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1962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01-07
책 소개
목차
제1부 불꽃
가을 풀벌레의 눈물/ 고향, 봄 같은 아이/ 개울가 툼벙이/ 부활復活/ 부엉이 말/ 싹눈/ 위로慰勞/ 번짐/ 풋보리 그늘/ 유물/ 장작불/ 적삼저고리/ 불꽃, 봄을 부르다/ 열무김치/ 부지깽이
제2부 봄 노래
부평초/ 눈물, 맵다/ 부모/ 겨울 한살이/ 동박새/ 조매화鳥媒花/ 무아無我/ 제비꽃/ 산골아이 같은/ 실향失鄕의 향수 / 강아지풀/ 목련화/ 아픈 꽃/ 탄생/ 시어詩語
제3부 가정
속울음/ 할미꽃/ 슬픈 흔적/ 바람 앞에 선 등불/ 보릿고개/ 아홉 개의 깃발/ 노송老松/ 연蓮/ 동행/ 부부살이/ 선인장 부부/ 가장家長/ 세대차이/ 여정旅情/ 악취만 남아/ 슬픈 이야기
제4부 침묵
발소리/ 이름/ 종착역 사람들/ 종鐘에서 종終으로/ 박탈감/ 입춘/ 보문산寶文山/ 사월/ 보문산사寶文山寺/ 비움/ 가족/ 청산의 봄은 오는가?/ 한반도/ 제비꽃2 ―대전현충원에서/ 담금질 ― 5.18 광주민주화
저자소개
책속에서
검정 광목천 책보자기를
새순 같은 어깨허리에 메고 다녔던
이십 리 추억이 녹슨 열쇠에 매달려 있다
배고파 가늘어진 허리와 배를 채우고자
삘기 씹어 먹고 코 흘리며
흙먼지 붉게 마시며 다녔던 길
산등선에서 울리는 설움을
발목에 물들이며 엉키어 넘어 가던
외길 초등학교
집에 오면 싸리문도 메마른 허기에
속절없이 꾸르륵 꾸르륵
빈 배를 잡고 요란히도 흔들었지
헐렁헐렁한 고무신이 헐떡여도
방안에 있는 얼룩진 누런 상보만
아른거렸던 먼 거리
아랫목 두툼한 이불 속에 묻어 둔
꽁보리밥을
바가지에 툭툭 털어서
된장 고추장 들기름 한 방울로
썩썩 비벼 먹으면 그제야
행복이 입가에 묻었던 풋보리 향
-「풋보리 그늘」 전문
사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보니
추억이 배어있던 산마루는 간곳없고
아파트에 싸인 느티나무만 우뚝 서 있네
오백 년의 흔적을 안고서도
흔들리지 않고
고향에 뿌리박고 있는
우리들의 이름을 품고서
우주공간 풍세風勢를 맞으며
떠나지 않고 버틴 세월의 연륜
깊게 파인 상처와 뒤틀린 몸으로
싸우고 넘으며 고향의 벗을 붙잡고
변함없이 고향의 몸으로 살고 있네
누구의 이름인지
누구의 살결인지
누구의 아픔인지
누구의 생명인지
고향을 만지고 있는
세월의 두께로 주름살을 다듬지 않아도
뚝뚝 떨어지는 거친 땀
무의 경지 속 뛰노는 초록 바람을 키우는
느티나무 한 조각에 들려 인생 노을 젖네
-「무아無我)」 전문
순간순간 반짝반짝 웃으면서
따뜻하게 타오르던 불도 꺼져
구멍 난 지붕 별 보며 잠 잤어
불빛 하나 없는 깊은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오직
매어달리며 몸부림쳐야 했어
방향을 잃어버린 영혼처럼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면서
깨진 사금파리줄기도 못 찾고
벼랑에 대롱대롱 매달렸지만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온몸으로 내어 준 것은, 비움
-「비움」 전문
죽음의 냄새가 풍기는 허허벌판
검은 까마귀 소리에
일어선 사람들
군부 총칼에 살점이 얼키설키
나뒹굴어 맨손으로
울부짖어야 했던
쓰러진 전우가 자유를 열망해
생 도살당하며
벌판에 누웠다
피로 물들며 싹둑 잘려나가도
휘두른 총칼에 항아리처럼 깨져도
암흑의 밑바닥에 묻혔어도
독재의 불에 일곱 번 담금질되어
민주화民主花로
새로 빚어 태어난 자유
-「담금질― 5.18 광주민주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