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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123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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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누군데 감히 내 앞을 가로막는 거냐?"
기사가 타고 있는 검은 말은 앞발로 바닥을 긁더니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코에서 하얀 연기가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 리제니는 칼을 뽑으며 소리쳤다.
"나는 검은 사자 백작의 셋째 아들, 리제니 덴 뤼미에르다. 정체를 밝혀라."
"거, 검은 사자 기, 기사단이냐? 그렇다면, 다, 당장 소속을 밝혀라."
뒤에 있는 시종이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로 바보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검은 기사는 어느 쪽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커다란 창을 앞으로 세우고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리제니는 뒤늦게 달아날 생각으로 말고삐를 틀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미 겁에 질려 발이 얼어붙어 버렸다.
검은 말은 두 번의 도약만으로 리제니와의 거리를 반으로 줄이더니 이후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빠르기로 달려왔다. 리제니도 마상 전투를 취미로 즐기곤 했지만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기사도 이렇게 빠르게 돌진해 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의식할 수도 없을 만큼 순식간에 검은 기사의 창이 리제니의 배를 뚫고 들어갔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창에 찔린 채로 허공에 떴다. 창끝에 꿰인 리제니는 고통에 혼미한 정신으로 검은 기사의 투구를 바라보았다. 투구 안으로 눈이나 입은 보이지 않았고 암흑만이 가득했다.
검은 기사가 창을 세게 털자,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리제니의 몸이 바닥에 둔탁하게 떨어졌다.
두 시종은 몸이 굳어 달아나지도 못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골목 어딘가에서 메아리처럼 여러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리제니는 바닥을 기어서라도 달아나려 했으나 두 걸음만큼도 움직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검은 기사는 죽은 리제니의 등에 창을 꽂았다. 그의 몸은 조금도 반응이 없었으나 검은 기사는 한 번 더 창을 찔러 넣었다.
검은 기사는 두 시종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도 내버려 두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무도 감히 성을 빠져나가는 검은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