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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65746270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7-07-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낮달
그들의 금요일
그들의 토요일
그들의 일요일
그들의 월요일
무서운 아해들
에필로그_ 봐서는 안 되는 것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내려…….”
“해요. 합니다! 잠시만요.”
주미는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앞으로 나섰지만 이번에도 점프대 끝에서 멈추고 말았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공간이 심장을 압박해 왔다. 낮달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낮달 속으로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에 주미는 살짝 현기증을 느꼈다. 드넓은 잿빛의 대기 속에서 무엇인가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랫배가 싸늘해지는 감각에 심장의 고동이 격해지던 바로 그 순간, 어떤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에 대고 속살거렸다.
‘죽고 싶어 했잖아. 바로 지금이야. 뛰어내려!’
그녀는 뭔가에 홀린 듯 그토록 떼어 놓지 못했던 발을 허공으로 내밀었다. 육중한 몸이 공간을 가르며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 순간 좀 전에 느꼈던 바로 그 시선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프롤로그_ 낮달」 중에서
시멘트 벽에 낙서가 된 글들은 하나같이 읽어도 의미를 알 수 없었는데, 낙서들을 노려보던 그녀의 눈에 어딘지 익숙한 글귀가 들어왔다. 그것이 바로 이상의 「오감도 제10호: 나비」였다.
“남의찢어진벽지에몸을죽어가는뺏어나비그를사람인척하고본다살아가는그것은‘저쪽’유계에의존재들이낙역우리들의되는비밀한틈에섞여통화살아가고구다있다어느날우리거울가운데의집에도수염에있다죽어가는나는나비를우리본다엄마와아버지날개가축처어진두렵다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문장에서 「나비」 시를 빼고 읽으면, 남의 몸을 뺏어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저쪽의 존재들이 우리들의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에도 있다. 나는 우리 엄마와 아버지가 두렵다, 라는 문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그 낙서를 쓴 사람은 띄어쓰기 공간에 이상의 시 「나비」를 집어넣었던 것이었다. 그 수수께끼 같은 낙서의 비밀을 풀고선 내가 지금 요 모양 요 꼴로 살지만 학교 땐 꽤 영리했다면서 우쭐해했다.
―「그들의 금요일」 중에서
―그 남자가 강주미를 보고 여보라고 부르면서 지가 강주미 남편이라고 했다는 거야.
경찰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 경찰은 곽새기가 2010년 모녀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망상증 환자의 말 같기만 하던 곽새기의 그 말이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조사원이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곽새기는 아내 이수인이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진압조로 일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의 진압조는 환자들이 탈출하면 추적해 잡아 오고, 정신병자 좀 데려가라는 전화가 오면 봉고차를 몰고 가 그들을 데리고 오고, 병동 내의 말 안 듣는 환자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일을 했다.
과대망상증 환자의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인 일이, 이수인과 강주미의 손등에 같은 문신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방향을 틀었다. 만약 곽새기가 단순히 과대망상증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렇게 믿고 있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곽새기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 무엇을 본 것일까?
―「그들의 토요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