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한국사
· ISBN : 9788964963654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8-04-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주보따리와 헐벗에 대해
개굴개굴 개구리 밤낮 울어도
푸른 눈과 까막눈
주경야독 주시경
역적이 돌아왔다
잎, 닢, 입, 립 무얼 골라 심을까
길을 찾는 자에겐 지도가 필요해
주보따리 달려라
당신 책은 위험하다
얼과 말과 글
한글, 하나이자 크고 바른
에필로그 - 그들이 떠난 뒤
깊이 보는 역사 - 한글 이야기
작가의 말
참고한 책
리뷰
책속에서

시경은 헐벗의 푸르고 깊은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한 청년이 비쳤다. 굳게 다문 입, 오로지 우리말과 글 연구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자신 말이다.
“코리아의 알파벳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입니다. 자유와 민권의 시대 말입니다. 나는 악랄한 일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정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믿습니다.”
헐벗은 시경의 손을 오래도록 마주 잡았다.
헐벗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오며 시경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말에도 지도가 필요해. 영어의 명사처럼 우리말에도 이름을 가리키는 낱말들이 있잖아. 이름씨라고 부를까? 그럼 동사는 움직씨! 아, 전국 팔도마다 다른 사투리부터 모아야 할지도.’
시경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다.
우리말 사전.
또 하나의 소명이 싹 텄다. 하늘의 별을 길잡이 삼아 길을 찾듯이 사
전은 우리말 연구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별이 총총. 푸르고 깊은 밤이었다.
그날 저녁 시경은 헐벗에게 편지를 썼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소식이 닿지 않아 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편지였다. 그러나 헐벗에게 어떤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헐벗, 당신이 코리안 알파벳이라고 부른 우리글의 이름은 한글입니다. 크고 바른 글이라는 뜻이지요.’
시경은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꼬박 촛불을 밝혔다.
‘먼 곳에서 당신은 평안하십니까? 이곳 조선은 평안치 못합니다. 국권 회복의 길은 점점 멀게 느껴지고 한글을 공부하는 것도, 한글을 가르치는 일도 힘겹습니다. 저는 동지들과 결심하였습니다.
나라를 되찾는 그날까지 이 한 몸을 바치겠다고. 어린아이들과 아내가 눈에 밟히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치욕스런 나라를 물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북쪽 땅은 이곳보다 춥고 험하다지요. 먼 조선을 찾아 길을 떠난 당신의 심정이 저와 같았을까요? 저도 길을 떠나려 합니다. 독립의 그날이 오지 않으면 우리글과 말을 지킬 수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