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600450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0-06-24
책 소개
목차
첫 번째 이야기_I am who I am
생일 케이크 소유권 분쟁/머그컵과 진실/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시간/한강 예찬/나의 수석 보좌관을 만나다/커피와 클래식 음악의 상관관계/치유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음악 이야기/우울증 통신-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시비’라는 이름으로 다시 피아노와 재회하다/퍼플 피아노
두 번째 이야기_Listen carefully and think about it
지혜로운 박쥐가 되자!/커터 칼로 잘린 심리학책/5만 인의 연인/출판사 로비하기/장애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나라 전체가 필요하다/‘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하느님, 지금 제 앞의 이 사람이 천사이게 하소서/한국의 ATM/교수님들은 언제나 ‘이것’과 ‘저것’에 대해서만 가르친다/나에게도 골라 먹는 재미를 달라/아름터를 만들다/눈 감고 샴푸와 린스 구별하기/나는 최소한 7개 국어에 능통해야 한다/좋은 비행되세요/시각장애인 안마사 독점권 위헌 판결에 대하여/스와니스트를 아시나요?
저자소개
책속에서
2학년 때 예상 밖의 갑작스런 시력 저하가 찾아왔으며, 그로 인해 3학년 때는 실패하지 않는 모든 경우의 수가 20%라는 두 번의 위험한 수술을 거쳤는데, 겨우 안정을 찾아갈 때쯤 평소 아무 병도 없으셨던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수술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4학년이 되자 망막의 광각세포 손상이 나타나면서 야맹증이 시작되었는데, 어느 날 밤 세미나에 참석하러 가다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다리뼈에 금이 가고 인대가 손상되어 피아니스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이란 곳은 또 다른 문제들로 저를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그런 일들은 나름대로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맞서고 설득하고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스릴과 성취감도 맛볼 수 있었으며 그래서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고, “네가 할 수 있겠니?”라고 묻는 교수님들의 우려를 노력으로 잠재워가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런 질문을 듣고 그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삶 자체가 되어버리다 보니,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은진슬’이라는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또 피아노를 쳐야 한다는 것이, 그래서 A학점을 받아야만 그 집단에 속할 수 있다는 슬픈 현실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피아노를 더 이상 잘 연주할 수 없는 무능력하고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의 내 미천한 경험이나마 잘 살리고 종합하여 반주도 하고 좋은 음악회를 기획하고, 좋은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사람의 좀더 유연한 시각으로 나를 정의하기로 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고, 이제는 내 아픈 첫사랑을 대면하는 것이 조금씩 덜 고통스러워지는 것도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