈
지리산정원의 아침
촛불을 켤 시간
해묵은 담벼락에 이끼는 끼고
인테리어 부채

제4부 상선암 느티나무

상선암 느티나무
아슬아슬했다
나는 꽃이 되었다
내 생애 한 번 더
너를 보내며
달맞이꽃
매듭
부끄러운 기억
빈자리
사랑은 얼마나 가벼운가
속죄
쏘가리 매운탕
엄처시하
자귀나무

제5부 어느 요양보호사의 일기

어느 요양보호사의 일기
귀 떨어진 바늘
까치집
늙지 않는 걱정
시골 우리 집
방에 달력을 걸어 두지 않으리라
동창회
어느 봄날의 풍경
모두가 봄이다
깨진 꽃병

□발문_정석희
□해설_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