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9528288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1. 텔레키네시스를 쓰는 법
2. 패럴라이저 카네다
3. 파이로키네시스는 핏짜를 구울 수 있는가
4. 두근두근 사이코메트리
5. 눈은 입만큼 많은 말을 한다
6. 우리도 문 정도는 열 수 있어
리뷰
책속에서
"그만 하세요."
목소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한마디였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아마 주변에 없을 것이다.
카네다에게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의 출처를
찾으려고 하자, 뒤를 돌아본 여고생과 눈이 마주쳤다.
가지런한 일자 앞머리 아래로 보이는 눈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마 싶으면서도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바로 앞에 있는 여고생의 교복 치마가 조금 말려 올라가,
누군가의 손목이 그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치한이잖아, 라고 생각한 순간에 오장육부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저 어린 소녀의 엉덩이를 만지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범인은 곧바로 찾아냈다. 카네다 옆에 선
남자였다. 이 자식이, 라고 정의로운 분노를 폭발시키려 고개를 들자
치한이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왜소한 카네다가 올려다 볼 정도로 컸다.
몸은 근육이 울퉁불퉁하게 도드라져 보일 정도여서 완력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을 듯했다. 남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카네다에게
얼굴을 들이대더니 불만 있냐는 듯이 위협했다. 이 더러운 치한 자식아!
당장 그 손을 떼지 못할까! 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자, 목이 꽉 메인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ㅡ'초능력'을 쓸 수밖에 없군.
흐읍, 하고 몸에 힘을 주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감각이 들고
힘이 서서히 손끝에 모였지만, 찌릿찌릿한 긴장감이 머리까지 오자
집중력이 끊어졌다. 틀렸어, 라고 카네다는 고개를 숙였다.
오늘 아침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스쳤다.
몇 번 더 집중하려 노력했지만 체내의 힘은 다시 모이지 않았다.
"스태정 주문하신 손님."
식사 나왔습니다―, 하고 힘 빠진 목소리와 함께 '미츠바식당'의 아주머니가 요리가 담긴 쟁반을 카운터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