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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406524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1부 불란지 불
2부 돌하르방의 꿈
3부 쉬맹이
끌레기치송
본문에 나오는 낱말 뜻풀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쪽은 민주주의 껍질에 다른 쪽은 사회주의 껍데기에 갇힌 채 갈라진 조국의 과거에 얼마나 위대한 꿈이 약동하고 있었는가를 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이들만이 살인하고 살해당한 혼령들을 구원할 수 있다. 이 기록은 그 갈망의 갈무리다.
바라건대 그들이 촛불을 켜 이 깊은 죽음의 어둠을 밝혀주길.
아베는 어린 아이처럼 금세 울상이 되었다. 가여워 보였지만, 그렇다고 맡을 일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베는 손에 거머쥐고 있던 백 달러 지폐 열 장을 내밀었다.
자신의 성기를 만져달라는 말을 무람없이 건네는 늙은이가 역겨웠다.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추악한 인간에게 자꾸 그러면 간병을 그만두겠노라 선언하고 방을 나왔다. 점심 시각에 맞춰 다시 돌아가자 아베는 되록되록 뱀눈을 굴리며 눈치를 살폈다.
내 고향 탐라에서 ‘돌부처’는 돌하르방을 이르는 말이었기에 내심 누구일까 궁금했다. 어린 시절 돌하르방은 다양하게 불렸다. 우리 마을에선 ‘무성목’으로 불렀는데, 어머니는 ‘미륵님’으로, 아버지는 ‘돌부처님’으로 깍듯이 공대했다. 하지만 오빠도, 나도, 마을 아이들도 발음하기 쉬운 ‘돌하르방’으로 불렀다. 어른들이 풍랑이나 역병, 또는 민란으로 일찍 돌아가셔서 하르방, 곧 할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돌하르방은 공동체의 수호신 이전에 ‘나의 수호신’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구사범의 ‘돌부처’에게 관심을 돌릴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선생님 꿈을 이루려면 한눈팔 틈 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다부진 결기를 모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