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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63724232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3-11-0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러시아 군인은 수류탄을 들고 꼭지를 뽑더니 아이들을 향해 던졌다. 두 사람이 폭발을 피해 바닥에 몸을 숨기자 우레와 같은 소리가 천지를 흔들었다.
폭발이 만들어 낸 안개가 삽시간에 퍼졌다.
수류탄으로 패인 구멍에서 한 아이가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밖으로 기어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주위는 지옥처럼 춥기만 한데 물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다른 아이들은 죽음을 피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특히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그랬다. 죽은 채 누워 있는 사람들 옆을 무관심하게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죽은 이들은 그냥 차갑게 식어서 고통을 모르는 물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무력감, 타협,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 그리고 본능적 의지 같은 것들만 사람들을 사로잡고, 이런 무관심과 노예들이나 보일 만한 절망감 등이 사람들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을 누군들 믿을 수 있었을까.
“여기 우리 집이라고요. 우리 식구들이 여기 살았어요.”
여자는 고양이랑 그릇이랑 도기 냄비를 챙겨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레나테는 그 자리에 망연하게 서 있었다, 시간이 거기서 멈춰 버린 것 같았다. 마치 추위에 얼어붙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형제, 자매와 친구들이 다니던 마당에서 조각이 되어 버린 듯했다.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할 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마음속에는 누군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아쉬움만 가득 들어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