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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종교학
· ISBN : 9788959969982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2-07-05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책머리에
글을 시작하며
마조의 화두
1. 완월玩月(157): 이럴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즉심卽心(159):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다
3. 전수展手(160): 마음이 곧 부처이다
4. 일구一口(161):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신 뒤에야 알려주겠다
5. 사구四句(164):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
6. 원상圓相(165): 들어가도 때리고, 들어가지 않아도 때리겠다
7. 일면日面(169): 일면불, 월면불
남전의 화두
1. 참묘斬猫(207): 고양이를 베다
2. 물외物外(210): 무엇이 물物 바깥에 있는 도입니까?
3. 가중家中(212): 어떤 때는 앉고, 어떤 때는 눕습니다
4. 호풍好風(222):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구나
5. 즉심卽心(226):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도 아니다
6. 양아養鵝(238): 어찌해야 거위를 꺼내겠습니까?
7. 예모刈茅(240): 이 낫을 신나게 쓴다
8. 정병淨甁(242): 경계를 건드리지 말고 물을 가져오너라
9. 심불心不(243): 마음은 부처가 아니요, 지혜는 도가 아니다
10. 견호見虎(244): 그것은 호랑이오
조주의 화두
1. 유주有主(406): 주인이 있는 사미입니다
2. 평상平常(407): 평상심이 도이다
3. 만법萬法(408):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4. 나복蘿蔔(409): 진주에서 큰 나복蘿蔔이 난다
5. 조주趙州(410): 동문, 남문, 서문, 북문이다
6. 끽다喫茶(411): 차를 마시게나
7. 대산臺山(412): 오대산 가는 길이 어디요?
8. 지도至道(413):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9. 천상天上(414): 천상천하 유아독존!
10. 과굴窠窟(415): 이 말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11. 위인爲人(416): 어찌 이 문구를 다 인용하지 않는가?
12. 불성佛性(417):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13. 해자孩子(418): 급히 흐르는 물 위에서 공을 친다
14. 간전看箭(419): 화살을 보라!
15. 상추相推(420): 향을 고여 오라
16. 백수栢樹(421): 뜰 앞의 잣나무
17. 구화救火(422): 불이야! 불이야!
18. 상구相救(423): 살려주오! 살려주오!
19. 탐수探水(424): 물 깊이를 더듬습니다
20. 용심用心(425): 12시진 속에서 어떻게 마음을 쓰리까?
21. 이팔二八(426): 동쪽은 동쪽이고, 서쪽은 서쪽이다
22. 호리毫釐(427): 하늘과 땅의 간격만큼 벌어져 있다
23. 노로老老(428): 어디가 제가 거주할 곳입니까?
24. 끽죽喫粥(429): 죽을 먹었는가?
25. 유불有佛(430): 부처님 계신 곳은 머물지 말라
26. 차사此事(431): 부처가 곧 번뇌이다
27. 전리殿裏(432): 전각 안의 부처이다
28. 답화答話(433): 옥을 얻으려 했는데 날벽돌을 얻었구나
29. 금불金佛(434): 참부처는 안에 앉아 있다
30. 일물一物(435): 내려놓아라
31. 권두卷頭(436): 계십니까, 계십니까?
32. 지로地爐(437): 이 이야기를 거론하는 사람이 없구나
33. 약작略彴(438): 나귀도 건네고 말도 건넨다
34. 투열鬪劣(439): 나는 한 마리 당나귀와 같다
35. 창야唱喏(440): 조심스럽게 모셔라
36. 흡호恰好(441): 바로 그것이다!
37. 야승夜陞(442): 마니주가 왜 나타나지 않습니까?
38. 협화挾火(443): 숯불을 집어들고…
39. 서자西字(444): 그대들이 글자를 알기 때문이다
40. 당자幢子(445): 부서져 떨어졌다
41. 개두蓋頭(446): 응대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
42. 동사東司(447): 뒷간에서는 불법을 말해줄 수가 없구나
43. 공덕功德(448): 한 법당 안의 좋은 공덕이로다
44. 대왕大王(449): 대왕께서 오셨습니다
45. 세각洗脚(450): 마침 발을 씻는 중이다
46. 호병胡甁(451): 받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47. 포자鋪子(452): 여기에 순포자巡鋪子를 세우면 좋겠구나
48. 조주趙州(453): 조주의 죽순을 훔치러 갑니다
49. 예불禮佛(454):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
50. 할참喝參(455): 사미는 문 안에 들어왔는데 시자는 문 밖에 있구나
51. 이해異解(456): 관음원 안에 미륵이 있네
52. 전장轉藏(457): 대장경 읽기를 마쳤노라
53. 유유油油(458): 기름이오! 기름이오!
54. 현지玄旨(459): 벽 위에 걸어둔 전재錢財이다
55. 정안正眼(460): 어느 곳 청산인들 도량이 아니기에…
56. 연진年盡(461): 한 해가 다 가도 돈을 사르지 않는다
57. 불천不遷(462): 두 손으로 물 흐르는 모양을 지어 보이다
58. 파파婆婆(463):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니…
59. 한閑(464): 한閑이로다
60. 십관十貫(465): 삿갓을 쓰고 떠나버리다
61. 박슬拍膝(466): 아시겠습니까?
62. 식심識心(467): 무엇이 길을 잘못 들지 않는 것입니까?
63. 차성此性(468): 4대와 5온이다
64. 백해百骸(469): 오늘 아침에 또 바람이 일어났다
65. 사산四山(470): 네 개의 산이 닥쳐올 때엔 어찌합니까?
66. 이룡二龍(471): 구경이나 하련다
67. 칠기柒器(472): 도인이 서로 만날 때는 어떠합니까?
68. 난중欄中(473): 우리 안에서 소를 잃었다
69. 불성佛性(474): 뜰 앞의 잣나무도 불성이 있습니까?
70. 판치版齒(475): 앞니에 돋은 털이다
71. 장외牆外(476): 큰 도는 장안長安으로 통한다
72. 재유才有(477): “시비가 생기는 즉시 번잡해져 마음을 잃는다”
73. 여마與麽(478): 이렇게 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74. 척안隻眼(479): 나 대신 괭이를 가져다주거라
75. 염불念佛(480): 염念하는 자가 누구인가?
76. 구재久在(481): 어떻게 안장을 구하라는 것인가?
77. 징징澄澄(482): 그래도 객작한客作漢이다
78. 비로毘盧(483): 무엇이 비로자나불 정수리의 상입니까?
79. 출래出來(484): 무엇이 출래저인出來底人입니까?
80. 납의納衣(485): ≪법화경≫을 읽은 적이 있는가?
81. 구화救火(486): 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뽑는구나
82. 불자拂子(487): 평생 썼어도 못 쓴 것이외다
글을 마치며
보론: 들뢰즈와 무문관의 화두들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4. 간전看箭(419): 화살을 보라!
조주가 수유를 찾아가서 법당으로 올라가자마자, 수유가 말했다.
“화살을 보라!”
선사도 말했다.
“화살을 보라!”
수유가 말했다.
“지나갔다!”
선사가 말했다.
“맞았다!”
조주와 수유茱萸 두 선사가 법거량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수유를 찾아와 법당에 들어선 선사는 조주이다. 조주가 법당에 들어섰으니 수유는 조주에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법당은 법을 논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수유는 도전해 오는 조주에게 “화살을 보라” 하며 대응했다. 조주 역시 “화살을 보라” 하며 맞대응한다. 지금 허공에 두 화살이 서로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한 사람은 주인이고 한 사람은 손님이지만 대등하다. 팽팽히 맞서 있다. 먼저 수유가 “지나갔다”고 말하고 이에 맞서 조주가 “맞았다”고 말한다. 누가 쏜 화살이 누구를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일까? 수유가 조주를 향해 쏜 화살이 조주를 맞추지 못하고 “지나갔다”고 한다면 조주 또한 “지나갔다”고 말해야 하지 “맞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또, 만약 조주가 수유를 향해 쏜 화살이 수유를 맞추지 못하고 지나갔기에 수유가 “지나갔다”고 말했다면, 조주 또한 “지나갔다”고 말해야 하지 “맞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로부터 우리는 이 공안이 “지나갔다”, “맞았다”에 초점을 두는 것이지 화살을 쏜 주체는 문제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유의 “지나갔다”는 말을 자신을 향해 쏜 조주의 화살이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지나갔다는 말로 이해해보자. 수유는 “지나갔다”고 말하지만 조주는 “맞았다”고 말한다. 조주가 쏜 동일한 하나의 화살을 두고 한 사람은 “지나갔다”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맞았다”고 말한다. 이 점을 동일한 하나의 사태를 두고 서로 다른 인식을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지나갔으면 지나갔고, 맞았으면 맞았지 동일한 사태를 두고 한 사람은 지나갔다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맞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말은 참이고 다른 한 사람의 말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거량하는 조주와 수유 두 선사는 판단의 진리가 아니라 이 진리가 발생되어 나오는 진리 혹은 진실眞實; tattva을 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공안은 눈에 보이게 표상할 수 없다. 처음에 우리는 조주와 수유의 법거량하는 장면을 눈에 보이게 표상해보았지만, 이제는 수유의 “지나갔다”, 조주의 “맞았다”는 말로 인해 표상할 수 없게 되었다. 눈에 보이게 표상할 수 있다면 표상되는 장면은 날아가는 도중에 두 화살이 허공에서 맞부딪혀 떨어지는 장면이거나, 서로를 향해 날아간 화살이 서로를 맞추거나 둘 중 한 사람을 맞추거나 맞추지 않거나 하는 장면일 것이다. 허공에서 맞부딪혀 떨어지는 경우는 서로에게 빗나가는 경우와 같다. 수유의 화살이 조주를 맞추거나 맞추지 못하는 경우는 조주의 화살이 수유를 맞추거나 맞추지 못하는 경우이다. 결국, 수유와 조주가 모두 상대의 화살에 맞는 경우, 둘 다 상대의 화살에 맞지 않는 경우, 둘 중의 한 사람이 맞는 경우이다. 이른바 4구인 것이다. 그런데 수유가 “지나갔다”고 말하고 조주가 “맞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눈에 그리도록 상상한 장면은 완전히 삭제되고 만다. 동일한 하나의 화살을 두고 한 사람은 지나갔다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맞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날아간 동일한 화살을 눈에 그려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공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맞았다, 맞지 않았다 하기 전에 맞았다, 맞지 않았다 하고 판단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영역, 깨달음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