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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9867806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06-06-12
책 소개
목차
자서
1부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
빗장 / 짧은 해 / 나는 몰라요 / 6월 / 내 사랑은 / 봄밤 / 그이가 당신이에요 / 별 하나 / 새 길 / 초봄, 산중일기 / 그대 없을 때 / 사랑 / 연애 1
2부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그리운 꽃편지 1 / 그대, 거침없는 사랑 / 참 좋은 당신 / 사랑의 편지 / 노을 / 해 지는 들길에서 / 큰 산 / 봄비 / 봄비 2 / 푸른 나무 1 /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 산벚꽃 / 흔적 / 사랑 노래 2
3부 곱게 지켜 곱게 바치는 땅의 숨결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밤 산 / 세상의 비밀들을 알았어요 / 늘 보고 싶어요 / 나비는 청산 가네 / 강 끝의 노래 / 가을밤 / 섬진강 3 / 섬진강 11 / 가을 / 섬진강 15
4부 물무늬 같은 사랑이 그 그리운 시냇가
때로 나는 지루한 서정이 싫다네 / 나무 / 시를 쓰다가 /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 농부와 시인 / 봄날 / 그 그리운 시냇가 / 이 소 받아라 / 선운사 동백꽃 / 그 여자네 집
5부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사람들은 왜 모를까 / 적막강산 / 단 한 번의 사랑 / 봄 / 빈 들 / 앞산을 보며 / 하루 / 올페 / 그랬다지요 / 그대 생의 솔숲에서 / 세월은 가고 / 강가에서 / 강 같은 세월 / 저 산 저 물
책속에서
그 여자네 집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중략)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 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그
여
자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