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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이 되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송은일 (지은이)
  |  
예담
2012-09-25
  |  
13,8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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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이 되어

책 정보

· 제목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137053
· 쪽수 : 416쪽

책 소개

<반야> <왕인>으로 신화와 역사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한 천생 이야기꾼 작가 송은일. 그의 상상력이 이제, 다시 살아난 사람, 환인의 세계로 향했다. 소설의 출발은 바로 '전생에 미처 풀지 못하고 미완으로 끝나버린 운명'에서 시작된다.

저자소개

송은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4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덕성여자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실낙원」이 당선되어 문단활동을시작했다.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상에 당선되었다. 장편소설로 『불꽃섬』, 『반야』(1,2), 『왕인』(전3권), 『천개의 바람이 되어』, 『달의 습격』,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 등 다수. 창작집으로는 『딸꾹질』, 『남녀실종지사』, 『나의 빈틈을 통과하는 것들』 등의 소설집을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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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난 전소명 작가가 왜 그렇게 싫으니. 전생에 척진 것도 없는데.”
“전전생에 꼬인 게 있나보지요.”
“전, 전생”
“전생이 있으니 전전생도 있겠죠. 다수의 생이 중첩되어 회귀하는 다생환인들이 그래서 있는 거고요.”
대개의 환인들이 현생 직전의 전생으로 회귀하지만 드물게는 몇 생이 중첩된 기억으로 혼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환인들을 ‘-환還’에서는 다생환인多生還人이라 불렀다. 다생환인은 환인들 중에 서도 몇 백 명 중 한 명 정도일 것이라 추정되었다. 그들은 거의 정상적으로 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래 살지도 못한다고 했다. 사이코패스이거나 심각한 정신분열자이거나 다중인격자이거나 비운의 천재거나, 그 모든 속성을 한 몸에 지녔거나. 그들은 타인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다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 일쑤였다. 타인에게로 향할 칼날이 스스로에게 겨눠질 때는 필연코 자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쌍둥이 환인, 트윈리턴피플 twin-return-people도 있다면서요? 이름 하여 티알피.”
“그렇다고는 하더라. 그런데 넌 환인도 아니면서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선배가 환인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 공부 좀 했잖아요. 여튼, 다생환인까지는 알겠고 만난 적도 있는데, 쌍둥이 환인은 어떻게 된 사람들이에요? 설명을 읽어도 모르겠어요.”
“한 사람이었던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 동일하게 움직이는 두 환인이 있는 거라잖아. 더는 묻지 마, 나도 몰라.”
“모르시면 말지 골은 왜 내요? 선배가 전소명 작가 싫어하는 게 얼굴에 다 쓰여 있어서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요. 선배가 싫은 작가들 만날 때마다 표정이 그렇다는 거 아세요? 그리고 싫어하는 작가들이 무지 많다는 것도요”
“그래도 나는 누구처럼 사고는 안 치잖아.”
사고치는 누가 손재엽이라는 걸 알아들은 태용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어요. 어떡할래요? 회사로 들어갈 건가요, 밖에서 원고 쓸 거예요”
“먼저 들어가.”
태용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짐을 챙겨 카페를 나갔다. 요즘 유아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갖지 않았고 메일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아리가 전화를 받지 않는 한 해인은 그녀에게 닿을 방법을 알지 못했다. 손재엽에게 청운동에 산다는 유아리의 신원에 대해 좀 알아보라 했더니 바쁜가, 소식이 없다. 재엽은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닌지 신호만 울린다.
재엽의 전생인 나유석은, 110여 년 전 개명한 명문 집안의 딸로 태어나 도쿄에 유학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화가이며 소설가이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3.1운동에 참여한 죄로 옥고도 치렀다. 그녀가 결혼 직후 열었던 전시회 개막 날의 관람객이 5,000명을 넘었다. 유석은 그 시대에 가장 빛나던 예술가였다. 하지만 당시 조선 여자들의 삶은, 그가 설령 조선 최고의 예술가라고 해도 담장 안에서 가족들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유석의 그림은 한계에 이르렀다. 새로운 화법이 필요했다. 그럴 즈음 남편의 구미 출장이 생겨 함께 파리 여행을 하게 되었다. 파리에 닿은 얼마뒤 출장길이었던 남편은 남은 여정에 올랐고, 몇 달 뒤 미국에서 만나 합류하기로 하고 유석은 파리에 체류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유석은 파리 여행을 와 있던 조선 남자를 만났다. 당시 경성 사람이라면 대개 그 이름을 알고 있던 남자였다. 그는 하룻밤으로도 본색이 뻔히 들여다뵈는 남자였다. 해프닝처럼 지나간 연애였다.
그런데 유석이 미국을 거쳐 경성으로 돌아왔을 때 소문이 먼저 당도해 있었다. 파리에서 만났던 조선 사람들이 유석의 하룻밤 염문을 바다 건너 조선까지 부지런히, 한껏 부풀려 전해놓았던 것이다. 1920년대 말 조선 사회는 유석과 같은 여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리돌림을 당하듯 광장에 내팽개쳐졌다. 유석은 여자도 인간이라고, 정조는 왜 여자에게만 강요되는 것이냐고,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도 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저항의 몸부림이 강할수록 질타도 거셌다.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유석은 햇빛이 들지 않는 돌 감옥에 갇힌 듯이 살았다. 그녀가 시립병원에서 홀로 죽었을 때 그 시신은 인계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행려로 분류되어 사라졌다고 했다.


해인이 말을 놓자마자 아리도 말을 놓기 시작한다. 해인은 유쾌하게 웃고는 ‘회귀생回歸生 returnlife 환還’에 대해 설명했다. -환還은, 회귀의 고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환還의 환인들은 현실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며 다른 환인들도 그럴 수 있도록 치료를 돕는다. -환還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연결되었다. 현재 한국 -환還 K’ RETURN-LIFE에 들어 있는 사람은 2만 3,000여 명이며 그중 인터넷 -환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7,000여 명쯤이다. 한참 동안 해인의 말을 듣고 난 유아리가 말했다.
“-환還의 궁극적인 목적은 뭔데? 환인들이 다시는 환생하지 않게 하는 건가”
그 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이해가 빠르다. 회귀를 겪을 만치 겪으면서 혼란의 단계를 지났다는 뜻이다.
“맞아, -환還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거야. 이생에서, 환생의 악순환에 매듭을 짓자는 것. 그렇게 해서 다시 환인으로 태어나지 말자는 것.”
“해인 씨가 나한테 -환還에 대해 말하는 까닭은 나를 도와 고통을 줄여서 현생에서 조화롭게 살게 한 다음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겠지”
“비슷해.”
“그런데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떤 점이”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한다는 것. 환인들이 태어나는 건 전생에 다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다시 태어나야 할 만큼 극렬하게 작용하기 때문 아닐까? 다시 살아야 할 필요가 있어 환생하는 거지. 그 필요는 대개 불교에서 말하는 업과 연결될 거고. 카르마의 작용. 그때의 카르마는 대개 악업일 텐데, 환인들의 경우, 다른 사람을 해친 사람보다 당한 사람 입장이기 쉬울 것 같고. 그렇게 전제했을 때, 전생의 그것을 이생에서 해결하기 위해 환생한 환인이, 그걸 해결하는 길은 두 가지겠지? 도를 닦아서 전생의 원수를 완전히 용서하거나 전생의 원수를 갚거나. -환還에서는 전자를 추구하는 거잖아. 용서하기. 그래야 다시 태어나지 않을 수 있겠지. 후자, 원수 갚기는 또 다른 악업을 쌓는 것이라서 다시 태어나야 하니까. 내가, -환還의 목적에 동조할 수 없는 까닭은 그거야. 난, 백번의 생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시달리더라도 갚을 건 갚고 싶거든. 세상 평화? -환還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거
고, 그걸 비폭력으로 이루자는 건데, 나는 심정적으로는 폭력엔 폭력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 여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신 얼굴이 창백해. 내가 너무 과격했나?”
영민한 이해력을 과시하던 유아리가 깔깔거린다. 해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환인이 현실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다가 큰일 나긴 하겠지? 단순 살인범으로 그치지 않을 연쇄살인범이거나 사이코패스 등으로 판명되기 십상일 테니까. 당신은 내가 혹여 그런 환인일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 나를 찾아온 거고. 그래, 나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지만 다생환인인 건 맞아. 그런데 해인 씨, 내가 그걸 인정하고 -환還에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해? 그 말을 해주러 온 거잖아.”
유아리를 -환還으로 데려가려던 생각은 성급했다기보다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유아리는 제게 나타난 전생들을 이미 다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즐기는 단계에 이르러 있는 것 같았다. -환還에서 특급 환인으로 분류될 단계였다. 유아리를 -환還에 데려가 현재 상태를 분석받게 하는 즉시 특급 환인으로 분류되어 주목받게 될 터였다.


“뭣 때문에 이렇게 숨이 넘어가”
해인이 가방 속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열더니 내밀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로즈 이가 밀러 조형 전시회.
1월 8일~1월 21일. 동방 아트 갤러리.

유아리의 《간지러움》 서문에 나온 브레히트 시의 첫 문장을 타이틀로 썼다. 로즈 밀러는 브레히트의 시집을 읽었거나 아리의 책을 읽은 모양이다.
“오늘 우리 문화부 사이트에 뜬 전시 공연 내역 중 하나야. 보통 일이 주일 안에 시작될 전시와 연들이 떠오르지.”
“그런데”
재엽의 반문에 해인이 팸플릿을 들이댔다. 아이패드에 나타난 로즈 이가 밀러의 전시회 팸플릿이다.
“내 말은 로즈 이가 밀러가 누구냐는 거야. 왜 우리가 이 여자 전시회에 신경 써야 하느냐고.”
“전시회 제목을 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이 구절을 어디서 봤던가 떠올려보라고.”
별스럽기도 하네, 뇌까리는 재엽의 모골이 송연하다. 동시에 아리의 새 소설 중 하나인 《거울 닫기》가 갈고리처럼 감겨들었다. 《거울 닫기》의 주인공은 쌍둥이로, 태어나면서 버려져 한 아이는 미국으로 입양되고 한 아이는 한국의 평범한 집에 입양된다. 각기 자라지만 일란성 쌍둥이라 하는 짓이 비슷해 마침내 한 지점에 이른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항공사에 입사해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똑 닮은 개체가 만난 순간 동질감이 아니라 적대감이 형성되고 상대를 소멸시키기 위한 온갖 술수가 벌어진다. 그들의 싸움은 주변 사람들에게 파급되고 갖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그 자신들도 죽음을 맞이하면서 끝난다.
“세상에 유포된 시니까 누구나 쓸 수 있는 거잖아. 로즈 밀러도 브레히트 시를 좋아하나보지. 유아리 소설을 읽었거나. 이게 무슨 큰일이야”
“쌍둥이 환인, ‘트윈리턴피플 twin-return-people’, 티알피.”
“그게 뭐! 로즈 밀러 전시회하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설마 아리의 《거울 닫기》와 브레히트 시 때문에 티알피를 연상한 거야? 작가 둘이 같은 시를 인용했다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아까 사무실에서 팸플릿을 본 순간 번개 맞은 거 같았어. -환還 사이트에 들어가 티알피에 대해 찾아봤지. ‘다생환인 중에서 아주 드물게 트윈리턴피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윈리턴피플은 다생환인이 여러 생을 겪는 동안 어느 시점에서 개체가 분리되면서 따로 태어나게 된 두 사람이다. 그들이 현생에서 부딪치게 되는 원인은 같은 기억과 연관된 비슷한 행동
의 결과이다. 다른 곳에서 태어나 자란 두 사람이 서로가 지닌 동일성에 의해 어느 시점에서 충돌하듯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건 나도 읽은 적이 있어. 그렇지만 비약에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야.”
“한 가지 더. 파주 노인네들 연쇄 사건이 막 지나간 즈음에 전소명이 죽었잖아. 자살한 걸로 발표됐지만 난 믿지 않아. 내가 아는 전소명은 결단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거든. 표절 논란에 밀려서 그걸 인정하는 것처럼 혹은 표절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고. 너도 네가 수사하지 않았어도 경찰로서 아는 내막이 따로 있을 거야. 전소명이 와인에 섞어 마셨다는 독극물의 이름을 숨기면서 음독이라고만 발표한 까닭이 뭐야. 파주 노인네들이 전부 탈륨으로 죽은 것 때문에, 파장이 너무 커질까봐 한사코 줄인 거잖아.”
전소명이 와인에 섞어 마신 독극물은 테트로도톡신이었다. 아리가 제 소설 속에서 사용한 독약. 그런데 전소명에게 와인이 배달된 경로를 추적했을 때 택배회사에 와인 상자를 맡긴 여자의 인상이 전소명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와인 상자를 맡긴 여자의 이름이 전인순인데, 전인순은 전소명의 본명이었다. 와인 상자에 들어 있었던 카드의 필체는, 비슷하긴 했지만 그녀의 남편 우찬규의 필체가 아니었다. 전소명은 독약이 든 와인을 스스로에게 배달시켜 그걸 마시고 자살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경로를 거쳐 자살하는 인간이 있으랴. 전소명은 피살된 것으로 봐야 했다.
“그렇다고 치면”
“전소명은 7년 전쯤에 유아리의 소설 <가역성 세계>를 표절해서《둥근 빈 방》을 발표했어. 전소명 문학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고 호평받았고 10만 권도 넘게 팔렸어. 그런데 전소명이 가져간 유아리의<가역성 세계>는 아리가 현재까지 발표한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를 담고 있어.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지. 전소명은 <가역성 세계>를 도용해 《둥근 빈 방》을 발표함으로써 유아리 소설의 원류를 훔쳐가버린 셈이야. 아리가 이번에 발표한 소설 중 하나인 《참말이야》는 분명히 전소명을 겨냥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전소명을 죽인 사람이 누구겠어? 내가 《참말이야》를 반도 못 읽은 상태에서 큰일 났다 싶었던 이유가 뭐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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