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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4354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19-07-1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심장을 11
육식주의자 12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14
고래 16
처용 18
만조 20
퇴근길 22
가오리 24
어느 십일월 저녁 26
가랑비 오는 날 28
개집 30
여객선 터미널 32
성찬식 34
천막 횟집 36
참 더러운 중년이다 38
사무원 40
카누 42
돌아가고 싶은 얼굴이 43
고등어회 44
허허 45
연명 포구에서 46
여자 48
달동네 50
해무 52
재규어를 만나면 재규어를 죽이고 54
애조원 56
늙은 어부 59
숲 60
신림동 62
고시원 64
그곳에도 숲이 있었다 66
나비 68
관악산 입구 70
소라 껍데기 73
펜팔의 추억 74
한파 76
한퇴마을 가는 길 78
당금마을 80
제2부
내죽도 83
아랫방에 혼자 살았다 84
원문만 86
오솔길 88
나는 너다 89
내 속의 바다, 너는 90
청둥오리 91
매물도에서 92
돌담집 94
이중섭 96
북서풍 97
붉은 흙 98
푸른 공룡의 등뼈를 따라 100
억새 산 101
참 맑은 날 102
전설 104
너는 온다 106
2018년 봄 109
해설
송기한 식물적 죽음을 일깨우는 야생의 힘 11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오천축국의 법에는 목에 칼을 씌우거나 몽둥이로 때리거나 감옥에 가두는 형벌이 없다 죄를 지은 자에게는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벌금을 내게 하지 죽이지 않는다 국왕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매를 날리고 사냥개를 달리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길에 비록 도적이 많긴 하지만 물건만 빼앗고 곧 놓아준다
혜초가 밟은 오천축국의 길, 도반道伴이 되어 장안까지 따라갔을 것이다
밀교의 경전 문을 열고 들어가 시커먼 문자들과 펄 장난 하며 놀다가
문자들이 잠든 깊은 밤이면 슬그머니 나와 고승의 다반茶盤 곁에 앉곤 했을 것이다
어디에 있을까, 내가 사랑한 길들은
커다란 박 쪼개어 타고 뱃놀이하는 장자처럼
눈 부신 유리 조각 번쩍이는 바다 가로질러 농어 새끼 쫓아다니던 길
하늘을 담아 숙성시키는 빈 술독 되어 터벅터벅 걸어 다니던 산길
쓸모의 내장 모두 되새김질하여 잘게 부숴버린 게으른 황소 되어
주전자 뚜껑에 농주 부어 마시며 돌아다니던 논둑길……
두툼한 밤나무 밑동을 돌아가는 싱싱한 가을 독사처럼
내 혈관을 흘러 다니던 길들이 생각나 홀로 걸어보는 옛 오솔길
푸른 내 몸속을 흘러 다니다가
환한 그리움 따라 너에게로 갔던 길들은 또 어디에 있을까
네 가슴에서 자라 훤칠한 장송들이 되어있을까
지금처럼 눅눅하게 끓는 여름 오후에는 너에게 선선한 그늘이 되어주기도 할까
그 그늘 아래 눈 감고 앉아 매미 소리 요란한 톱질로 몇 그루 잘라
뗏목 엮어 마음의 연안에 띄워보기도 할까
아!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