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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3673
· 쪽수 : 49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러나 유스케의 태도는 반항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 대한 반항이란 대체로 성질 사나운 개처럼 온몸에 적의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것인데, 아까 유스케가 내보인 태도는 언뜻 도발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 표정이나 목소리는 침착하기 이를 데 없었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잘 먹었습니다 하고 예의 바르게 손을 모으지 않았던가. 기분이 상한 히데미 모양으로 문을 힘껏 닫아서 날림으로 지은 집을 흔들어놓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예를 들어 러시아의 원자력발전소가 폭파하든,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북지방의 핵연료 시설에서 방사선이 누출되든, 그것이 직접 우리 집을 오염시키지 않는 한 나는 평화롭게 살 것이다.
나의 솔직한 기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웃에서 누가 유괴를 당하든 총을 맞아 심장이 터지든 내 알 바 아니다. 물론 유족의 처지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그건 그냥 표면적으로 마음이 그렇다뿐이고 마음 깊은 곳에는 슬픔도 없다. 오히려 내 가족에게 아무 일이 없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앞선다.
기억의 문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열렸다.
에바타 신고에 이어 살인범의 희생양이 된 아이는 바바 마사야였다. 그 아버지의 이름이 바바 아키후미.
세 번째 희생자는 아카바네 사토시라는 아이였는데, 그 어머니의 이름이 아카바네 마리코가 아니었던가. 아카바네의 집은 모자만 살아가는 가정이었다.
그리고 에바타 다카아키.
에바타 다카아키의 이름 옆에는 호잔물산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다.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사는 에바타 다카아키의 근무처와 동일하다.
그리고 오자키 다케히코.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연쇄유괴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네 명. 그 아이들의 부모 이름이 우리 집 안에 존재한다. 유스케가 가지고 있다. 네 장의 명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