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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649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4-09-2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근황 12
춤추는 디오게네스 13
빈 드럼통 굴리듯 14
흑산 적소에서 16
볼록 거울이 있는 방 18
미라의 고백 20
회전문 22
페르시안 석류 24
환기 26
난청 지대 28
고사목 30
물총새가 앉았다 떠난 나뭇가지 32
오프너 34
착란의 일기 36
하우스 푸어 38
제2부
무인도 42
마네킹 43
클립 44
매병은 매병을 모르고 46
무거운 책 47
드라이플라워 48
그만 핏빛 노을을 멈춰 줄 수 없겠니 50
꿈에도 모서리가 52
시녀 54
그늘 공양 56
물금 58
대자보 날다 60
혹등고래 62
8월의 이카로스 64
마인드맵 66
제3부
필경 68
페트병 속에 들어 있는 저녁 70
동피랑을 손에 쥐고 72
역광 74
모나리자, 모나리자 76
천장호 78
도착하지 않는 바퀴처럼 80
감포 82
개양귀비 네트워크 84
잘라먹는 오후 86
허풍선이 88
기억의 지속 90
7부두 92
관음 94
하늘 밑 사리가 익을 때까지 96
제4부
담쟁이 100
종이컵 101
스키드 마크 102
25시 104
추파 106
나팔꽃은 알고 있다 108
개성 삼계탕 110
공을 피해 달아나다 112
낙관 114
푸른 뱀 116
홀리다 118
시클라멘 120
눈물酒 121
자정을 스크랩하다 122
펜혹 123
▨ 고경서의 시세계 | 이병국 125
저자소개
책속에서
볼록 거울이 있는 방
화병에 꽂아둔 아이리스
갈까마귀 떼울음이 책상에서 시든다
검은 사각으로 감싼 방
조도 낮은 거울 속엔
버지니아 울프가 뒷모습으로 앉아 있다
입술로 말하는 책들
왜곡된 욕망이 페이지마다 얼비친다
암막 커튼 틈새로 본 새들의 발자국
저 바닥의 허기를 깨워야 한다
끓는 피를 식히는 선율을 잠재우고
엘피판은 음역대를 오르내리며
물비린내 잠긴 그녀를 휘감아 돈다
표정 없는 이니셜이 심장에 불을 켜고
판막증 앓는 일상을 움켜쥔다
한 권의 생애를 탐독하던 그녀
수만 송이 꽃으로 피어난 페미니즘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레테의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격류에 침몰하고 만 허공
바람 무늬로 일렁이는 밀서를 읽고 있다
페트병 속에 들어 있는 저녁
껍데기로 남은 생애
내용물을 비워낸
페트병에서 사생활이 내비친다
울분에 찬 쓰레기 같은 세상
뒷북치듯 살아온 날들은
재활용도 쉽지 않다
쥐똥나무 발길에 걷어차이고
흉금을 터놓는 그늘에 떠밀리다
버려지고 잊힐 것이다
죽음 앞에서
자신이 키우던 양의 목줄을 딸 때
고통 없이
급소에 칼날을 들이대는 유목민들
모가지에 꽂힌 생이 무덤이다
상투적인 웃음은 쓸모를 잃고
구겨진 상처는
수거함 속에서 헛물을 들이킨다
입에 발린 독설을 내뱉으며
차마 분리할 수 없는
눈물과 슬픔은 폐기될 운명이다
조문하는 바람은 목이 마르다
혹등고래
한 여자
오체투지로 시장바닥을 밀고 간다
인파 속을 자맥질하는 우아한 춤사위
순례하는 난바다가 깊다
한때 푸른 해양을 전전하다
세상의 조류에 휩쓸려버린 섬
발목을 가져본 적 없는 인어처럼
질긴 고무판으로 아랫도리를 입고
흘러간 유행가로 갈매기들 불러 세운다
영혼 없는 파도소리
구걸하는 비린내 포획한 손끝으로
좌판에 눈독 들인 번뇌를 떨쳐내고
헛짚은 바구니로 던져지는 눈길들
이는 지극히 사적인 화법이다
물너울 안고 속울음으로 합장하는
저 포유류의 힘찬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