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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운 (지은이)
  |  
한솜미디어(띠앗)
2021-03-25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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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열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595396
· 쪽수 : 304쪽

책 소개

정용운 수필집. 충주댐 수몰지역 이주자 명단과 마을 전경사진을 공개한다.

목차

추천의 글/ 4
격려와 추천의 글/ 6
책머리 글/ 8

Part (가) 멋대로 맘대로 사는 세상
1. 노점상 할매/ 14
2. 돈은 행복과 불행의 근원이다/ 19
3. 욕심은 양심을 버린다/ 24
4. 천대받은 여자와 귀중한 산/ 30
5. 실패한 협업농업정책/ 35
6. 취미생활/ 40
7. 애정의 세월/ 44
8. 노인 세상/ 49
9.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54
10. 615호 병실의 식물인간/ 60

Part (나) 세월이 가면 세상이 변한다
1. 충주댐 주변 옛 마을 회상/ 66
2. 달래강 연정/ 97
3. 잊을 수 없는 분동/ 102
4. 문맹 퇴치/ 106
5. 고난의 시절/ 111
6. 이름 없는 무덤 옆에서/ 116
7. 반려동물/ 122
8. 도덕 정신/ 127
9. 유·무연분묘 이장/ 132
10. 민족의 대이동/ 136

Part (다) 바람은 나무가 있어야 소리를 한다
1. 시골 달/ 142
2. 반평생 당한 갑질/ 148
3. 인사말의 이모저모/ 155
4. 정신이 혼미해지는 술/ 159
5. 첫사랑/ 163
6. 가을무 도둑/ 168
7. 실업자의 고통/ 172
8. 부지런한 개미/ 176
9. 지게 귀신/ 180
10. 허수아비/ 186

Part (라) 먹고 또 먹어도 끝이 없는 음식
1. 소원의 굴레/ 192
2. 어머니들의 인내심/ 197
3. 자존심/ 204
4. 유령/ 208
5. 밥이 보약이다/ 214
6. 막걸리와 묵향/ 219
7. 파묘/ 224
8. 이산가족/ 229
9. 쓰레기 대란/ 234

Part (마)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다
1. 애국심은 국력이다/ 240
2. 특화사업/ 245
3. 청춘시대/ 250
4. 불발탄/ 258
5. 민간야경/ 264
6 역사에 등록된 인물/ 272
7. 민심은 천심이다/ 283
8. 호국보훈의 달에/ 290
9. 전염병/ 295
10. 긴급재난지원금/ 300

저자소개

정용운 (지은이)    정보 더보기
수필가 · 시인 1962년 KBS 생활수기 당선(라디오 방송) 서예 작품 활동. 전국·충북 대전에서 특선, 입선 다수 「세기문학」에 ‘민들레꽃’, ‘충주댐 가는 길’로 등단 전 「풍자문학」 고문 전 「풍자문학」에 수시로 수필과 시, 칼럼 등재 2001년 시집 『어머니 냄새』 발표 2002년 하추 시집 『해산하는 도토리』 발표 2004년 맹춘 시집 『도라지꽃 피는 언덕』 발표 2010년 하추 수필집 『공원의자』 발표 2015년 하추 시집 『서산에 걸린 사람 소리』 발표 2018년 맹춘 시집 『세월의 여백』 발표 2019년 하추 수필집 『구름이 머물던 자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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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 노점상(路店商) 할매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는 늙은 할머니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불어도
양파, 무, 호박 몇 개 앞에 놓고 행인들의 관상을 본다.

정신을 집중하여 정성을 다해 붓글씨를 쓰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그럭저럭 한세월 먹을 갈면서 묵선(墨禪)에 젖어 고요한 서실 독방에서 글씨 한 장 써 걸면 마음이 홀가분하면서 흐뭇할 때도 있고, 비참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때로는 시상(詩想)이 떠올라 나름대로 원고지를 채우기도 한다.

오늘따라 화창한 햇살이 무르익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 가방 걸어 메고 무작정 운동 삼아 전통시장으로 가는 발길은 가벼웠다. 모처럼의 시장 나들이다. 전통시장 들어가기 전 도로는 대단히 협소한데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 서로 부딪치며 걷는 살벌한 시장 어구 길섶에 잡다한 가지가지 농산물을 늘여놓고 늙은 할머니들이 진을 치고 앉아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구매해 주길 바라며 인상과 관상을 본다.

어지럽게 벌여놓은 상품이라야 양파 몇 개, 애호박 몇 개, 시금치 두 다발, 쪽파 서너 단, 느타리버섯 등을 앞에 놓고 사람만 지나가면 “뭘 드릴까요? 무조건 싸게 드려요”라고 한다.
시골 돌담 위에 뻗어 올라간 호박 덤불에서 갓 따온 것 같은 싱싱한 애호박이 탐나게 눈에 띄어 한 개 값으로 천 원을 주니 늙어 찌그러진 손으로 돈을 받아서 침을 탁 뱉어 바가지에 던지며 오랜만의 마수라 한다. 이것이 영세한 상인들의 삶이며 쪽파 한 뭉치라도 팔면 숨었던 웃음이 터지고 마음이 흐뭇해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중풍이나 치매 걸려 세상을 등지고 요양원이나 병원 생활하는 늙은이들보다 몇 배는 삶에 보람을 느낄 것이다. 전문적인 장사꾼이 되어 수년간 물건을 받아 장사하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농촌 생활에 다소의 돈을 마련하여 손자들 용돈이라도 주려고 텃밭에 조금 심어놓은 쪽파나 호박잎을 따서 팔려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도 많다.

날씨가 좋으면 그런대로 재미가 있겠지만 찬바람 부는 날 점심을 굶으며 팔아줄 소비자를 기다리는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는가?
노점 장사꾼들이 즐비하게 앉아 있는 초라하고 살벌한 좁은 길목을 지나 전통시장 첫 골목으로 들어갔다. 상점과 상점 사이 골목 중앙으로 떠돌이 손수레 자판 위에 널려 있는 싸구려 생고등어가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한편 가게에는 사과 박스와 바나나 뭉치가 앉아 과일 자랑을 하고 있는데, 곱게 생긴 호떡 장사는 지글지글 거리는 호떡을 거저 주듯이 맛보고 가시라며 아양을 떨고 있다.
그래도 정부에서 지원하여 전통시장 천장을 덮어서 눈 비바람을 막아주니 아늑해서 좋다. 전통시장은 장날이 아니어도 많은 소비자들이 득실거려 이곳에 와야 사람 사는 세상 같다.

실개천 언덕 대장간에는 뜨거운 불길이 쇠 녹이는 풍구 소리 한가롭고, 낡은 호미와 헌 낫을 새로 고쳐달라며 시골 사람 둘러앉아 세상 이야기도 구수하다.
시장 네거리에는 엿장수가 가위 장단 치며 흘러간 옛 노래로 시장 분위기 살리는데, 닭장에 갇힌 붉은 장닭은 곧 죽을 줄도 모르고 홰를 치며 울며 정오를 알린다.

동물 시장에는 사람보다 똥개가 더 북새통 치지만 팔려가지 못한 강아지는 주인 다리에 매달려 눈물 콧물 흘리며 집에 가자고 낑낑거린다. 그야말로 한가롭고 애처로운 풍경이다.
김을 구워 파는 가게 앞에는 김 사려는 소비자들의 줄이 장관인데, 김 구워내는 가게 앞에 앉은 여자의 손길이 더 바쁘고 채소 장수와 어물 장수 눈코 뜰 새 없어도 옷 가게, 이불 가게, 그릇 가게 주인은 골목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한다.

떡 방앗간에는 부인들이 득세하고, 가래떡이 푸짐하게 김을 품어대며 줄기차게 뽑아 나오면 침은 절로 꿀떡 넘어간다. 고소한 들기름 참기름 냄새 진동하는데, 매운 고추 방아가 훼방을 놓아 코 막고 입 막으며 죽치고 들앉아 제 차례만 기다린다.
뻥튀기 작은 공장 아저씨 호각 소리에 귀 막은 아기 달래려고 강냉이 한 주먹 주워 놀란 가슴을 달래주고, 시골에서 달려온 옥수수, 쌀, 콩 등을 깡통에 담아 즐비하게 늘여놓고 장 보러들 갔다.

언제 왔는지 비둘기 한 마리가 마당에 흩어진 쌀강정을 씹지도 않고 성큼성큼 집어삼키다 어디론가 가더니 다시 두 마리가 와서 조잘대며 주워 먹는다. 물어보나 마나 먹다가 데리러 간 것은 암비둘기일 것이고 따라온 비둘기는 수비둘기일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지혜와 꾀가 있어서 남자는 늘 여자 뒤꽁무니를 따라다녀야 한다.

농사짓는 아저씨 마늘 한 갓, 달걀 꾸러미 팔아 생태 두어 마리 사들고 선술집 목로에서 친구들과 허허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에 손가락 푹 담가 마른 논에 물 넘어가듯이 술술 넘기고 녹두 부치기 한 소당이 안주가 제격이라, 한 잔 술이 두 잔 되어 해 저무는 줄 모르다 파장에 어머니 고무신 사서 지게뿔에 걸고 험한 산 고개 넘어가며 신세 한탄할 것이다.

이래저래 전통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상부상조한다. 슈퍼나 마트에서는 비닐봉지를 주지 않아 장바구니가 없으면 맨손으로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전통시장은 비닐봉지가 흔할뿐더러 비닐봉지가 없으면 물건을 팔 수 없다.
어디는 비닐봉지를 허용하고 어디는 안 되는 혼돈의 시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 뿐만 아니라 달동네 서민 촌은 연탄재며 가지가지 쓰레기를 정부에서 판매하는 봉투에 넣어 버리지 않는다. 아무리 벌을 준다고 호통 쳐도 정부는 정부고 나는 나다. ‘없는 살림에 쓰레기봉투 살 돈이 어디 있냐’는 듯 서민들은 영세한 생활을 내세워 배짱을 부리기에 좋은 시책도 소용없다. 정부에서 쓰레기 줄이기 홍보를 열심히 하지만 당하지 못해 할 수 없이 미화요원이 어떤 쓰레기든 다 치울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전통시장도 자유로이 검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판매하는 모양이다. 어찌 됐든 전통시장은 삶에 훈기가 풍겨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돈이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돈만 알고 돈에 녹 때가 앉으면 보이는 것이 없다고 했다. 너무 돈을 챙기면 이웃도 친척도 없는 외롭고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이다.
전통시장 산책으로 악착같은 생활을 느꼈지만 사회 돌아가는 통념도 모르고 세월 흐름도 잊은 듯한 감회(感悔)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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