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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131846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어느 쇼핑 퀸, 소개팅 전선에 나서다
1/4 분기
아무리 좋은 옷도
서른 살의 여자를 빛나게 하지는 못한다
2/4 분기
단돈 만 원에 되는 거였다면
나는 구찌를 꿈꾸지 않았을 거야
3/4 분기
새로 산 핸드백의 가치는
일제히 터지는 친구들의 탄성에 있다
4/4 분기
명품이 위대한 이유는
우리에게 추구하는 가치가 뭐냐고 묻는다는 점이다
epilogue
러브스토리 인 뉴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 아직 죽지 않았던 거다! 세상은 여자들의 가슴골의 위력으로 굴러간다는 말, 취소다. 그러고 보면 그이는 정말 대단해. 세상의 타락한 법칙이 정한 가격표로 물건의 가치를 짐작하지 않잖아. 여자의 가슴 사이즈와 신분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는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어찌나 자극적인지, 테이블 밑에서 그의 다리를 희롱하고 싶어지더라니까.
이런 내 속은 알지도 못하면서 그는 연신 나와 눈을 맞추고 웃는다. 헤어지는 순간의 애틋함은 어떻고? 물론 총총 뛰어가는 내 손목을 거칠게 휘어잡고는 허리가 꺾어지도록 퍼붓는 굿나잇 키스는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비록 키스는 없었지만 그는 내게 더한 것을 주었으니까. 출입구 앞에서 그를 돌아봤을 때, 내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있었던 게 분명한 그의 눈빛은 필경 이렇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당장 아버지께 승낙을 받아 돌아오겠소!'
그가 키스를 아껴두는 것도 나를 오래 만날 여자고 분류했기 때문이리라. 나도 뭔가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살랑살랑 아쉬운 작별의 손을 흔들며 이런 텔레파시를 보냈다.
'너무 서둘지 말아요, 저 아무 데도 안 가고 꼼짝 않고 기다릴게요.'
어둠 속이었지만 그의 눈빛이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헤세나 투르게네프 소설 속에나 존재할 것 같던 소녀의 발랄함과 소녀의 지혜를 가지 여자를 만났어!' 하는 듯한 희열이 만면에 가득했다고. 그것으로 우린 이미 정신적인 섹스를 나눈 거나 다름없었다.
어쩜 좋아, 그는 내게 홀딱 반한 거야! - 본문 158~15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