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179707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2-02-22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
발간사
1부
삼부자 마라톤_ 엄문용
엿 이야기_ 강정규
새엄마의 자장가_ 최자영
명품 간고등어_ 조창희
호랑이도 무섭지 않아_ 장지혜
안동 아저씨와 완동이_ 이창식
2부
이상한 감사_ 박승일
짹짹이네 크리스마스_ 엄기원
발등에 떨어진 돌_ 임현진
피피와 어린양 세모_ 한상남
안녕, 상상 숲 오두막_ 이내경
머털이와 민돌이_ 우성희
3부
사직공원의 기도하는 사마귀_ 정선혜
마스크와 민들레_ 류재하
다리에 비가 내려요_ 김찬양
도끼로 바늘 만들기_ 이명희
연꽃 이야기_ 장인찬
모습은 달라도_ 장재옥
너를 만나고 싶었어_ 나 영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속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 조심해야 한다. 가스총을 들고 다닌단다.”
대숲 연못가 할아버지가 마스크 끈을 팽팽하게 조이며 덧붙였어요.
“나 간다! 신종 코로나19가 코로 들어가지 않도록 오두막에 콕 들어가 있어!”
어디선가 뿌연 미세먼지가 날아와 숲을 덮기 시작했어요. 이런 날은 새들도 둥지에서 나오지 않아요. 어미 새에게 맛있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신나하는 아기 새들의 환호성이 한 번씩 들려올 뿐이에요.
그럴 때마다 나는 아저씨가 생각나요. 아저씨가 빨리 돌아오셨으면……. 생각에 잠겼을 때, 또박또박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어요.
‘신종 코로나19라는 괴물인가?’
용케 먼지를 뚫고 온 괴물은 정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어요. 나는 먼지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어요. 그러자 차츰 괴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신종 괴물이 아니라 꽃구름 무늬 옷을 입은 아기 노루였어요!
─ 꽃구름 무늬 아기 노루야, 어서 와!
나는 살짝 꼬리를 흔들며 인사했어요. 하지만 아기 노루는 내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곧바로 걸어와 오두막 안을 살폈어요. 그러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 어? 왜 우는 거야?
─ 나도 엄마 아빠와 이렇게 멋지고 안전한 오두막에서 살았더라면….
─ 너도 멋진 걸! 너처럼 꽃구름 무늬 옷을 입은 동물이 어디 그리 흔한 줄 아니?
─ 우리 엄마 아빠는 사냥꾼들이 놓은 덫에 걸려 잡혀간 뒤 소식이 끊겼어….
─ 뭐? 그게 정말이야?
─ 산속 동물들을 산 채로 잡아서 신종 바이러스 백신 실험실에 몰래 팔아넘긴대.
─ 살아있는 동물을 실험실에 가둬놓고 괴롭혀? 누가 그런 끔찍한 일을?
─ 지금도 사냥꾼들이 곳곳에 숨어서 우릴 쫓고 있어. 너도 조심해….
아기 노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어요.
─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너마저 사람들에게 잡혀가려고 그래?
아기 노루의 눈빛이 고라니와 마주쳤어요. 아기 노루는 고라니를 따라 재빠르게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졌어요.
대숲 연못가 할아버지가 올라와 저녁밥을 주었어요. 하지만 나는 멍한 눈빛으로 맥없이 앉아있었어요.
“왜 밥 생각이 없나? 상상이가 왜 이리 맥이 빠져있어? 여기도 누가 왔었나?”
─ 누가요? 누가 또 왔어요?
나는 이번에야말로 신종 괴물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벌떡 일어섰어요.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쯧쯧.”
할아버지가 혀를 차며 발걸음을 돌렸어요. 그때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어요.
─ 앗! 할아버지?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수풀이 우거진 샛길에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낯선 포수가 멀리 있는 꽃사슴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어요. 나는 재빨리 원을 그리며 오두막에 둘둘 감겨있던 목줄을 길게 풀어냈어요. 그리고는 샛길로 뛰쳐나가 큰소리로 짖었어요. 그 바람에 꽃사슴이 낌새를 채고 도망쳤어요.
포수가 둘러맨 망태 안에는 토끼가 기절해 축 늘어져있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는 토끼를 보자 갑자기 분노가 확 솟구쳤어요.
─ 헉! 낯선 괴물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포수님이었군요? 나는 포수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어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똥개야?”
─ 똥개라뇨? 난 천연기념물 토종 삽사리예요! 덤벼라, 덤벼!
“이것 놔! 신종 바이러스 백신 실험에 살아있는 약재가 필요하대서 조금 가져가려는데 왜 이래?”
-내가 모를 줄 알아요? 포수들이 마구 총질을 해대는 바람에 새들이랑 동물 친구들이 다들 놀라서 이사 가 버렸다고요!
“박쥐가 젤 문제라지? 새인 척, 동물인 척, 둔갑하면서 여기저기 붙어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박쥐가 젤 사고뭉치라는데 이사 갔다니 내 덕이 크다, 커! 그렇지?”
─ 동물을 해치지 않으면 동물도 인간을 해치지 않아요!
“너 따위가 뭘 안다고 개소리야? 무식한 똥개 주제에!”
─ 무식은 포수님에게나 어울리는 이름이죠? 나는 조상 대대로 귀신과 나쁜 괴물을 물리쳐온 삽살개! 힘센 상상력을 가진 삽살개 상상이라고요!
나는 겅중 뛰어올라 포수가 둘러멘 망태 끈을 날카로운 이빨로 뚝 잘라냈어요. 순식간에 망태가 땅바닥으로 털썩 떨어졌어요. 그러자 기절해 축 늘어져있던 토끼가 깨어나 눈을 반짝 떴어요.
─ 토끼야, 도망쳐! 다시는 붙잡히지 않게, 멀리멀리 도망쳐, 어서!
내가 포수를 가로막고 있는 동안 토끼가 잽싸게 도망쳤어요.
“어? 이놈 봐라! 남의 포획물까지 가로채려고? 너 도둑개 아냐?”
그때 산을 다 내려간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다시 올라왔어요.
“내 이럴 줄 알고 되돌아왔지. 약초 싹쓸이해가는 것도 모자라이젠 산속 동물들까지 싹쓸이해가려고? 어림없다, 이 나쁜 놈들!”
할아버지가 포수를 크게 꾸짖었어요. 나는 날카로운 이빨로 으르렁거리며 포수를 공격했어요. 뒷걸음질 치며 가스총을 쏘아대는 포수에게 달려들어 소맷자락을 콱 물었어요. 그제야 포수는 가스총을 버리고 줄행랑쳤지요.
“우리 상상이가 어느새 어른이 다 되었구나! 용감하게 잘 싸웠다!”
─ 할아버지! 이젠 제가 앞장서서 우리 산속 친구들을 지킬 거예요.
나는 이제 졸지도 않고 낮에도 오두막 주위를 살펴요. 서향나무는 다시 가지를 뻗고 꽃잎을 피워 은은한 향기로 지구촌 소식을 배달해 주지요.
─ 사람들이 아직도 헛소문에 속아 산속 동물들을 함부로 잡아먹고 몰래 팔기도 하는 모양이야.
─ 우리 오두막을 숲속 식물과 동물들을 보호하는 방주로 만들까? 신종 괴물들이 얼씬도 못하는 안전한 방주로!
서향나무와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상상을 할 때마다 아저씨가 생각나요.
‘상상력은 힘이 세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상상으로부터 나온다!’
내게 용기를 주시던 아저씨처럼 나는 이 세상 모든 친구들에게 힘센 상상력을 선물하는 삽살개 상상이가 될 거예요. 그래서 매일 오두막 앞에서 아저씨를 기다리며 이렇게 외쳐요.
“안녕, 상상 숲 오두막!”
그러면 “상상아! 상상아!”, 내 이름 부르며 아저씨가 금방이라도 달려오실 것만 같아요. 꽃구름 무늬의 노루도, 꽃사슴도, 안타깝게 사라진 고라니와 토끼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상상이 깊고 푸른 산속 오두막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