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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해수면 0미터 (수직 기준면 설정의 역사)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사/기술사
· ISBN : 9788962633405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6-05-20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사/기술사
· ISBN : 9788962633405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6-05-20
책 소개
평균 해수면이 육지를 측량하던 기준에서
지구 온난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지는 오래다. 어느 섬나라는 곧 가라앉을 거라는 두려움 앞에 놓여 있다. 바닷물은 서서히 높아져 생태계를 교란하고 섬과 해안 공동체를 위협한다. 하지만 해안가가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폭염, 폭우, 혹한, 폭설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측정의 기준선인 해수면은 오랫동안 익숙한 고도 측정의 영점일 뿐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하르덴베르크가 밝히듯 해수면을 정의하고 측정해온 역사는 국가적 야망, 상업적 이해관계, 인간과 바다 사이의 변화하는 관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책은 평균 해수면 역사의 중요한 세 가지 단계, 즉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언제·왜 처음으로 설정되었는지, 그리고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 고도 측정의 주요 기준점이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서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 인간이 기후와 환경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상징이 되었는지를 상세하면서도 참신하게 설명한다. 하르덴베르크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의 갯벌, 발트해 연안,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 히말라야 산기슭을 가로지른다. 계몽주의 시대의 물리학 및 정량화 연구에서 탄생한 해수면이라는 개념은 국가 주도 공공사업, 식민지 확장, 냉전 시대 위성 기술 개발, 기후 위기 인식 등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하르덴베르크는 평균 해수면이 인간·지역·정치·기술 발전의 산물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밝힌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한 2011년 8월 이후 해수면 상승 문제와 그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졌다. 그때부터 2022년 말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5센티미터 상승했으며, 이는 1993년 이후 위성이 기록한 전체 상승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도 측정은 일반적으로 평균 해수면을 기준선으로 사용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식적인 높이 기준 체계로 이를 참조한다. 해수면을 고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개념은 너무나 오래되어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 개념에 역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쉽게 간과한다. 해수면이 자연스러운 지표가 아니라, 기술적·문화적으로 결정된 가정(假定)의 산물이라는 사실 역시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의 수위를 정하는 것은 근대 초기부터 기준점과 측정 단위를 개혁하고 통일하기 위해 진행해온 노력의 일환이다. 미터의 정의, 본초 자오선의 선택, 시간의 표준화 역시 이러한 과정의 예다.
고도 측정 방법: 기압 측정법과 삼각 측량법
지도에 고도를 기록한 것은 1712년 의사이자 수학자 요한 야콥 쇼이처(Johann Jakob Scheuchzer)가 스위스 지도 ‘노바 헬베티아에 타불라 지오그라피카(Nova Helvetiae tabula geographica)’에 그리송주 레포틴 알프스의 고도를 대략 표시하면서부터다. 쇼이처는 지중해의 특정 위치를 기준으로 기압계를 사용해 고도를 측정했다. 기압계 수치를 고도의 값으로 변환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최신의 과학적 성과였지만, 여전히 정확도가 떨어졌다.
최초라고 알려진 기압계는 학자들이 진공의 생성 가능성을 입증하는 실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개발되었다.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기압값을 비교적 정확하게 고도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공식을 개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삼각 측량을 위한 방식과 인프라가 동시에 개선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고도 측정값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기압 측정값과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각형의 변과 각도 사이의 비율을 제공하는 삼각함수표는 기원전 3세기에 천문학 연구를 위해 개발되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그리스 학자들은 유사한 삼각형 변의 길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피라미드의 높이나 먼바다에 있는 배까지의 거리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고도 측정은 단 한 번의 노력으로 끝날 수 없으며, 반복해서 오류율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각의 정밀한 측정은 몇 시간이나 며칠이 아니라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렸다. 개인의 취미이던 일이 국가 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조정, 반복, 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중대한 사업이 되었다. 산의 높이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일은 도구와 표의 기술적 개선뿐 아니라, 재정적·정치적 투자의 결과였다.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기압 측정법과 삼각 측량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측정의 정확도가 기준점 또는 수직 기준면(vertical datum)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수직 기준면은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이미 존재하는 자연적인 기준이 아니다. 고도를 측정하는 기준선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고 도출하고 서술하는 것이다.
반복 측정을 통한 고도 기준점 설정
개별 해수면 측정은 역동적인 환경의 정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짧은 데이터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평균은 바람이나 기압 변화 같은 일시적인 기상 조건에 의해 왜곡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시리즈를 기준으로 사용하거나 더 넓은 범위에 적용할 경우, 작은 오류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고도 기준점은 반복 측정을 통해서만 설정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차를 평균화하고 오류율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속성이 핵심이다.
해수면과 육지의 상대적 관계에 대한 최초의 데이터 시리즈는 약 5세기 전 암스테르담에서 일관되게 수집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해수면 측정에 필요한 조위계가 체계적이지 않고 단편적인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이처럼 일관성 없이 불균형하게 진행된 측정은 해수면 상승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편향을 초래했다. 해수면 상승 같은 과정이 전 세계적으로 균일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초기 북대서양에서 이루어진 측정을 모든 바다에 그대로 적용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육지와 빙하에서 비롯된 중력 같은 요인이 전 세계 해수 분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적인 해수면 데이터에서 북대서양이 중심 역할을 한 이유는, 서유럽 연안 지역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번성한 데 따른 독특한 산물이다. 한편, 가장 오래된 조수표는 11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이는 첸탕강(錢塘江)에서 발생하는 신비로운 조수 해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이 데이터 시리즈는 해수면을 측정하기보다는 조수의 시간 변화를 기록하고 예측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일상적인 해수면 상태를 물리적으로 측정하려는 아이디어는 서유럽의 갯벌에서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적어도 1440년부터 건물 기초 부분에 형성된 검푸른 해조류 성장 상한선을 수심 측정의 기준으로 사용했다. 이 기준은 퇴적물과 침전물이 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는 베네치아공화국의 환경 정책을 결정하고 도시의 수륙양용 특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런가 하면 암스테르담은 1556년 도시 성벽 확장과 관련한 법정 재판의 결과, 해수면의 높이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도시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수면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새로운 라스타허(Lastage) 구역으로 들어오는 수문을 닫았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대륙 간 무역의 거점이 되기 위해 부두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수면의 최고 수위를 철저하게 기록하는 것은 항구 운영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1675년에는 이러한 만조 수위의 평균, 즉 평균 해수면보다 약 14센티미터 높은 수위를 도시의 공식적인 수직 기준으로 채택했다.
평균 해수면을 찾아서
베네치아와 네덜란드 모두 평균 만조를 파악하는 데만 집중했는데, 이는 비교적 쉽게 기록할 수 있었다. 반면, 간조와 만조를 모두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파도와 바람이 데이터를 끊임없이 왜곡해 가장 정확한 눈금 막대를 사용하더라도 특정 순간의 해수면 높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란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의 자연철학자 로버트 모레이(Robert Moray)는 1665년 수로로 바다와 연결된 정수정(stilling well)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정수정은 기상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바다의 교란을 차단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모레이는 정수정 내부에 케이블과 도르래 시스템을 이용해 균형추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부유 장치 설치 방법을 제안했다. 또한 해수면을 조수 간만의 차가 극심할 때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최초로 제안했다.
프랑스에서는 조수가 오직 달의 영향으로 발생한다는 르네 데카르트(Ren? Descartes)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했고, 이에 프랑스 왕립과학원은 해수면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공식 지침을 배포했다. 이는 국가 중앙 행정 기관이 주도한 최초의 체계적 조수 측정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모레이가 제안한 정수정을 활용했지만, 복잡한 도르래 시스템을 없애고 부표와 연결된 단순한 눈금 막대를 사용하는 등 장치를 단순화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19세기 초 최초의 자동 조위계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기술적 발전의 잠재력은 실현되지 못했다. 측정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데다, 개별 측정 사이에 긴 휴지기가 존재했다. 게다가 18세기 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바다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조직적이고 비교 가능한 연구보다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해수면을 고도 측정의 기준점으로 채택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고조된 논쟁은 훗날 해수면을 표준 수직 기준면으로 정의하는 토대가 되었다.
책의 구성
이 책의 첫 세 장에서는 평균 해수면을 어떻게 설정하고, 전 세계로 확산했는지 다룬다. 1장에서는 평균 해수면이 가장 신뢰할 만한 고도 기준점으로 자리 잡은 역사를 추적한다. 2장에서는 이 개념의 실질적 적용이 국가 및 식민지 정부의 인프라 필요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분석한다. 3장에서는 평균 해수면을 국가 및 국제 표준으로 설정하려는 시도를 살펴본다.
그다음 두 장에서는 측지 작업을 위한 수직 기준면으로 고안한 수학적 구성물이 인간 활동에 의한 변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선이 되는 과정을 다룬다. 4장에서는 현대의 전 지구적 해수면 변화 관련 개념이 고대 해안선, 침수된 숲, 빙하 작용에 대한 초기 연구에 어떻게 근거를 두고 있는지 살펴본다. 5장에서는 20세기 동안 역사적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변화 이론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인간의 지질학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높아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마지막 6장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해수면 관련 논쟁을 다루며, 이상화된 평균값이 지닌 물리적 한계와 마이애미에서 방글라데시, 투발루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해수면 상승과 관련한 환경의 역사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해수면 개념의 변화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바다의 불안정성에 대한 역사적 관점과 전 세계 해안에서 최근 발생한 물리적 변화를 연결함으로써, 평균 해수면을 안정적인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관습적인 결정이라는 사실과 인류세 시대에 기준 체계가 다시 변동성을 띠게 된 현상을 다룬다. 인류와 바다를 연결하는 측정과 기준선의 틀을 인식론적·개념적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이를 통해 해안 생태 전이대의 환경사와 관련 과학을 학제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간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종을 길러왔던 환경과 점점 더 비교할 수 없게 변해가는 환경에서 인류가 직면할 미래의 도전 과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해양과 측량 과학의 역사를 그것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환경과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인류세에서 전례 없는 환경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지는 오래다. 어느 섬나라는 곧 가라앉을 거라는 두려움 앞에 놓여 있다. 바닷물은 서서히 높아져 생태계를 교란하고 섬과 해안 공동체를 위협한다. 하지만 해안가가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폭염, 폭우, 혹한, 폭설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 측정의 기준선인 해수면은 오랫동안 익숙한 고도 측정의 영점일 뿐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하르덴베르크가 밝히듯 해수면을 정의하고 측정해온 역사는 국가적 야망, 상업적 이해관계, 인간과 바다 사이의 변화하는 관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책은 평균 해수면 역사의 중요한 세 가지 단계, 즉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언제·왜 처음으로 설정되었는지, 그리고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 고도 측정의 주요 기준점이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서 평균 해수면이 어떻게 인간이 기후와 환경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상징이 되었는지를 상세하면서도 참신하게 설명한다. 하르덴베르크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의 갯벌, 발트해 연안,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 히말라야 산기슭을 가로지른다. 계몽주의 시대의 물리학 및 정량화 연구에서 탄생한 해수면이라는 개념은 국가 주도 공공사업, 식민지 확장, 냉전 시대 위성 기술 개발, 기후 위기 인식 등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하르덴베르크는 평균 해수면이 인간·지역·정치·기술 발전의 산물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밝힌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한 2011년 8월 이후 해수면 상승 문제와 그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졌다. 그때부터 2022년 말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약 5센티미터 상승했으며, 이는 1993년 이후 위성이 기록한 전체 상승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도 측정은 일반적으로 평균 해수면을 기준선으로 사용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식적인 높이 기준 체계로 이를 참조한다. 해수면을 고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개념은 너무나 오래되어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 개념에 역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쉽게 간과한다. 해수면이 자연스러운 지표가 아니라, 기술적·문화적으로 결정된 가정(假定)의 산물이라는 사실 역시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의 수위를 정하는 것은 근대 초기부터 기준점과 측정 단위를 개혁하고 통일하기 위해 진행해온 노력의 일환이다. 미터의 정의, 본초 자오선의 선택, 시간의 표준화 역시 이러한 과정의 예다.
고도 측정 방법: 기압 측정법과 삼각 측량법
지도에 고도를 기록한 것은 1712년 의사이자 수학자 요한 야콥 쇼이처(Johann Jakob Scheuchzer)가 스위스 지도 ‘노바 헬베티아에 타불라 지오그라피카(Nova Helvetiae tabula geographica)’에 그리송주 레포틴 알프스의 고도를 대략 표시하면서부터다. 쇼이처는 지중해의 특정 위치를 기준으로 기압계를 사용해 고도를 측정했다. 기압계 수치를 고도의 값으로 변환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최신의 과학적 성과였지만, 여전히 정확도가 떨어졌다.
최초라고 알려진 기압계는 학자들이 진공의 생성 가능성을 입증하는 실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개발되었다.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기압값을 비교적 정확하게 고도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공식을 개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삼각 측량을 위한 방식과 인프라가 동시에 개선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고도 측정값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기압 측정값과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각형의 변과 각도 사이의 비율을 제공하는 삼각함수표는 기원전 3세기에 천문학 연구를 위해 개발되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그리스 학자들은 유사한 삼각형 변의 길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피라미드의 높이나 먼바다에 있는 배까지의 거리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고도 측정은 단 한 번의 노력으로 끝날 수 없으며, 반복해서 오류율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각의 정밀한 측정은 몇 시간이나 며칠이 아니라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렸다. 개인의 취미이던 일이 국가 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조정, 반복, 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중대한 사업이 되었다. 산의 높이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하는 일은 도구와 표의 기술적 개선뿐 아니라, 재정적·정치적 투자의 결과였다.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기압 측정법과 삼각 측량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측정의 정확도가 기준점 또는 수직 기준면(vertical datum)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수직 기준면은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이미 존재하는 자연적인 기준이 아니다. 고도를 측정하는 기준선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고 도출하고 서술하는 것이다.
반복 측정을 통한 고도 기준점 설정
개별 해수면 측정은 역동적인 환경의 정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짧은 데이터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평균은 바람이나 기압 변화 같은 일시적인 기상 조건에 의해 왜곡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시리즈를 기준으로 사용하거나 더 넓은 범위에 적용할 경우, 작은 오류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고도 기준점은 반복 측정을 통해서만 설정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차를 평균화하고 오류율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속성이 핵심이다.
해수면과 육지의 상대적 관계에 대한 최초의 데이터 시리즈는 약 5세기 전 암스테르담에서 일관되게 수집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해수면 측정에 필요한 조위계가 체계적이지 않고 단편적인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이처럼 일관성 없이 불균형하게 진행된 측정은 해수면 상승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편향을 초래했다. 해수면 상승 같은 과정이 전 세계적으로 균일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초기 북대서양에서 이루어진 측정을 모든 바다에 그대로 적용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육지와 빙하에서 비롯된 중력 같은 요인이 전 세계 해수 분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적인 해수면 데이터에서 북대서양이 중심 역할을 한 이유는, 서유럽 연안 지역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번성한 데 따른 독특한 산물이다. 한편, 가장 오래된 조수표는 11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이는 첸탕강(錢塘江)에서 발생하는 신비로운 조수 해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이 데이터 시리즈는 해수면을 측정하기보다는 조수의 시간 변화를 기록하고 예측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일상적인 해수면 상태를 물리적으로 측정하려는 아이디어는 서유럽의 갯벌에서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적어도 1440년부터 건물 기초 부분에 형성된 검푸른 해조류 성장 상한선을 수심 측정의 기준으로 사용했다. 이 기준은 퇴적물과 침전물이 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는 베네치아공화국의 환경 정책을 결정하고 도시의 수륙양용 특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런가 하면 암스테르담은 1556년 도시 성벽 확장과 관련한 법정 재판의 결과, 해수면의 높이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도시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수면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새로운 라스타허(Lastage) 구역으로 들어오는 수문을 닫았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대륙 간 무역의 거점이 되기 위해 부두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수면의 최고 수위를 철저하게 기록하는 것은 항구 운영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1675년에는 이러한 만조 수위의 평균, 즉 평균 해수면보다 약 14센티미터 높은 수위를 도시의 공식적인 수직 기준으로 채택했다.
평균 해수면을 찾아서
베네치아와 네덜란드 모두 평균 만조를 파악하는 데만 집중했는데, 이는 비교적 쉽게 기록할 수 있었다. 반면, 간조와 만조를 모두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파도와 바람이 데이터를 끊임없이 왜곡해 가장 정확한 눈금 막대를 사용하더라도 특정 순간의 해수면 높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란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의 자연철학자 로버트 모레이(Robert Moray)는 1665년 수로로 바다와 연결된 정수정(stilling well)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정수정은 기상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바다의 교란을 차단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모레이는 정수정 내부에 케이블과 도르래 시스템을 이용해 균형추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부유 장치 설치 방법을 제안했다. 또한 해수면을 조수 간만의 차가 극심할 때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최초로 제안했다.
프랑스에서는 조수가 오직 달의 영향으로 발생한다는 르네 데카르트(Ren? Descartes)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했고, 이에 프랑스 왕립과학원은 해수면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공식 지침을 배포했다. 이는 국가 중앙 행정 기관이 주도한 최초의 체계적 조수 측정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모레이가 제안한 정수정을 활용했지만, 복잡한 도르래 시스템을 없애고 부표와 연결된 단순한 눈금 막대를 사용하는 등 장치를 단순화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19세기 초 최초의 자동 조위계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기술적 발전의 잠재력은 실현되지 못했다. 측정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데다, 개별 측정 사이에 긴 휴지기가 존재했다. 게다가 18세기 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바다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조직적이고 비교 가능한 연구보다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해수면을 고도 측정의 기준점으로 채택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고조된 논쟁은 훗날 해수면을 표준 수직 기준면으로 정의하는 토대가 되었다.
책의 구성
이 책의 첫 세 장에서는 평균 해수면을 어떻게 설정하고, 전 세계로 확산했는지 다룬다. 1장에서는 평균 해수면이 가장 신뢰할 만한 고도 기준점으로 자리 잡은 역사를 추적한다. 2장에서는 이 개념의 실질적 적용이 국가 및 식민지 정부의 인프라 필요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분석한다. 3장에서는 평균 해수면을 국가 및 국제 표준으로 설정하려는 시도를 살펴본다.
그다음 두 장에서는 측지 작업을 위한 수직 기준면으로 고안한 수학적 구성물이 인간 활동에 의한 변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선이 되는 과정을 다룬다. 4장에서는 현대의 전 지구적 해수면 변화 관련 개념이 고대 해안선, 침수된 숲, 빙하 작용에 대한 초기 연구에 어떻게 근거를 두고 있는지 살펴본다. 5장에서는 20세기 동안 역사적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변화 이론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인간의 지질학적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높아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마지막 6장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해수면 관련 논쟁을 다루며, 이상화된 평균값이 지닌 물리적 한계와 마이애미에서 방글라데시, 투발루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해수면 상승과 관련한 환경의 역사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해수면 개념의 변화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바다의 불안정성에 대한 역사적 관점과 전 세계 해안에서 최근 발생한 물리적 변화를 연결함으로써, 평균 해수면을 안정적인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관습적인 결정이라는 사실과 인류세 시대에 기준 체계가 다시 변동성을 띠게 된 현상을 다룬다. 인류와 바다를 연결하는 측정과 기준선의 틀을 인식론적·개념적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이를 통해 해안 생태 전이대의 환경사와 관련 과학을 학제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간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종을 길러왔던 환경과 점점 더 비교할 수 없게 변해가는 환경에서 인류가 직면할 미래의 도전 과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해양과 측량 과학의 역사를 그것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환경과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인류세에서 전례 없는 환경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목차
서문: 깊은 바다
서론: 고도에서 갯벌까지
1 해수면을 찾아서
2 측정의 인프라
3 고도의 기준
4 변화 이론
5 세계화로 나아가다
6 상승하는 조수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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