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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07617
· 쪽수 : 14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더욱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위증’이라고 한다는 것도. 나는 위증이 범죄라는 사실을 잊으려 애썼다. 내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내게 캐리를 도울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그렇게 위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캐리를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생각이었다. 캐리야말로 나의 진정한 친구였으니까.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헤일리의 반응이 뭔가 석연치 않았다. 캐리의 눈에 노여운 빛이 잠깐 번득인 것으로 보아 캐리도 그렇게 느낀 게 분명했다. 나는 캐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캐리에게는 친구들의 격려가 무엇보다도 절실한데 헤일리의 말투에는 그런 느낌이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헤일리가 무신경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기분이 더 이상했다. 헤일리는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항상 가장 먼저 나서서 도움을 준 친구였다. 헤일리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모두 헤일리를 보고 있었다. 헤일리는 갑자기 시선을 떨어뜨려 손에 쥔 샌드위치를 한참 응시하더니 몸을 기울여 샌드위치를 살짝 베어 물고는 요리 대회의 심사위원이라도 되는 듯 천천히 씹었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튿날 마이크가 얼마나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생생히 떠올랐다. 나는 괴로워하면서도 먼저 날 차버린 마이크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 캐리가 나와 마이크를 교묘하게 속여 각자 서로에게 차였다고 생각하게 만든 거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공개적으로 차이는 것만큼 상처와 굴욕감을 주는 일이 있을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캐리가 계획했던 대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마이크와 나는 자존심 때문에 그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마음이 무너졌지만 일부러 캐리 앞에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