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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청소년/사춘기/성교육
· ISBN : 978895827072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06-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_ 가족의 가깝고도 먼 거리
우리 집의 이상한 놀이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마음 읽기는 정말 어려워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라
엄마의 ‘약점 스위치’
‘나’는 그게 싫다고!
2장_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 VS 아이가 원하는 사랑
꽃을 주려고 했는데
머리띠 산 거 환불해
제주도 가출 사건
혼내기와 화내기
정이십면체의 사랑
나 결혼 못하면 어떡해?
3장_ 아이가 크는 만큼 성장하는 엄마
중2 남자아이들의 우정
두려워해도 괜찮아
다른 애들은 다 가졌는데
아이의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면
아이 혼자 세상에 내보내기
시험 점수는 네 거야
대한민국에서 아들 키우기
4장_ 엄마의 품격 & 아빠의 품격
그래서 여자들이 천당 가는 거야
안개 낀 경춘 국도
남자는 저절로 아빠가 되지 않는다
허락받고 죽을게
탱크와 청소기
‘나’이면서 엄마로 살아가기
에필로그 _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시간
리뷰
책속에서
불같이 싸우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다정해지기도 하는 게 그 시기 우리의 모습이었다. 둘이 기분 좋게 뒹굴면서 도란도란 대화를 하던 어느 날,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희원아, 엄마가 그동안 너한테 숨겨왔던 출생의 비밀이 있어.”
“뭔데?”
“사실은 너 입양한 아이야.”
희원이는 잠깐 내 얼굴을 살피다 금방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랑 똑같이 생긴 애를 찾느라고 고생 많이 했어. 그래서 네가 몰랐던 거야.”
사실 희원이는 누가 봐도 남편을 닮았다.
“알았어. 그동안 키워줘서 고마워. 근데 다 클 때까지 나 안 버릴 거지?”
희원이도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았다.
“당연하지! 그러고 보면 친엄마도 아닌데 너를 진짜 많이 사랑해주고, 많이 참아주고, 참 좋은 엄마지?”
“맞아. 내 친구 엄마는 진짜 친엄마인데도 잘 못해준대.”
“넌 참 괜찮은 앤데, 네 친엄마는 너 같은 딸을 잃어버려서 속상하겠다. 혹시 나중에 부자 친엄마가 나타나도 엄마 은혜 잊으면 안 돼!”
“그럼. 내가 친엄마한테 돈 많이 받아서 갖다 줄게.”
잠깐 주고받은 농담이지만 남의 딸이라고 생각하니 희원이는 꽤 예쁘고 착한 딸이었다. 희원이 역시 나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심리적 거리가 유지되어 감정이 배제되면 서로를 얼마나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화가 날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읊조렸다.
‘내 딸이 아니다, 내 딸이 아니다, 부잣집에서 잃어버린 귀한 외동딸이다……. 내 아들이 아니다, 내 아들이 아니다, 어느 나라 왕자님을 잠깐 맡아서 키우는 거다…….’
- 책 1장 《우리 집의 이상한 놀이》 중에서
“너 어디서 이런 거 배웠어? 학교에서 선생님한테도 이런 식으로 해?”
“선생님은 엄마하고 달라. 혼은 내도 화는 내지 않는다고!”
“뭐, 뭐라고……?”
‘혼은 내도 화는 내지 않는다.’는 말이 1퍼센트 남아있는 뇌의 전두엽에 꽂혔다.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 직업을 오래 하다 보니, 듣는 행동도 본능만큼이나 발달한 탓이리라. 흥분한 변연계는 상대를 해치워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초반의 살기등등한 기세는 일단 꺾였다.
“그러니까 문 좀 살살 닫으라고! 너무 시끄럽잖아.”
구차하게 구시렁대며 일단은 후퇴했다. 그리고 희원이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혼내는 것과 화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과 여태까지 아이를 혼내면서 화를 내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나운 표정을 짓고, 목소리 톤을 높이며, 강압적인 말투로 이래라 저래라 한 건 그야말로 ‘화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혼낸다는 건 뭘까, 화내는 것과 어떻게 다른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혼내다 :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심하게 꾸지람을 하거나 벌을 주다.
화내다 : (어떤 사람이)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노엽고 답답한 감정을 드러내다.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고, 얼핏 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희원이의 말로 미루어볼 때 아이 입장에서 이 두 가지는 상당히 다르고, 혼내는 건 괜찮지만 화내는 것은 정말 싫다는 것 같았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를 어떻게 혼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무엇에 대해 감정을 표출하는가 하는 차이였다. 꾸짖거나 벌을 줄 때는 보통 잘못한 행동이 표적이 된다. 반면 화를 낼 때는 잘못된 행동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감정을 쏟아낸다.
예를 들어 학교는 규칙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혼나는 상황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암묵적으로 합의되어 있다. 따라서 선생님은 규칙에 따라 아이를 벌주게 된다. 혼나는 아이는 자기가 왜 그런 벌을 받는지 알고 있으며, 선생님이 자신에게 화냈다고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숙제를 안 했을 경우 선생님은 그 행동만을 꾸짖지만, 엄마는 더불어 아이에 대한 감정까지 쏟아내는 것이다.
- 책 2장 《혼내기와 화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