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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2705
· 쪽수 : 41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난 내가 저지른 짓을 알고 있어. 기억한다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죽었어……. 바로 나 때문에!"
"당신이 아니었어."
짐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칼날 여왕이었지. 놈들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어. 당신은 이제 사라로 돌아왔어.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함께할 거야. 그러니 진정해, 사라."
짐은 사라의 머리카락을 대신하고 있는 수상한 촉수를 만지려다 그만두었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모든 것이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그 여자였다. 그러나 이것은…… 짐은 촉수를 만졌다. 한 손으로는 사라의 손에 깍지를 끼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머리에서 가시처럼 돋아난 조직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짐은 손을 가져다 대면서 긴장했으나, 놀랍게도 손에 느껴진 감촉은 살처럼 따뜻했다. 사라의 살갗 같았다. 그리고 짐은 조금이라도 사라에 대한 여전한 그의 사랑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모든 감정이, 너무도 깊이 억눌러 지금까지 자신조차 몰랐던 그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사라는 그 손길이 편하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손길을 피했다. 짐은 사라의 기분을 존중하며 손을 거두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사라 케리건이든, 칼날 여왕이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마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걸. 난 언제나 파괴의 화신이었어. 내가 무엇이든 손을 대면, 내가 무엇이든 마음을 주면…… 다 그렇게 됐어. 바로 그것 때문에 그들이 날 선택한 거야, 짐. 내가 파괴의 화신이기 때문에……."
사라는 두 눈을 감고 무의식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짐은 등을 펴고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 사라의 말 중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또 그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괴로웠을까?
짐은 사라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도 되뇌었지만 정작 수억 명을 학살한 것이 온전히 칼날 여왕이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사라 케리건은 없었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