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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592265
· 쪽수 : 245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인의 말 / 4
저자의 말 / 7
제1막. 보이는 것
88년생 / 15
선택 / 24
엄마·1 / 26
동정(同情) / 31
생존전략·1 / 35
여자 / 41
살인자 / 47
환상 / 62
엄마·2 / 64
생존전략·2 / 66
서민층 / 70
이종훈 / 78
달콤한 것 / 89
인어공주 / 94
암전 / 103
서울 / 106
강통일 / 112
아빠 / 116
내 사랑 / 124
악마 / 131
지옥 / 136
불치병 / 147
증오 / 153
유물 / 156
제2막. 보이지 않는 것
관객 / 163
여행 / 165
만남 / 169
사랑 / 174
이질감 / 180
1970년대 / 183
투쟁·1 / 186
투쟁·2 / 190
대화 / 196
결혼 / 205
생명·1 / 211
희생 / 216
죽음 / 222
엄마·3 / 227
생명·2 / 235
루트 / 241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무리 찾아도 나에게 있어야 될 근원은 없었습니다. 죽음이 엄마를 데려갔기 때문이지요. 물론 고맙게도 엄마라는 이름은 남겨두고 떠났지만, ‘엄마’ 하고 불러 봐도 그것은 아주 무의미한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아아, 그동안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을까요?
사람들 앞에서 요란스럽게 흥분한 나의 모양을 생각하니 슬쩍 무안해지네요.
근원을 찾는 데 실패한 나로서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동안 나는 ‘동·정·의·대·상’이었습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를 오징어처럼 축 늘어져 기운도 없고, 소설 속 고아의 이야기처럼 애참한 인물로 그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친절한 외부인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그들 나름의 동정을 나한테 행사하려고 한 것입니다. 물론 나도 그들의 친절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모든 사람들의 호의나 동정심을 뿌리치고 달아나고자 합니다.
내가 친절한 사람들의 고마운 동정심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동정심’이라는 게 뭡니까? 그것은 뭐, 나름대로 고귀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거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펄펄 끓어오르다가도 어느 순간 싸늘히 식어 버리는 교활한 인간의 이중성이 따뜻한 동정심 안에 깔려 있다는 것을요.
처음에는 나같이 어느 불쌍한 인물을 위해 펑펑 울어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나 몰라라 하며 “그것은 앞으로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매몰차게 쏘아 붙인다면, 그렇게 되면 나처럼 불쌍한 인물은 도대체 어떡하란 말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동정심이라는 허위성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물론 필요 이상으로 나라는 인간을 스스로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 아니냐라는 염려와 비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란 게 말입니다. 정말 믿기 싫지만 참 위선적이거든요.
<이하 생략>
- 본문 <동정(同情)>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