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미팅

시인의 말

제1부 즐거운 미팅
옥수수
어느 저녁
고무장갑, 저 우울
그대
수박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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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 앞에서
콩나물
난로
판화
까치
상추 잎
이 가을엔
동구 밖에서
낫을 갈면서

제2부 산사 꽃눈
꽃눈
달래 강
허수아비
산사 꽃눈
달빛 IT
노을 1
늙은 호박
여름 저녁
밤나방
콩
물감
어느 봄날
안경을 벗다
귀가
빈병
꿈꾸는 판화
상념

제3부 능금나무의 수평가지처럼
가을 오후
쓰레기통을 비우며
빈 상자
두려운 사과
천하장사 할아버지
어느 풍경
김형
상자
물달개비
겨울 전정
노을 2
문을 잠그며
능금나무의 수평가지처럼
서울로 가는 상록수

제4부 에세이, 일 혹은 詩
폭설
기온 급강하
한 마리 새
영하를 건너는 나무
고심
검은 구두
낮은 곳의 침묵
빈집
바람
주덕 마을에서
궁리
자물쇠
큰 기여
대명슈퍼
태풍 피해

시평 1(홍윤기 교수)
시평 2(최마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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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차리는 손길이 분주하다
전 굽는 냄새 푸른 고등어 굽는 바다
산나물들 봄을 불러 모은다
은빛 수저 동쪽으로 긴 메시지를 넣는다
기억의 끝을 음미하며 하얀 촉수 더듬이며
투명 징검다리 건너올 당신
초에 불을 드린다

당신이 앉은 자리 향기로 가득 고여
큰 손주, 작은 손주, 막내딸 코끝 신경줄 누빈다
기일을 기다려온 장모는 설레는 낯빛 역력하다
평생을 살다 떠나시면 꼭 찾아오는 미팅
단 한번 천상의 밀어를 귀띔하는 시간
밤마다 식은땀 쏟아내며 접신 버튼 매만지던 아내의
다정한 눈빛 슬며시 애처로운 자정

살아라. 솟아라. 버려라
꽃잎 버무려 구름 피워 훨훨
말씀이 온다
장모여, 버선을 벗지 마오
아내여, 아내 속으로 들어오는 장인이여

고개 숙여 큰절 드리우면 쌀밥처럼 환해오는 여인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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