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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4078976
· 쪽수 : 420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불굴의 의지
제2장 야망의 사나이
제3장 운명의 날
최종장 마지막 메시지
해설 모리 호노오
김봉석
리뷰
책속에서
도시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두 동강 나고, 건물들은 도미노처럼 힘없이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어깻죽지 아래로 한쪽 팔을 잃은 소년의 눈동자와 목발도 짚지 않은 외다리로 걷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목격한 니시는 가슴이 미어졌다.
그날 밤 묵은 사마와의 숙소는 공습으로 반파된 상태였다. 니시 일행이 묵을 방은 지붕의 3분의 1이 무너져 하늘이 보였다. 방 안에는 침대 2개와 소파가 있었지만, 모래로 꺼끌꺼끌했다. 화장실에는 오물이 넘쳐 용변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온 방 안에 진동했다.
니시가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제껏 살아온 인생보다 훨씬 낫군.
방송을 향한 넘치는 열정과 아이디어를 증명할 유일한 기회가 있다면, 전국방송 기획을 내는 것이었다. 니시는 지방지국 업무에 쫓기면서도 시간을 쪼개 기획서를 썼다. 운 좋게도 그중 몇 편이 채택되었고 니시는 온 힘을 다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윽고 '규슈에는 니시 사토루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까지 실력을 길렀다. 다큐멘터리스트를 꿈꾸는 니시는 도쿄의 교양부 발령을 열망했지만,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지역방송국 국장은 니시의 희망을 묵살하고 자신의 출신부서로 보냈다. 결국 10년 가까이 지방 방송국 두 곳을 전전하며 고군분투하던 니시가 다다른 곳은, 도쿄 본부에서도 '디렉터의 무덤'으로 불리는 삼류 부서였다. 니시는 또다시 이를 악물고 실의에 찬 나날을 보냈다.
50분 후, 시사가 끝났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니시는 눈앞에 검은 막이 내려오는 듯한 절망감에 휩싸였다.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한 프로듀서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굉장하군!"
또 다른 프로듀서도 입을 열었다.
"이런 걸 찍어오다니, 믿을 수 없어!"
그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니시의 눈에 천장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신교지 기획부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신교지의 얼굴빛이 점차 변하더니 길게 찢어진 눈에 순간 빛이 번득였다. 신교지가 중얼거렸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방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