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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6272501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11-30
책 소개
목차
제1부
훠이훠이 산비둘기/ 어느 씨감자에 대하여/ 난해한 영화/ 방울 무늬 전기장판/ 구부리면 눈물이 난다/ 끝머리에 서서/ 전염/ 꽃병 속의 꽃/ 대숲의 논리/ 무당거미/ 가시풀을 심판하다/ 박대를 만나다/ 뱀에 물리다/ 내려놓기/ 검은돌 수미상관법
제2부
송림의 노을/ 늦게 핀 동백이 지기 전에/ 기울어지기/ 맥문동과 소나무/ 시를 읽겠소/ 갈대는 탓하지 않는다/ 갈대밭 끝까지/ 시간이 멈춘 마을/ 재뜸고갯길 쉼터/ 평상의 역할/ 장항 물양장에 앉아/ 동백대교/ 거미 개미 벌/ 봄볕의 기울기에 관하여/ 채무는 없다
제3부
귀촌/ 회춘/ 개망초 영농기/ 해바라기의 이름/ 봄은 어디서 오나/ 개나리꽃 황금처럼 빛나도/ 고랑에게 이르다/ 외발 수레를 밀며/ 가시에 찔리다/ 로드 킬/ 물그림자 셈법/ 청개구리 참선/ 오이 넝쿨의 믿음/ 나는 하농이다/ 꽝이다
제4부
어깨의 역사/ 태어날 아기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다/ 핏줄에 기대어/ 개집에 관한 질문/ 미생未生/ 만두/ 소극장 찬가/ 가우디는 미쳤다/ 알함브라의 붉은 비/ 숲길을 걸으며/ 구부러진 길/ 푸른 눈물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밑에 비닐하우스 짓고
부추 심어 먹는데
새 한 마리 들어와 헤매고 있다
산새가 산밑에서 길을 잃다니
아직 젊구나 싶다가
내게로 오는 눈빛들은 다 선하구나 싶다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지 말라던
선생의 말씀에 닿았다
인생은 외길이라지만 진리는 여러 갈래
베어져도 계속 자라는 부추처럼
일어서고 또 일어서도
굽은 길은 펴지지 않는 걸까 어쩌면
넘어서지 못한 자의 변명이 아닐까
지쳐버린 잿빛 날개여
뜨거운 바람 깃털에 깃들어 있을 때
너의 사명을 다 하려무나 훠이훠이
산 아래 선한 눈빛들에게
문은 열린다는 걸 증명한 아침
외길 세상에 새 길 하나 뚫어놓는다
- 「훠이훠이 산비둘기」 전문
씨감자는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
어둡고 어두워
아무것도 담지 않은 날것의 껍데기를 예비한다
욕망이었던 오른손과 맹목이었던 왼손으로
염기 서열의 퇴적을 기다린다
치열했던 생의 한 바퀴가
몇 알의 감자로 맺히기까지
구멍 숭숭한 바람이 불었으리라
고비마다 아팠으리라
외롭고 외로워
빛은 부서져 모래가 되고 검은 흙이 되고
씨감자는 뼈를 갈아 새싹을 빚는다
눈 부릅떠도 저만큼 지나가는 한 세상
모두 보낸다 지난번 육신처럼
이번 생은 부디 뜻대로
더 외롭게 가도 좋으리
쓰러지지만 않게 꽃대 깊이 내리고
붉은 피 멍들도록 진보라 꽃망울로
가볍고 가볍게
손 흔들면 충분하리
지난여름 늦은 햇살에 잠시 반짝였던가
이름 없는 씨감자
저 혼자의 이유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 「어느 씨감자에 대하여」 전문
삼 년 동안 논을 놔뒀더니 돌미나리 붉은 늪이 되어버렸다 살판 난 개구리들이 첨벙거리고 풀섶에는 시퍼런 뱀이 도사렸다 이웃집 옥자 아줌마는 미나리꽝을 만들면 돈이 될 거라 했다
물을 빼고 집 지을 때까지 땅이나 말리자며 한 해를 더 보냈다 미나리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도깨비바늘과 가막사리가 차지하는가 싶더니 개망초가 하얗게 번져나갔다
옥답이 풀밭이 되었다며 마을 노인들이 쯧쯧 혀를 차고 잡초라도 베어주라고 아내는 성화를 부렸지만
내가 꿈꾸는 삶의 종결어미는 소나무처럼 제 자리를 지키며 개망초처럼 빈곳을 메우다가 마애삼존불처럼 미소 짓는 것
우리 밭의 첫 수확인 눈꽃 같은 개망초 한 다발을 아내에게 안겨주었다
- 「개망초 영농기」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