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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2673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5-11-20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2673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김성중의 신작 소설집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가 출간되었다. 독자들의 큰 사랑과 지지를 받음은 물론 현대문학상, 김용익문학상, 젊은작가상 3회 연속 수상으로 문학적 저력을 입증한 그가 『에디 혹은 애슐리』 이후 무려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소설집이다.
유령에서 AI까지,
욕망으로 빚어낸 무수한 우주
김성중이 펼쳐 보이는 이야기의 오래된 미래
현대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젊은작가상 3회 수상 작가
『국경시장』 『화성의 아이』 김성중 신작 소설집
나는 영화를 만들다가 괴로울 때마다 김성중을 찾았다.
김성중의 소설에는 부서진 것들을 다시 맞추는 마법이 있다.
_이옥섭(영화감독)
사라진 줄 알았던 어제와 내일의 메아리. 오늘을 흔들며 태어나는 꿈과 환상.
읽는 자는 듣게 되리. 김성중이라는 놀라운 목소리를.
_정용준(소설가)
“꿈속에만 존재하는 세상을
꿈 밖으로 꺼내와 펼쳐놓을 수만 있다면!”
김성중의 신작 소설집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가 출간되었다. 무수한 욕망이 교차하는 현실 세계를 아주 조금 비틀어,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상으로서의 환상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보여온 김성중. 『국경시장』 『화성의 아이』 등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과 지지를 받음은 물론 현대문학상, 김용익문학상, 젊은작가상 3회 연속 수상으로 문학적 저력을 입증한 그가 『에디 혹은 애슐리』 이후 무려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소설집이다. 지난해 출간한 첫 장편소설 『화성의 아이』에서는 삼백 년 후 미래의 화성에서 만난 비인간 존재들의 따뜻한 연결의 순간을 그려냈다면,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에서는 지금-여기 현실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품고 있는 욕망에서 비롯된 각기 다른 우주들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구현해낸다. 인간 종으로 국한되지 않는 김성중 특유의 다종다양한 인물들도 여전하다. 죽은 뒤 딸의 그림자에 붙어 살아가는(?) 유령, ‘새로운 남편’이라 불리는 홀로그램 AI 남편, 꿈을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는 ‘왼손잡이’, 독서가 취미인 방화범 등 존재의 결만큼이나 제각각인 그들의 욕망은 김성중이라는 상상력 증폭기를 거쳐 때로는 두근거리는 모험담으로, 때로는 잔혹한 악몽으로 탈바꿈한다. 근사한 이야기는 그만큼 강력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오래된 전제를 결코 잊지 않는 김성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욕망을 가시화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들여다보게 한다.
나는 꿈속의 회전문을 몇 차례 돌아 나를 둘러싼 현재와 미래를, 내 것이었을 수도 있는 운명의 여러 형태를 입어보았다. 심장이 멎은 다음에야 다른 삶을 꿈꿔보는 노인이거나, 혁명가 아내를 따라 혼란을 덜어보려는 탈속한 승려, 환멸감을 방화에 중독되는 것으로 바꾸어버린 중년 남자를.
_「맥주의 알」, 251쪽
* 「유령들」
“알다시피 여행하는 유령이 준비할 것은 용기뿐이다.”
어느 날 죽은 채 관에서 깨어난 한 여자. 그녀는 자신이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어린 시절의 약속대로 딸의 그림자에 달라붙어 유령으로서의 삶(?)에 적응해가던 그녀는 도서관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또다른 유령 ‘마지’를 만나게 된다. 마지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의식도 못한 사이 도서관에서 3년을 보낸 그녀는 자신이 더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 도서관 밖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바깥 세상에서 뜻밖의 존재들을 만난다.
* 「새로운 남편」
“새로운 남편을 만나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똑똑하지만 오로지 남편을 잘못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진 여자들. 상담사인 ‘나’는 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다. ‘새로운 남편’이라 이름 붙인 그 프로젝트의 정체는 바로 홀로그램으로 구현되는 AI 남편. 자신 역시 남편과의 문제를 겪고 있던 ‘나’는 실험적으로 가져본 ‘새로운 남편’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남편과 닮았지만 다정하고 사려 깊은 홀로그램 AI 남편에게 ‘진짜 몸’을 주기 위해 불법으로 AI에게 육체를 만들어주는 베트남으로 향한다.
*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조금만 덜어내면 되는 거죠. 이 즐거운 꿈을 밖으로 가져가는 겁니다.”
우경에게는 다른 이들은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그녀가 ‘왼손잡이는 꿈을 더 잘 기억한대’라는 어머니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 자신의 꿈을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현실에서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만 꿈속에서만큼은 전세계를 누비는 자유로운 여행자인 그녀는 어느 날 꿈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를 만난다. 즐거운 꿈을 조금 덜어내 밖으로 가지고 나가겠느냐 묻는 그의 제안을 수락한 뒤 우경의 삶은 나아지지만, 삶이 나아지는 만큼 그토록 행복했던 꿈은 조금씩 악몽이 되어간다.
* 「서풍」
“우리의 주연배우는 언제나 불, 타오르는 불이었습니다.”
지난한 삶을 살며 고속도로 휴게소 나들이를 유일한 취미로 두고 있는 최정민은 어느 날 그곳에서 자신을 서풍을 뜻하는 ‘제프리’라 부르라 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전과자이자 연쇄 방화범이었고, 그에게 위협을 당해 운전수 역할을 하게 된 최정민은 그를 따라 전국을 돌며 불을 지르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매일 장소를 옮기며 제프리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불을 지르는 일상은 최정민의 삶에 기이한 활기를 주고, 그는 조금씩 제프리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 「귤락 혹은 귤실」
“문턱의 시간, 우리가 그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속초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세 남자. 이름도 없이 ‘결코’ ‘그런데요’ ‘언제나’로 지칭되는 세 남자는 종종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들이 모두 ‘모래시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한자리에 있을 수 없고, 주기적으로 마음을 위아래로 뒤집어줘야 하는 인간. 자신들이 벼랑 끝 번지점프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모여 귤락 혹은 귤실을 빨리 벗기는 시합을 시작한다.
* 「도트와 프랭크」
“파도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막대기 속에, 희미한 두 줄의 분홍빛 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퍼들이 모이는 호스텔 코너스툴. 매일이 핼러윈 파티처럼 즐거운 그곳에서 만난 도트와 프랭크는 서로에게 이끌려 연인으로 발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몇 장의 앨범을 내고 지역 방송에도 출연한 그들에게는 올라타기 좋은 멋진 파도만 펼쳐질 것 같았으나, 어느 날 희미한 두 줄의 분홍빛 선과 함께 나타난 아이로 인해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전복된다.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도트에게 프랭크는 어느 날 캠핑카로 개조한 초록색 밴을 몰고 와 앞으로는 이게 우리의 집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세 사람이 된 그들은 위태로운 밴을 타고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를 항해할 수 있을까.
* 「맥주의 알」
“그들을 만난 것은 금요일 밤이었다.”
실패한 소설가인 ‘나’는 ‘나는 부추겨지기를 원하는 것이다’라고 되뇌며 매일 밤 유흥가를 산책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닥을 보며 걷던 그의 눈앞에 마치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두 개의 선이 나타난다. 그는 그 선의 끝에서 자신들을 ‘상황주의자’라고 부르는 이상한 무리를 만나게 된다. 연령도 직업도 천차만별인 그들이 하는 일이란 정처 없이 표류하듯 걷다 만난 사소한 순간의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모임이 빠져든다. 그러다 모임원 중 한 사람의 부고가 들려오고, ‘나’는 ‘상황’이 전과 다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 「맨발 교실」
“가끔씩 생각한다. 공공질서에 대한 나의 사랑이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이라고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하루 두 번 맨발로 호수공원 둘레를 걷는 ‘나’는 청설모들의 양식인 도토리를 주워 가는 사람들에 분노를 느껴 ‘그렇게 도토리가 좋으면 아예 청설모로 변해버리’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그런데 그 직후 놀랍게도 공원의 모든 사람이 청설모로 변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마치 투명한 돔이 생긴 것처럼 호수공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자신만이 유일한 ‘인간’인 그는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다 ‘성경’과 ‘상실’이라 이름 붙인 두 할머니를 만난다. 세 사람은 마치 『월든』처럼 호숫가에서 삶을 꾸려나가는데, 어느 날 그들의 앞에 수수께끼의 인물이 나타나 그들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세계를 비추는 거울상으로서의 환상 세계
김성중이 탄생시킨 매력적인 마지널리안들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어딘지 조금씩 닮아 있다. 그들에게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여러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마지널리안’이라는 것이다. ‘마지널리안’은 「유령들」에서 언급된 표현으로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하는 행위인 ‘마지널리아’에서 왔다. 그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작가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문학작품을 인용할 만큼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 각자의 방식으로 주석을 다는 인물들이라는 뜻으로도 말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를 강렬히 욕망하는 와중에도 한 발짝 떨어져 자기 자신을 서술하는 인물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때로는 혐오하면서도 때로는 애처롭게 바라보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상한’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을 이해해나간다. “여러 개의 ‘나’로 분화하는 욕망의 조각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가 딛고 선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게끔 한다”(‘해설’에서)는 소유정 평론가의 말처럼, 김성중은 인물들을 ‘상황’의 한가운데에 떨어트려두고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할 뿐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뻗어나가고, 욕망을 통해 자신을 이해함으로써 인물과 독자는 같이 성장한다. 그러니 우리는 때로는 으스스하지만, 자주 환상적이고, 매순간 위트 넘치는 김성중의 소설을 따라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스스로의 욕망을 응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은 틈새라도 애써 비집고 태어나는 무수한 ‘나’들이 그곳에 있”(‘해설’에서)으니, 그 이야기의 파편들에 비친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이 된다. 흩어진 거울 조각들 안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두려워하거나, 어쩌면 안도하거나, 끝내 위로받는 순간. 그것이 김성중이 부리는 “부서진 것들을 다시 맞추는 마법”(이옥섭)이다.
욕망으로 빚어낸 무수한 우주
김성중이 펼쳐 보이는 이야기의 오래된 미래
현대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젊은작가상 3회 수상 작가
『국경시장』 『화성의 아이』 김성중 신작 소설집
나는 영화를 만들다가 괴로울 때마다 김성중을 찾았다.
김성중의 소설에는 부서진 것들을 다시 맞추는 마법이 있다.
_이옥섭(영화감독)
사라진 줄 알았던 어제와 내일의 메아리. 오늘을 흔들며 태어나는 꿈과 환상.
읽는 자는 듣게 되리. 김성중이라는 놀라운 목소리를.
_정용준(소설가)
“꿈속에만 존재하는 세상을
꿈 밖으로 꺼내와 펼쳐놓을 수만 있다면!”
김성중의 신작 소설집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가 출간되었다. 무수한 욕망이 교차하는 현실 세계를 아주 조금 비틀어,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상으로서의 환상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보여온 김성중. 『국경시장』 『화성의 아이』 등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과 지지를 받음은 물론 현대문학상, 김용익문학상, 젊은작가상 3회 연속 수상으로 문학적 저력을 입증한 그가 『에디 혹은 애슐리』 이후 무려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소설집이다. 지난해 출간한 첫 장편소설 『화성의 아이』에서는 삼백 년 후 미래의 화성에서 만난 비인간 존재들의 따뜻한 연결의 순간을 그려냈다면,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에서는 지금-여기 현실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품고 있는 욕망에서 비롯된 각기 다른 우주들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구현해낸다. 인간 종으로 국한되지 않는 김성중 특유의 다종다양한 인물들도 여전하다. 죽은 뒤 딸의 그림자에 붙어 살아가는(?) 유령, ‘새로운 남편’이라 불리는 홀로그램 AI 남편, 꿈을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는 ‘왼손잡이’, 독서가 취미인 방화범 등 존재의 결만큼이나 제각각인 그들의 욕망은 김성중이라는 상상력 증폭기를 거쳐 때로는 두근거리는 모험담으로, 때로는 잔혹한 악몽으로 탈바꿈한다. 근사한 이야기는 그만큼 강력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오래된 전제를 결코 잊지 않는 김성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욕망을 가시화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들여다보게 한다.
나는 꿈속의 회전문을 몇 차례 돌아 나를 둘러싼 현재와 미래를, 내 것이었을 수도 있는 운명의 여러 형태를 입어보았다. 심장이 멎은 다음에야 다른 삶을 꿈꿔보는 노인이거나, 혁명가 아내를 따라 혼란을 덜어보려는 탈속한 승려, 환멸감을 방화에 중독되는 것으로 바꾸어버린 중년 남자를.
_「맥주의 알」, 251쪽
* 「유령들」
“알다시피 여행하는 유령이 준비할 것은 용기뿐이다.”
어느 날 죽은 채 관에서 깨어난 한 여자. 그녀는 자신이 유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어린 시절의 약속대로 딸의 그림자에 달라붙어 유령으로서의 삶(?)에 적응해가던 그녀는 도서관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또다른 유령 ‘마지’를 만나게 된다. 마지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의식도 못한 사이 도서관에서 3년을 보낸 그녀는 자신이 더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 도서관 밖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바깥 세상에서 뜻밖의 존재들을 만난다.
* 「새로운 남편」
“새로운 남편을 만나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똑똑하지만 오로지 남편을 잘못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진 여자들. 상담사인 ‘나’는 그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다. ‘새로운 남편’이라 이름 붙인 그 프로젝트의 정체는 바로 홀로그램으로 구현되는 AI 남편. 자신 역시 남편과의 문제를 겪고 있던 ‘나’는 실험적으로 가져본 ‘새로운 남편’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남편과 닮았지만 다정하고 사려 깊은 홀로그램 AI 남편에게 ‘진짜 몸’을 주기 위해 불법으로 AI에게 육체를 만들어주는 베트남으로 향한다.
*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조금만 덜어내면 되는 거죠. 이 즐거운 꿈을 밖으로 가져가는 겁니다.”
우경에게는 다른 이들은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그녀가 ‘왼손잡이는 꿈을 더 잘 기억한대’라는 어머니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 자신의 꿈을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현실에서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만 꿈속에서만큼은 전세계를 누비는 자유로운 여행자인 그녀는 어느 날 꿈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를 만난다. 즐거운 꿈을 조금 덜어내 밖으로 가지고 나가겠느냐 묻는 그의 제안을 수락한 뒤 우경의 삶은 나아지지만, 삶이 나아지는 만큼 그토록 행복했던 꿈은 조금씩 악몽이 되어간다.
* 「서풍」
“우리의 주연배우는 언제나 불, 타오르는 불이었습니다.”
지난한 삶을 살며 고속도로 휴게소 나들이를 유일한 취미로 두고 있는 최정민은 어느 날 그곳에서 자신을 서풍을 뜻하는 ‘제프리’라 부르라 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전과자이자 연쇄 방화범이었고, 그에게 위협을 당해 운전수 역할을 하게 된 최정민은 그를 따라 전국을 돌며 불을 지르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매일 장소를 옮기며 제프리와 책 이야기를 나누며 불을 지르는 일상은 최정민의 삶에 기이한 활기를 주고, 그는 조금씩 제프리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 「귤락 혹은 귤실」
“문턱의 시간, 우리가 그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속초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세 남자. 이름도 없이 ‘결코’ ‘그런데요’ ‘언제나’로 지칭되는 세 남자는 종종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들이 모두 ‘모래시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한자리에 있을 수 없고, 주기적으로 마음을 위아래로 뒤집어줘야 하는 인간. 자신들이 벼랑 끝 번지점프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모여 귤락 혹은 귤실을 빨리 벗기는 시합을 시작한다.
* 「도트와 프랭크」
“파도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막대기 속에, 희미한 두 줄의 분홍빛 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퍼들이 모이는 호스텔 코너스툴. 매일이 핼러윈 파티처럼 즐거운 그곳에서 만난 도트와 프랭크는 서로에게 이끌려 연인으로 발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몇 장의 앨범을 내고 지역 방송에도 출연한 그들에게는 올라타기 좋은 멋진 파도만 펼쳐질 것 같았으나, 어느 날 희미한 두 줄의 분홍빛 선과 함께 나타난 아이로 인해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전복된다.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도트에게 프랭크는 어느 날 캠핑카로 개조한 초록색 밴을 몰고 와 앞으로는 이게 우리의 집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세 사람이 된 그들은 위태로운 밴을 타고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를 항해할 수 있을까.
* 「맥주의 알」
“그들을 만난 것은 금요일 밤이었다.”
실패한 소설가인 ‘나’는 ‘나는 부추겨지기를 원하는 것이다’라고 되뇌며 매일 밤 유흥가를 산책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닥을 보며 걷던 그의 눈앞에 마치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두 개의 선이 나타난다. 그는 그 선의 끝에서 자신들을 ‘상황주의자’라고 부르는 이상한 무리를 만나게 된다. 연령도 직업도 천차만별인 그들이 하는 일이란 정처 없이 표류하듯 걷다 만난 사소한 순간의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모임이 빠져든다. 그러다 모임원 중 한 사람의 부고가 들려오고, ‘나’는 ‘상황’이 전과 다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 「맨발 교실」
“가끔씩 생각한다. 공공질서에 대한 나의 사랑이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이라고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하루 두 번 맨발로 호수공원 둘레를 걷는 ‘나’는 청설모들의 양식인 도토리를 주워 가는 사람들에 분노를 느껴 ‘그렇게 도토리가 좋으면 아예 청설모로 변해버리’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그런데 그 직후 놀랍게도 공원의 모든 사람이 청설모로 변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마치 투명한 돔이 생긴 것처럼 호수공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자신만이 유일한 ‘인간’인 그는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다 ‘성경’과 ‘상실’이라 이름 붙인 두 할머니를 만난다. 세 사람은 마치 『월든』처럼 호숫가에서 삶을 꾸려나가는데, 어느 날 그들의 앞에 수수께끼의 인물이 나타나 그들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세계를 비추는 거울상으로서의 환상 세계
김성중이 탄생시킨 매력적인 마지널리안들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어딘지 조금씩 닮아 있다. 그들에게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여러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마지널리안’이라는 것이다. ‘마지널리안’은 「유령들」에서 언급된 표현으로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하는 행위인 ‘마지널리아’에서 왔다. 그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작가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문학작품을 인용할 만큼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 각자의 방식으로 주석을 다는 인물들이라는 뜻으로도 말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를 강렬히 욕망하는 와중에도 한 발짝 떨어져 자기 자신을 서술하는 인물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때로는 혐오하면서도 때로는 애처롭게 바라보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상한’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을 이해해나간다. “여러 개의 ‘나’로 분화하는 욕망의 조각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가 딛고 선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게끔 한다”(‘해설’에서)는 소유정 평론가의 말처럼, 김성중은 인물들을 ‘상황’의 한가운데에 떨어트려두고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할 뿐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뻗어나가고, 욕망을 통해 자신을 이해함으로써 인물과 독자는 같이 성장한다. 그러니 우리는 때로는 으스스하지만, 자주 환상적이고, 매순간 위트 넘치는 김성중의 소설을 따라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스스로의 욕망을 응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은 틈새라도 애써 비집고 태어나는 무수한 ‘나’들이 그곳에 있”(‘해설’에서)으니, 그 이야기의 파편들에 비친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이 된다. 흩어진 거울 조각들 안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두려워하거나, 어쩌면 안도하거나, 끝내 위로받는 순간. 그것이 김성중이 부리는 “부서진 것들을 다시 맞추는 마법”(이옥섭)이다.
목차
유령들
새로운 남편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서풍
귤락 혹은 귤실
도트와 프랭크
맥주의 알
맨발 교실
해설 | One More Chance
소유정(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마다 우리는 죽은 존재였다. 웃음도 숨소리도 누른 채 부활을 위한 작은 죽음에 들어가는 것. 세상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은 이 짜릿한 틈새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_「유령들」
임종의 침대는 하나의 보트와 같다. 난파가 끝나면 그 장소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 된다. 생명이 있다가 툭, 빠져나간 장소의 적막감. 나는 그보다 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지구에서는 매초마다 두 명의 인간이 죽는다던데, 딱 그만큼 태어났을 유령은 어디에서 붐비고 있을까? 임종 침대는 우주정거장의 발사대와 같다. 먼 은하로 떠나는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부디 나처럼 길동무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를.
_「유령들」
나는 남편과 헤어져 혼자가 된 여자다. 그러다 새로운 남편이 왔다. 어쩌면 남편 2.0이라고 불러야 할 그가. 나의 취향과 감정과 습성을 내재화하는 준은 나와 전남편의 키메라였다가, 점점 나의 거울처럼 변해간다.
_「새로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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