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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718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6-05-25
책 소개
목차
제1부
소 울음소리 13
현미밥을 지으며 14
문장리 15
이륜耳輪 17
선암매 18
순천역이 가슴속에서 떠나갔다 19
둥근 하늘 21
쥐눈이콩 22
툭, 건드려주었다 23
물방울 24
반짝이는 어둠 26
뻐꾸기 둥지 27
황태찜 29
민들레 우주선 31
풍진이의 봄날 32
경經, 중얼거리다 33
제2부
애기사과 37
하늘로 밀려가는 파도들 38
풍진이의 겨울 40
여명 41
오리들의 묵념 43
폐자전거 45
세 명의 내가 쓴 시 47
휘리릭 휘리릭 48
매미 49
어머니의 눈 50
난꽃 52
빨간 신호등 건너기 53
배 54
번데기 55
황금 붕어 56
붉은 주머니 58
제3부
목이전木耳傳 63
시래기 65
소쩍새 울음 66
한 무리의 은어 68
수숫대 70
천둥 71
보리밭 72
12월 74
이상인 씨의 농사法 75
마루 77
낚시하는 잠자리 79
빨래방을 나오며 80
겹겹의 배춧잎 81
들깻잎 82
제비꽃 무덤 84
애장 터에서 85
제4부
섬진강 노을 89
식구 91
콩꽃 92
고구마 93
태풍 94
백설白雪 95
백일홍 96
황사 97
대추나무 98
꽃무릇 사랑 99
망가진 소리판 한 장 100
벚꽃 102
수평선 103
대나무처럼 104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105
월산 이현도 씨네 매화나무 106
해설
염창권 겹으로 짠 우주그물에서 날아온 나비 107
저자소개
책속에서
툭, 건드려주었다
벼랑 돌 하나를 굴려주었다.
일억 이천만 년 동안 나를 기다려
비탈길 하나를 굴러 내린다.
한 번의 구름을 위해
수만 번의 심호흡과 몸을 둥글게 말아가며
자세를 가다듬었을 것이다.
그 오랜 침묵의 무게를 벗고
파닥 날개를 펴는 새처럼
땅을 박차고 힘껏 뛰어 내려갔을 것이다.
단 한 번의 밀어줌으로
간단없이 급한 비탈의 경계를 넘어
다음 생에 당도한 바위 조각,
거기서 또다시
누군가 툭 건드려주는 일이 또 생길 듯이
깊은 꿈을 꾸듯 기다려야 한다.
문장리
사람들은 짧은 문장 안에서 산다.
잠시도 문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명사들이
서툴게 쓴 문장 길을 어슬렁거리고
문장의 크기만큼 열리는 오일장에는
싸고 풋풋한 언어들이 넉넉하게 팔린다.
몇 대째 한 문장에서 함께 사는 이들
고치고 고쳐도 허술한 생을 베개 삼아
저녁이면 30촉짜리
밝은 주제 하나 켜놓고 잠든다.
개구리 떼도 긴 문장 속에서 운다.
어쩌다 문장을 펄쩍 뛰쳐나간 놈들은
소문처럼 아침 안개로 떠돈다.
별들마저 새까만 밤하늘의 첫 페이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전설을 수놓는
이 문장 안에서, 문장 사람들은
서로 뜻이 잘 통하는 한 구절 문장일 뿐.
부대끼며 힘들게 살다 보면
눈인사만 나누어도 금방 친숙해지듯이
짧고 간결한 내용의 문장들이
다시 태어나고 새롭게 고쳐 쓰이다가
결국은 삶의 비틀린 얼룩 자국처럼
세월의 비누로 깨끗이 지워져가는 것이다.
짧고 긴 문장 안에 사는 것들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