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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69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11-0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거미백합 13
아직은 14
카페에서 16
사각지대 18
무화과 엽서 19
언젠가 20
저 달이 상현이었으면 좋겠다 22
가장자리 24
사는 공부 25
나비에게 길을 묻다 26
맹지 27
새벽 4시의 설익은 버릇 28
비스듬히 30
인연과 연인 32
사랑을 드로잉하다 34
제2부
타임캡슐 속의 메모 36
그림자를 보쌈하다 37
젠가 홀릭 38
꿈과 그림자 40
새와 나목 42
필사의 발견 44
새에 대한 반성 46
뻐꾸기 울음을 빌어와 가을을 채비하다 48
롬곡옾눞 50
비꽃 52
이웃 54
종이論 55
꾸밈씨 여행법 56
매미, 자지러지다 58
수평선 60
제3부
운동장에서 62
아름다운 착각 63
조리복 64
비몽사몽 65
분리수거하다 문득 66
포커페이스 68
애인 70
이모티콘 응변 72
별밤의 말빚 74
슬픔을 잘라내는 최고의 도구가 눈물인 것처럼 76
질경이꽃 78
K형 79
조화를 갈아 꽂으며 80
설, 설설 81
보이지 않는 힘 82
제4부
용달 86
오래된 농담에 등을 기대다 87
생각 접기 88
카오락 감성 90
꿈길 91
윤슬의 노래 92
모감주나무 숲길 94
티타임 95
굄책 96
바람개비 97
내일은 맑음 98
지문 100
나무 도덕경을 읽다 101
찬란하지 않은 꿈은 없다 102
春雪, 설에게 104
▨ 강문출의 시세계 | 배옥주 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을 드로잉하다
새를 좋아하게 된 것을 운명이라 정의한다 새는 교집합으로 말하고 나는 합집합으로 듣는다 새에게는 놀이터인 하늘이 내게는 감옥이 될 때가 있다 새는 제 안이 궁금하고 나는 내 밖이 궁금하다 괄호 밖을 지우려 했는데 그곳에 내가 있었다 현실과 이상이 충돌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새를 가두려 하고 새는 스스로 갇힌 나를 즐긴다 이건 둘만이 아는 비밀이다 새장이 그 증거이다 만약 새장을 부순다면 새와 나는 하나가 될 수 있겠습니까? 새는 언제부턴가 나의 피조물이 되었고 나는 처음부터 새의 모르모트였다 숱하게 폐기된 꿈속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새장은 분리된다는 이점 때문에 오랫동안 건재할 것이다 그리고 바람은 결코 즐기는 새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에도 개의치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사랑은 가고 사람만 남는다면
거미백합
처음 봤을 때 포켓몬의 식스테일이 떠올랐어요
여섯 개의 희고 긴 꽃잎에 혼이 나갔거든요
저 꽃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증거처럼요
벌·나비 윙윙대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여름날 뭉게구름을 탄 기분이었으니까요
꼬리가 여섯 자란 구미호를 생각했어요
자태가 이국적이라 속뜻을 모를 때가 가끔 있었고요
꽃은 해마다 새로 피지만 나는 늘 처음에 머물러 있어요
오랜 진행형은 활력도 되지만 갈수록 버거워요
꽃은 날마다 사랑을 생활하고 나는 늘 사랑을 공부해요
슬픔을 잘라내는 최고의 도구가 눈물인 것처럼
일인실은 숨어 앉은 암자처럼 고요했다
핼쑥한 그의 말이
먼 풍경소리처럼 내 귀를 곤두서게 했다
병도 물과 같아서 모이면 권력이라
낮고 약한 곳부터 덮치는 거라
그러니 자네는 수시로
울음 꼭지를 열어가며 사시게
비워가며 가볍게
가볍게
마음 주머니의 글썽임을 들킨 나는
저만치 강 건너를 흘금흘금 보다 들킨 나는
큰 발견이나 한 듯 한마디 했다
아마 우리는
애초부터 물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을 거야
어둠이 내리자
그의 손을 서너 번 더 잡다 나왔다
눈앞이 캄캄해 눈물을 훔치고 바삐 걸었다
슬픔을 잘라내는 최고의 도구가 눈물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