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57985052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작아져서 좋은 게 뭐 있어? 외 1편
마귀할멈과 그냥할멈 & 해적고양이
하늘을 나는 백층이
햇살 좋은 날
달려라, 허벅지
심사소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날 버리지 마! 난 아직 쓸모가 있다고!”
소율이는 토미가 말을 했나 싶어서 돌아봤다. 하지만 너무 늙은 목소리였다.
“얘야! 난 요술 할멈이다. 여기야, 여기 호리병 안에 있단다!”
호리명? 엄마가 버린 청색 호리병이 토미 옆에 있었다. 장식장 안에 있던 거였다.
네 시다. 때가 되었다. 마당 뒤편에 숨어 있다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본다. 고양이 서너 마리가 담장 아래에서 어슬렁거린다. 좋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뽀글뽀글 흰머리에 꽃무늬가 그려진 헐렁한 바지, 그냥할멈!(다른 애들은 보통 할머니라고 부르지.) 그냥할멈이 사료가 가득한 바가지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그냥할멈은 고양이 먹이 줄 때와 술 마실 때만 눈에 생기가 돈다. 바가지에 있는 먹이를 한 움큼씩 바닥에 쌓는다. 고양이들은 다가가 정신없이 먹는다. 하나둘 고양이가 더 모인다.
“굿모닝, 한나씨.”
맞은편에서 아래층 2호 영감이 겅중겅중 뛰어오더니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성형으로 팽팽한 얼굴을 자랑하던 아래층 영감은 최근 줄기세포 시술로 온몸의 관절을 재생시킨 이후 실버 팰리스 안을 통통 튀어 다녔다.
“꼭 비쩍 마른 메뚜기 같군.”
한나 할머니가 피식 웃었다. 무릎이 콕콕 쑤실 때면 수술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주름진 얼굴이나 어눌한 걸음걸이가 부끄럽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한나 할머니는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