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090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2-01-1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아가의 시
아가의 시 10
첫사랑 12
봄날 13
밀어 14
괜찮아, 사랑아 15
하쿠나 마타타 16
하루 17
돌베개 위의 잠 18
시앗 19
은방울꽃 20
우리 할머니 21
광주 할매 22
봄눈 23
지니 24
문 좀 열어 봐 26
제2부 열두 살 여름
열두 살 여름 30
빗방울 32
뭉클 34
열대야 36
밥꽃 38
꾸꾸르꾸꾸 39
감자에 싹이 나서 40
찔레꽃 42
그때 그 노래 44
노량진 연가 46
물수제비 뜨는 남자 48
모항에서 50
서라벌의 별 52
오월루에서 54
베사메 무초 55
제3부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58
열세 살 가을 59
세라 60
백일홍 61
백화등 62
능소화 63
노량진의 달 64
뿔, 물이 되다 66
부용산 연가 68
색소폰, 그녀 69
귀울음 70
당신 71
학문외과 72
옛집 73
막차 74
제4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76
시간의 무덤 80
무덤 위의 잠 82
학고개 84
슬픔은 동그랗다 86
창 88
옛 시인의 집 90
천왕봉 가는 길 91
환상통 92
휘파람새 93
막차를 보내고 94
할미꽃 96
이별 연습 97
▨ 권준영의 시세계 | 배옥주 98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가의 시
엄마
하나쯤
작은 창을 갖고 싶어요
그 창문 열면
나는 한 마리 아기 새되어
당신의 하늘을 날 거예요
그러나 엄마
아직은
창문을 열지 마세요
하늘이 왜 높은지 알기까지는
하늘이 왜 파란지 알기까지는
엄마
아주 작은
날개를 갖고 싶어요
날개가 있다면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당신의 꽃밭을 날 거예요
그러나 엄마
아직은
날개를 주지 마세요
꽃이 왜 피는지 알기까지는
꽃이 왜 지는지 알기까지는
돌베개 위의 잠
길 가다 문득 뒤돌아본다 수많은 발자국들 맨 처음 시작은 어디였지 보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아니 보인다 해도 알 수 없을 것 같은 소우주 그 근원을 생각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생각하고 생각하다 길을 간다 이 길이 맞는 걸까 좁은 길로 가라 하는데 나는 넓은 길을 사랑해서
어쩌지 어쩐다지 이 길 끝이 돌아설 수 없는 낭떠러지라면 어쩌지 바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면 좋겠다 결국은 바다로 갈 물이라면 좋겠다
여기는 얍복 강 나는 돌베개 위에서 꿈꾸는 야곱 환도 뼈가 상하도록 천사와 밤새 씨름을 하다가 새 이름을 얻었다
고요한 소리가 있다 사람이 바람보다 물보다 귀하다 한다 길을 간다 소리가 길을 잡고 간다 살아 있는 소리다 길은 좁은 길 이 길 끝에 사닥다리가 있단다
뿔, 물이 되다
사는 동안 왜 그리 화낼 일이 많았던지 불같이 화를 내고 쓰러지던 날 노자가 도덕경으로 나를 불렀어요 그는 내게 물같이 살라 했지요
시답잖은 소리 또 화가 치밀었지만 큰 스승 기에 눌려 마음공부 들 수밖에
그가 보여 주는 화면 속 건장한 사내들이 바지를 내렸어요 성난 물건 흔들며 모닥불에 물총을 쏘아대더라고요 대학 시절 MT 때 동아리 선배에게 첫사랑을 빼앗긴 내가 거기에
돌아보니 그게 질풍노도의 시작
뿔이 난 나는 닥치는 대로 들이받았어요 깨지는 쪽은 언제나 내 쪽 그 뿔이 문제였어요 뿔을 잘라내야 내가 산다며 그가 가위를 들더라고요 격렬하게 반항하는 나를 붙잡아 놓고 화면에 큰 글씨로 불이라고 썼어요 그러더니 ㅂ의 양쪽 뿔을 잘라냈어요
화가 날 때는 심호흡 한번 하고 잠시 눈을 감아요 하나 둘 셋 세어 보아요 머릿속으로 따라 해 봐요
불자 쓰고 양쪽 뿔 잘라 보아요 ㅂ이 ㅁ 되고 불이 물 되지요
마음은 잔잔한 호수가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