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의 꿈

Ⅰ 내 귀는 환호성을 질러대고
봄 햇살
봄바람
어느 봄날
옥정호의 새벽
지리산
노고단 운해
심포항
가을이 간다
풍남문 시장
어떤 조문
국밥집 참새
새벽을 여는 사람들
카라

Ⅱ흙내음이 물씬 코끝을 스치면
풍란
고들빼기
금낭화
옥잠난
자운영
복수초
민들레 홀씨
현호색
뻐꾹나리
달맞이꽃
노랑 제비꽃
양치기의 꿈

Ⅲ내 볼은 어느새 보름달이 되고
엄마
씀바귀
아버지의 도랑
국수
추석전야
풍접초
뒷간
그리운 아침
친정집 밥상
골담초
미륵사지에서
겨울나무

Ⅳ기도 한 번 하지 않는 나를
내 하나님은
김치를 담그며
밤의 소리
눈
불면의 밤
짝사랑
눈 내린 새벽
토요일 오후
성지 순례
바람
꽃
빗장
우렁각시의 꿈

우렁각시의 꿈

가끔 나는 누군가의
우렁각시가 되고픈 꿈을 꾼다.

남루하고 우울한 그의 집을
구석구석 거품 많이 나는 비누로
깨끗하게 닦아 놓고

하얀 찔레꽃 향기 가득
넘치게 채워 두리라.

맛있는 한 끼의 식탁과
그가 나를 상상할 수 있는
촛불 하나 밝혀두고

하룻밤 꿈에서 깨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우렁각시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