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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65702306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15-05-08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_ 아침의 볕을 잡을 수만 있다면
살며 생각하며
내일이면 늦으리 _ 서산 개심사
호천망극 _ 공주 마곡사
터 효매를 드리고 싶었지만 얻어온 것은 자매 _ 산청 단속사
글자의 획이 떨렸지 않습니까 _ 감포 대왕암
떨어지고 나면 이미 늦은 것을 _ 강진 백련사 동백숲
대지 위의 연화초 _ 광양 성불사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어디 꽃무릇뿐이겠는가 _ 영광 불갑사
아이구, 고맙습니다 _ 고창 선운사 도솔암
내 평생 다시 올 수 있겠나 _ 설악산 봉정암
변하지 않는 것 _ 서산 천장암
절집에서의 하룻밤 _ 부안 내소사
그 좋은 데는 맨날 혼자만 다니나? _ 오대산 염불암
나도 사진이나 배워볼까? _ 지리산 산동마을
진리의 수레바퀴
강진 무위사│산청 단속사 터 | 여수 영취산│청산도 당리│영덕 삼화리 | 화성 만의사│경주 남산│예산 수덕사 | 양양 낙산사│ 남한강
무명을 밝히고
가만히 놔두면 좋을 것을 _ 정선 화암리 절골
어둠 속의 부처님, 이젠 좀 편안하신가요? _ 해남 북미륵암
허리를 잘라버렸으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제 _ 청산도
천 년이 지나도 싹을 틔우는 연밥처럼 _ 부여 궁남지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 _ 함양 극락사 터
다시 갈 수 있을까 _ 여수 영취산
효자는 날을 아끼는 것이다 _ 담양 소쇄원
차마 입에 댈 수가 없습니다 _ 아산 외암리
언제 쓰나 했는데 우째 잘 나왔나? _ 진도 금골산
불목하니 _ 밀양 원서리
다 같은 부처님 마음 _ 위도 내원암
어머니의 마음 _ 문경 미륵암 터
기념 촬영 _ 화순 운주사
내 마음의 아란야
강진 백련사 동백숲│구례 사성암 | 봉화 청량사│청도 운문사│해남 도솔암 | 오대산 적멸보궁│안동 봉정사 | 삼랑진 만어사│대관령 산신당│오대산 염불암
피안을 향하여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시며 _ 화성 용주사
관세음보살과 선재동자 _ 안성 칠장사
무릉도원 _ 영월 법흥사
못하는 것인가? 하지 않는 것인가? _ 여주 신륵사
니르바나 _ 예산 수덕사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_ 양산 통도사
반야용선 타고 _ 창녕 관룡사
못다한 이야기
리뷰
책속에서
처음엔 불목하니들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오가는 길에 한두 장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고 수년이 흘렀다. 어느새 내가 하는 작업의 주인공이 자연스레 어머니가 되어 가고 있었고, 그렇게 어머니와 나의 소요逍遙가 시작됐다.
2003년부터였으니 벌써 햇수로 십 년이 지났고 그동안 함께 다닌 절과 절터가 사백여 곳에 이르렀다. (…) 꽃이 만발한 봄에는 한 달에 이십여 일을 객지에서 보냈으며, 단풍이 고울 때는 쉬지 않고 칠박 팔일을 여행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다닌 거리가 자동차로만 이십만 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을 이백 번 왕복한 거리이고, 지구를 다섯 바퀴나 돈 셈이다.
(…) 부처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절을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부처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마주치는 아름다운 풍경 또한 부처다.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도 보살의 마음이고, 경치를 보고 예쁘다 느끼는 것 또한 보살의 마음이다. 때문에 이 책은 어머니와 돌아다닌 절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본문에는 사찰 사진이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절로 가는 길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 자연 속에 어머니를 함께 담아내는 것은 내게는 커다란 행복이었다. 산도 들도, 강도 바다도, 꽃과 나무도, 바람도 안개도, 자연은 그때그때 색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홀로일 때도 아름답지만, 서로 어울릴 때면 더욱 아름답다. 그런 풍경 속에 나의 어머니까지 함께 어우러지니 그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있을까.
- 아침의 볕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어머니는 당신 몸 아픈 것은 생각지도 않고 혹시 그 때문에 내가 일을 못 하게 될까 더 걱정이었나 보다. 그냥 됐다고, 경주까지 왔으니 한번 들려보려 했던 것이지 오어사에 꼭 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쉬자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분황사를 나와 황룡사 터를 거닐었다. 아침 대왕암에서의 여명과 같이 노을이 화려했다. 해가 다 지고 나서도 한참을 머물다가 옛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조선시대 정관일鄭寬一이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성품이 매우 착해 부모를 지극히 사랑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멀리 장사를 나가 있었는데 어느 날 집에 안부 편지를 한 통 보냈다. 편지에는 편안히 잘 있다고 적혀 있었으나 정관일은 그 편지를 품에 안고 울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으니,
“아버지께서 병을 앓고 계신가 봅니다. 글자의 획이 떨렸지 않습니까?”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물어보니 그때 병이 위독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어젯밤부터 어머니는 기운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것을 진즉에 알아채지 못했을까?
- 글자의 획이 떨렸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