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프롤로그
1부. 바람의 추억
2부. 수리봉의 비가
3부. 병영의 달빛
4부. 장밋빛 청춘
5부. 탐라의 눈물
에필로그

그녀는 성훈의 팔에 몸을 의지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크고 뭉클한 것이 남자의 한쪽 팔을 문지르며 부드럽게 출렁거렸다. 성훈도 이제 만사를 체념한 듯 묵묵히 걷고 있다. 예양교 다리 아래 어두운 강물이 흘러간다. 그 강물 위에 열나흘 보름달이 밝았다. 순자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것이 분명하다. 남편도 없는 집에 외간 남자를 데리고 가다니...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 조금만 더 걸으면 우리 집 앞인데... 이젠 멈출 수가 없다. 피할 수 없는 인연. 아, 이런 게 운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