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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59593125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4
지도 8
열정 10
3일간의 여행 20
또다시 봄은 오고 78
어얼둬쓰의 샤천바오를 뚫고 81
쿠부치와 악수하다 112
황허를 거스르며 150
Hello! 텅거리(고원에 부는 바람) 230
서역으로 가는 길(드디어 역사 속으로) 280
후기 365
저자소개
책속에서
5시간 만에 12km를 겨우 걸었다. 식당이 있는 마을을 언제 만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길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언덕 기슭에 모두 열 채 될까 말까 한 작은 농촌 마을이 보인다. 워리의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랫길을 한참 걸어 들어가 첫 집으로 들어서자 회색과 검은색 털이 섞인 무서운 개가 덮칠 듯 튀어 오른다. 기겁을 하고 몸을 돌리자 다행히도 묶인 개였다. 묶이지 않았거나 목줄이 터졌더라면, 다리가 후덜덜 거려 정신이 없다.
또 다른 집을 가려면 모랫길을 한참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나는 라면을 먹어야 하고 악마같이 사나운 개는 수상한 침입자를 물어뜯어야 한다. 목줄이 튼튼하기만을 바라며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다시 들어간다. 개 짖는 소리에 촌부가 문을 열고 나오다 내 모습을 보자마자 짧은 순간 얼굴 표정이 이리 저리 바뀐다.
“끓인 물을 좀 주실 수가?”
라면 봉지 하나 들고 뜨거운 물을 부탁하자,
“메이요우! 메이요우!(없어요!)”
라며 손을 내젓는다.
“아니 뜨거운 물만 조금요.”
역시 “메이요우”라며 얼른 집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내 푸퉁화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그럴 리가?
말이 통하지 않아 라면을 먹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지나친 사투리로 빠르게 하는 그의 말을 나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는 이미 내 의도를 재빨리 알아차리고는 무슨 말을 해도 “메이요우”만 하리라 작정한 것이다. 그가 알아차린 내 의도란, 생전 보지 못한 괴상한 외국인이 문 앞에 와서 적선하는 셈 치고 비싼 값으로 라면 하나 사 달라는 의미로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다른 전략으로, 보따리에서 코펠을 꺼낸 다음 라면을 그 속에 넣고 다시 한 번,
“러 슈웨이!(뜨거운 물 좀!)”
드디어 얼굴에 미소를 띤다. 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략>
- <본문>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