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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758388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15-05-2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59
리뷰
책속에서
“이게 바로 불새야.” 이렇게 말한 에일러는 삽화 아래에 휘갈겨진 글씨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통역해주었다. “대가를 치르고 나면 알 만한 자들은 내 이름을 알지니. 시계가 자정을 치면 종말이 오리라.”
“종말?” 에코는 눈살을 찌푸리며 에일러와 책 사이의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슬슬 불길한 냄새가 나는데요? 지금 제가 빈속에 불길한 것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에일러는 에코 쪽으로 몸을 기울여 진지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애비슨 족의 예언에 따르면 불새는 드러카린과의 이 전쟁을 끝내줄 거라고 했어. 하지만 어떻게 끝날지는 누가 그걸 조종하느냐에 달려 있지.”
겨우 두 글자였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특별했다. 그래서 에코는 지금 든 생각을 혼자서만 간직하기로 했다. 에코의 손가락이 로완의 목덜미 아래에 잇는 잔털들 사이로 미끄러지자 로완의 입술 끝이 다시 입을 맞댄 채로 올라갔다. 로완이 입술을 뗐을 때 에코는 마치 로완이 자신의 심장까지 조금 가져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완은 에코의 코끝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있다가 봐. 알았지?”
‘젠장.’ 에코는 펜던트가 든 손을 꽉 움켜쥐며 벌떡 일어났다. 무릎에 부딪혀 찻종이 엎어졌다. 노부인이 에코와 외눈박이 드러카린 사이로 몸을 던졌다. 자기 몸을 방패로 사용한 것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날카로운 장검의 끝이 부인의 기모노를 뚫고 벌건 피를 뒤집어쓴 채 부인의 등 뒤로 나와 있었다. 에코는 순간 멈칫했다. 너무 선명했다. 차가운 회색 쇳덩이 위에 그토록 붉은 색이 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노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드러카린은 부인의 몸에서 칼날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도망가.” 노부인이 꺽꺽대는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