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밀라노

1. 펜디가 꽂힐 땐 그만한 이유가 있다
2. 밥, 커피, 졸도하게 비싼 와인
3. 대형콜밴을 탄 신데렐라
4. 내 슬픈 도시에 우유를 뿌리다
5. 좌충우돌하는 내 생의 시즌3
6. 태클을 피하는 엉뚱한 방법
7. 역전의 기술
8. 여자의 3대 간지
9. 영원한 비밀은 없다
10. 1년 후, 어느 날-나는 지금 밀라노로 간다

나는 실연한 여자처럼, 길 잃은 고양이처럼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했다. 집구석으로 들어가자니 곱게 미치기 딱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 따위 회사 관둘 생각이었다고, 보란 듯이 더 멋진 직장을 구할 거라고 내 축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었지만 자꾸만 서럽고, 분하고, 슬픈 생각만 들었다.

나이 서른에 남은 거라곤 월세 방 한 칸과 개나 물어갈 시원찮은 경력과 잃어버려도 별 아쉬울 것 없는 비품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왜 내겐 괜찮다고, 넌 잘할 수 있다고 어깨 토닥여줄 손 하나가 없을까. 애인이라고 하나 있는 건 연락도 안 되고, 단짝이라는 기집애는 남자 찾아 외국으로 날라버리고... 아, 이놈의 신세. - 본문 174~17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