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웬튼 2 : 비밀의 문

순식간에 윌리엄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실린더가 윌리엄의 마비된 손가락에서 빠져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윌리엄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실린더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방청객들은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때 벡토르가 장난감 실린더를 자랑스럽게 치켜들었다.
벡토르의 실린더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벡토르가 암호를 풀어낸 것이다. 그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미친 캥거루처럼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녔다.
“이겼어요! 제가 이겼어요! 제가 윌리엄 웬튼을 이겼다고요!”

윌리엄은 뒷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았다. 낯선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괜찮니? 뭐에 쫓기고 있었던 거냐?”
할아버지가 물었다.
“어떤 여자요. 갑자기 나타나서는 절 향해 쐈어요.”
“널 향해 쐈다고? 뭘로 쐈다는 거냐?”
할아버지가 물었다.
“손이 기계로 되어 있었어요. 레이저 같은 걸 쐈는데, 그걸 맞은 물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윌리엄이 말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윌리엄은 불편한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여자가 네게 무슨 말을 했니?”
할아버지가 물었다.
“자기랑 같이 가자고 했어요.”
윌리엄은 그때서야 비로소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퍼지는 걸 느꼈다. 몸이 덜덜 떨렸다. 윌리엄은 숨을 크게 내쉬면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